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 나를 담가보다
'문학'에 나를 담가보다
  • 홍아란 기자
  • 승인 2013.05.09 16:18
  • 호수 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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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참석후기

▲ 김동리에 대한 발제에서 홍기돈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_홍아란 기자 dkfksmini@catholic.ac.kr
여기저기에서 꽃들이 피어나고 생명이 푸르른 5월이다. 꽃과 봄을 노래한 수많은 문학작품이 있듯이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있자면 시상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봄은 문학을 만나기에 좋은 날이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에서 공동주최하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에 다녀왔다. 올해로 13번째를 맞이하는 문학제는 해마다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문학인들을 회고하고 그들의 문학작품을 다방면에서 논하는 자리다. 올해의 대상 문학가는 김동리/김동석/김현승/이태극/양명문/조명암/박계주다. 특히 김동리에 대해서는 우리 학교 국어국문학과 홍기돈 교수가 발표를 맡아 기자 개인적으로 행사 참여의 의미가 더욱 컸다. 문학제는 이틀간 열렸으며 첫째 날에는 심포지엄을, 둘째 날에는 문학의 밤으로 그들을 기렸다.

 

<심포지엄>

조금은 어렵지만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개최된 심포지엄은 각 문학인들의 작품에 대해 발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1913년은 한국의 본격적인 근대문학이 태동하기 전의 과도기다. 1913년 생 문인들은 1930년대에 20대로 성장하여 문단에 등장했고, 1945년 광복이후에 본격적으로 한국문학의 중요 문학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각기 다른 다양한 문학적 경향을 보여주었고 이로 인해 한국문학의 양상이 다변화되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김동리는 대표적인 작품『무녀도』,『역마』등이 있으며 문학 테두리를 ‘순수문학’에 한정시켜 ‘생의 마지막에 다다르는 것으로서의 문학’작업에 매달렸다. △김동석은 시인이자 비평가이며 김동리와 ‘순수논쟁’을 벌이면서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이 논쟁은 해방 직후 좌·우 문단의 이데올로기 대립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시인 겸 작사가인 조명암은 사회와 역사를 비판하는 시를 발표하였으나 일제강점기에 친일 국군가요를 작사하고 친일 연극의 대본도 쓰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계주는 대중소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기독교 사상에 일관되게 집중한 소설가였다. △김현승은 기독교 사상에 바탕을 둔 ‘절대고독’의 세계에 주목하였으며 △양명문은 초월세계의 즐거움과 두려움, 고향의식을 시적으로 형상화했다. △이태극은 100주년 기념 문인들 중 가장 늦게 문단에 등장해 가장 오래 문필활동을 했다. 시조시인이었던 그는 현대시조의 정통성을 시조창작과 시조연구를 통해 확보하였다. 

총론 이후 각 인물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 분석과 평론이 이어졌다. 발표문과 토론문은 청중들이 직접 보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책자로 배부됐다. 발표를 하면서 발표자는 청중이 흐름을 따라올 수 있도록 설명을 덧붙여 서술하기도 했다. 각 주제가 끝난 뒤에는 질의응답시간이 있었다. 청중들은 자유롭게 궁금한 점이나 의문이 드는 점에 대해서 질문했다.

다소 딱딱하고 전문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도중 조명암이 작사한 한 가사가 눈에 들었다.

‘우연히 정이 들어 얽혀진 사랑을 네가 먼저 끊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가려무나 미련 없이 가거라 차라리 네 사랑에 혼자 미치마 세상을 바친대도 시들한 사람아 정이 식어가는 너를 어이 할쏘냐 가려무나 속 시원히 가거라 이왕에 속은 사랑 나도 버리마’

「청춘 야곡」이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노래와 같이 듣지 않아도 애절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대중가요다 보니 실연을 주제로 하고 있고 화자의 속마음을 단정적인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 노래를 찾아 들어보았다. 그 당시 유행하는 리듬이어서 왠지는 모르지만 작은 실소가 터졌다. 떠나가는 님에게 이 시를 써서 보내면 오래도록 잊지 못하게 만들 것 같다.

청춘들의 사랑에 대한 또 다른 가사가 인상 깊다. ‘사랑이란 쓰디쓴 한잔 술이냐 모르고 마신 술에 입맛이 쓰다 한바탕 속아볼까 한바탕 속여볼까 사랑이란 한 개피 성냥불이냐 불붙는 가슴속에 마음이 탄다 한바탕 사정할까 한바탕 떼나 쓸까 사랑이란 꽃피는 가시밭이냐 모르고 달려들어 울고 말았다’ 「사랑은 가시밭」가사이다. 사랑했던 심정을 여러 가지 비유로 표현해 내고 있는데, 하나하나가 가슴 속 깊은 감흥을 주는 표현이었다.

심포지엄은 다소 참석자들의 연령이 50대에서 70대까지로 높은 편이었다. 기자도 문학계에 관심이 있는 터라 나중에 그들과 비슷한 연배가 되었을 때 그때까지 문학에 대해 공부하여 심포지엄에서 오가는 대화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길 바라는 마음이 내심 생겼다. 심포지엄은 작가에 대해서 학술적으로 심도 있는 연구 내용을 직접 듣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익한 기회였다. 문학 관련 전공을 하고 있는 학생이 참석한다면 개인의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자리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연희문학창작촌 야외무대에서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_홍아란 기자 dkfksmini@catholic.ac.kr
<문학의 밤>

문학이 울려 퍼진 그 곳, 그 시간  

 

문학의 밤은 심포지엄과 다르게 문학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아도 참석해도 좋은 시간이었다. 장소는 연희문학창작촌 야외무대였다. 공연 장르는 낭독과 마임/해설/낭독과 퍼포먼스/낭독 드라마/자유 낭송/라디오 디제이 로 구성됐다. 문학 작품이 시와 시조가 대부분이어서 낭송만 하는 줄 알고 왔는데 낭송 이외에도 시각, 청각으로 다양하게 문학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김동리의 단편소설「역마」는 낭독과 마임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배우 이정훈의 표정과 몸짓이 살아있는 것 같이 생생했다. 그 자리에 있던 60여명의 관객이 모두 집중하여 관람하게 하였다.

김현승 시인의 막내 딸인 피아니스트 김순배가 인터뷰한 영상을 상영하고 난 뒤, 그녀가 직접 무대에 서서 아버지의 시를 낭독하였다. 연희동 도심 속 작은 숲 속 그녀의 목소리가 퍼지니 잠시 세상과 고립 된 느낌을 받았다.

낭독 드라마는 분위기를 한 층 더 깊어가게 만들었다. 박계주의 장편소설「순애보」의 일부분을 낭독하였는데 연기를 한 배우들은 소설 속 장면을 보듯 실감나는 목소리 연기를 보여주었다.

기자의 또래로 보이는 젊은 시인은 시를 거꾸로 읽어 색다른 느낌으로 낭독하였고, 또 다른 시인은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에 양명문의 시를 넣어 기타를 치며 노래했다. 재치 있는 가사와 시인의 행동에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남녀 춤꾼이 나와 애절한 감정을 연기한 2인무는 봄바람이라 하긴 조금 찬 밤바람을 느끼지 못 할 만큼의 열기를 보여주었다. 라디오 디제이 구성은 라디오에서 실제로 들리는 것처럼 디제이가 멘트를 하고 노래를 틀어주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나오는 노래는 조명암이 지은 대중가요였다. 관람객의 대부분이 50~60대 여성들이었는데 몇 분은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축하공연을 마지막으로 문학의 밤 행사는 끝이 났다. 비록 우리들에게 익숙한 문학작품들은 아니었지만 책을 통해 만나는 것보다 시각과 청각, 촉각을 통해 만나는 경험이 색달랐다.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는 해마다 열리고 있으니, 관심 있는 문학인이 대상이 된다면 참석을 해보는 것이 문학적 견문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전문적인 심포지엄의 참석이 부담스럽다면 문학의 밤 참석을 추천한다. 오감으로 다양한 문학작품을 느껴보는 시간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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