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위해
한글,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위해
  • 서지영 기자
  • 승인 2009.11.11 23:24
  • 호수 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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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한글 상품화의 현주소

 

대부분 사람들은 영어가 새겨진 티셔츠 한 장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현재 당신이 가지고 있는 영어글자 디자인 상품, 그 영어글자에 대한 의미를 알고는 있는가? 오늘날 사람들은 영어 글자 디자인 상품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반면 한글디자인 상품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한글상품을 입고 다니는 것에 대해 거북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대중성과 실용성의 바탕을 둔 우리말 한글, 한글의 창제는 백성들이 글자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은 한국인이라면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글은 그 ‘독창적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한글 글자 자체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에는 그 동안 소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글꼴과 한글 디자인은 글꼴 디자인이 서양에서 먼저 발달하여 로마자 쪽에서 디자인의 바탕을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한글은 디자인 산업에서 발전이 더디었다. 하지만 최근 한글에 대한 글꼴 개발이 신문사나 기업체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었으며 컴퓨터와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시청각적 기능이 활발한 오늘날 한글은 더 이상 단순히 정보전달 목적을 지나 ‘시각화된 이미지’로 한글글자 자체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한글상품, 촌스럽거나 한정되거나

최근 한글의‘시각적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한글상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한글서체에서 느껴지는 독특함, 힘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한글서체로 인해 한글상품에서는 영어와 다른 글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혹은 주위의 사람들을 돌아보면 한글상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우선 한글상품을 파는 곳은 한정되어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한글상품을 사기위해서는 인터넷검색과 직접 가게를 찾아서 가야하는 약간의 노력이 요구된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한글상품을 파는 곳은 살펴보면 3~4군데에 불가하며, 상품디자인의 수도 일반제품보다 한정되어 있다. 또한 힘들게 찾아간 가게에서도 마음에 들지만 사기엔 비싼 가격, 예쁘지만 입고 돌아다니기엔 조금 거북한 디자인에 비해 액세서리와 같은 비교적 싼 값의 물건을 사게된다.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20만원 상당의 가방과 9만원이상의 스카프,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것은 이렇게 선뜻 사게 되지 않는 가격이다. 또한 한글 상품을 돌아보면 패션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강하게 두드러진 한글디자인이 대부분이다.

세련되게 디자인된 상품은 금전적 부담이 주어지고 아니면 한글을 희화화 시킨 상품으로 보기엔 재밌지만 거부하게 되는 옷들이 주를 이룬다. 한글상품 디자인이 다양하지 못한 것도 문제가 된다. 일부 디자이너들이 한글상품을 만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글 디자인 상품의 대중화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타이포그래피와 캘리그래피, 한글디자인 넌 누구?

한글디자인은 활자디자인(주로 인쇄용으로, 반복해서 사용하는 글자체 한 벌을 만드는 것)과 한글을 디자인하거나 한글로 디자인 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더욱 넓게 이해한다면 한글의 원리를 디자인하거나 한글의 원리로 디자인 하는 것을 포함할 수 있다. 현재 활자인쇄 디자인인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와 손으로 쓴 글자체인 캘리그래피(calligraphy)가 한글꼴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진로 소주 ‘처음처럼’과 이상봉 디자이너의 LG 샤인폰 디자이너스 에디션 시리즈와 신세계이마트 이상봉 메종 침구류 세트등 한글 캘리그래피를 이용한 상품이 다양해지는 중이다. 또한 지난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SK본사 아트센터 ‘나비’에서는 한글과 뉴미디어의 만남을 선보이는 <이상한글> 전시와 홍대 ‘공간히읗’에서 새 한글꼴로 세상과 대화하기와 같은 캘리그래피와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한글꼴 디자인 전이 열렸다.

인쇄술과 정보기기의 발달은 글자의 효용성을 높여왔다. 특히 오늘날 한글꼴의 생산은 소수의 전문가에서 개인에게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다양한 개인의 글자꼴 개발은 계속되어 한글디자인의 다양화와 대중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글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운 측면의 것만이 아닌 한국이 지닌 독특한 문화와 정신이 한글꼴 안에 담겨있어야 할 것이다. 한글꼴의 다양화와 우리문화를 담은 글꼴이 탄생할 때 한글상품은 ‘우리만의 것’으로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한글상품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 시대의 우리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독특함’과 ‘보편성’과 함께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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