나는 아름다웠던 그곳을, 행복했던 그날을 기억합니다
나는 아름다웠던 그곳을, 행복했던 그날을 기억합니다
  • 김남영 (사회학∙2)
  • 승인 2009.11.11 22:09
  • 호수 1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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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 몽골 국제봉사단

 

 

나는 여름 방학의 10박 11일동안 제 9기 ‘국제봉사단’의 일원으로서 몽골로 사회봉사를 다녀왔다. 사실 난 봉사라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서 봉사를 한다는 건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도 잘 실천하지 않는 봉사를 내가 외국에 나가면 잘 해낼 수 있을까? 굳이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까지 나가서 봉사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들로 난 한참을 고민해야만 했다. 그러나 봉사라는 것은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곳이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봉사해야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삶을 체험하고, 또한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봉사한다면 무언가 가슴 속 깊이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몽골에 가기 전 까지는 함께 봉사를 가는 사람들과 몽골에 대해 기초적인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힘썼다. 몽골의 전통, 지리, 기후, 의식주 등을 조사하고 몽골에 가서 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 출국일이 다가왔다. 새로운 곳에 간다는 설렘과 동시에, 낯선 곳에서 지낼 시간들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합쳐져 가슴은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로 가득 찼다. 몽골에 도착하여 10박 11일이라는 시간 동안 머물게 될 보금자리와 만나는 그 순간 난 참으로도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어느 것 하나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없었고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편안한 마음뿐이었다. 우리를 환영하는 이들의 눈빛과 우리를 따르는 아이들의 미소, 이것은 10박 11일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 선물이었다. 잡조체거, 시멘트작업, 배수로공사, 가정방문 등 1박2일의 관광을 빼면 짧은 시간동안 틈틈이 많은 일들을 해가며 하나 둘 몽골의 ‘니세흐 공소’에 우리의 흔적을 남겼다.
마지막 날, 아침 일찍부터 그동안 우리와 함께했던 아이들과 친구들이 찾아와주었다. 그 어린 아이들이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던 걸까? 짐을 챙겨 마당으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 정들었던 니세흐 공소와 아이들을 떠날 생각을 하니 가슴 속 에서부터 복받쳐 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내게 다가왔다. 울지 말라는 말 대신 자신의 얼굴에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며 나에게 작은 웃음을 보냈다. 눈물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워 얼른 차에 올라탔지만 아이들은 창문을 두드리며 마지막 인사를 해주었다.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공항에 왔다. 이별은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했다. 마음을 정리하고 멍하니 앉아있을 그 때, 아이들이공항까지 우리를 따라온 것을 알았다. 아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남영!’이라고 소리치며 달려오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두 눈가에 선하다. 아이들이 멍하니 앉아있던 나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줬다. 50투그릭이었다. 돈의 가치가 아이들에게나 나에게나 소중한 것임을 알기에 나는 아이들에게 통하지도 않는 한국말을 써가며‘과자 사먹어’라며 돌려주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기어코 내 손에 돈을 쥐어주었다. 그런데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지폐 안에 자신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아이들도 ‘내가 그들을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일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내가 결코 아이들을 잊을 수 없는 이유다.
10박 11일이라는 시간의 모든 이야기를 글로 적을 순 없다. 매 순간의 일들을 모두 다 기억해 낼 수도 없다. 그러나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기억, 내가 마지막에 흘렸던 눈물, 그리고 아이들이 내게 보여줬던 따뜻한 마음의 그 날들, 단지 그것만은 기억하고 싶다. 나는 국제봉사를 통해 혼자 사는 것이 아닌 세상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느끼고 가슴 속에 따뜻한 몽골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질 지라도 나의 가슴 속에 아름다웠던 그 곳을, 행복했던 그 날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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