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없다. 대체 왜?
교수,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없다.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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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09 16:56
  • 호수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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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우리의 현실인 대학과 대학생의 노동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대학생의 아르바이트, 취업, 비정규직 등에 관한 기사를 다루기도 했으며 작년의 경우 노동절을 맞아 본교의 청소노동자·운수노동자등 교내 비정규 용역노동자들의 삶에 관한 기획기사를 담았다. 이번호 역시 노동절을 맞이하여 대학 내의 교수 및 직원 노동조합에 관한 기획기사 준비과정에 있었다. 취재 중 현행법상 ‘대학의 전임교원(이하 교수)은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의아스러웠다. 이에 초점을 맞춰 취재를 진행했다.

교수의 노동조합 결성에 관한 논의에 앞서 먼저 본교는 교수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현재 본교에는 교수협의회(이하 교협)가 존재한다. 학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교수 전자 우편을 통해 ‘학교 측이 교협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답변이 온 12명의 교수 중 2명을 제외한 10명의 교수가 ‘수렴하고 있지 않은 편이다’ 또는 ‘수렴하고 있지 않다’라 답했다. 협의회는 기본적으로 임의단체이므로 사용자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의견을 표출하기 힘들다. 교협의 존재를 모르는 교수도 있었다. 한 교수는 ‘총장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지난 번 총장은 의견을 수렴해서 반영하려고 했으나 이번 총장은 교협을 임의단체로 규정해 대화 자체를 않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대학 내의 교수 사회는 녹록치 않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나선 이들이 있다. 본보는 교협이나 기타 교수단체의 공식적인 형식이 아닌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을 결성한 교수노조의 홍성학 수석부위원장과 노중기 부위원장과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현재 노동조합이 아닌 여타 다른 형식의 단체로선 학교 측에 합법적인 문제제기나 정당한 교섭을 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이어 생존권 및 노동권 보장의 주체로서 기능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크게 △공공성을 지향하는 민주적인 대학운영 구조 △대학 자치와 학문의 자유 구현 △교육과 연구의 질을 향상 △교권과 교수 신분을 보장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대학 건설을 목표로 활동한다. 하지만 노동부는 현행법상 대학교수 노동조합 설립의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설립신고서를 꾸준히 반려해오고 있다. 때문에 교수노조 결성일인 2001년 11월 10일부터 현재까지 교수노조는 법의 보호를 받는 법내노조가 아닌 법외노조로 규정되어있다.

그렇다면 학교와 동등하게 교섭할 수 있는 노동조합 결성에 관해선 본교 교수들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까. ‘교수가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의 답변은 다소 갈렸다. ‘바람직하다’ 또는 ‘바람직한 편이다’는 의견은 4명, ‘보통이다’는 5명, ‘바람직하지 않은 편’이다 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3명이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답변으로는 ‘현대사회에서 임금을 받고 자신의 전문 능력을 제공하는 모든 직업을 노동이라 부른다. 따라서 교수가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다’라는 찬성 의견과 ‘(교수노조는) 교수가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니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교수는 학교의 운영 전반을 파악하면서 그 이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므로 교협 강화에 나서야한다’는 의견, ‘교수들은 개개인이 하나의 독립된 전문 단위이므로 직무상 연관성을 갖는 일반 제조업체 근로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정치적으로 한쪽 진영의 톱니바퀴 역할 정도를 하기 위해 만들어질게 뻔하다’, ‘교수는 노동자가 아니며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존엄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싶지 않다’라는 반대의견 등 다양했다.

그러나 교수노조의 입장은 ‘교수도 노조를 결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기구(OECD)중 교수노조가 합법화되지 않은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교수가 노동자로 인정이 된다면 원칙적으로 이들은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홍성학 수석부위원장은 “교수라는 직업은 헌법과 노동법에서 말하는 노동자에 속하는 직종이고,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는 각종 기본권의 주체이다”고 말했다. 대학교원은 대학에 고용되어 연구 및 교육 등의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대학에서 지급하는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자들이기에 임금노동자라는 것이다. 또한 ‘교수는 현실적으로 사용자인 국가나 사립학교법인과의 관계에서 복무상의 지시감독을 받고 있으며 근로조건 결정에 있어서도 열위에 있는 종속적인 지위에 처해있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교수를 노동자로 인정했다. 위원회는 2006년 ‘대학교수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며 의견을 표한 바 있다. 그 이유로 위원회는 △교수의 근로자성 인정은 헌법과 법률의 규정, 국제인권기준, 그리고 외국의 사례 등과 합치 △사회 여건의 변화로 인한 교수의 고용불안 및 노동조건 악화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 1999년 초·중·고등학교 교사의 노조를 합법화하는 ‘대한민국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2004년엔 공무원의 노조를 합법화하는 공무원노동조합특별법이 통과됐다. 교수는 이 두 집단의 속성을 반씩 갖고 있다. 교육노동자이자 공공부문(공무원)노동자인 것이다. 시대는 점점 노동자의 범위를 넓게 ‘인정’해가고 있다. 이제 초·중·고등학교교사와 마찬가지로 교수에게도 노조를 결성할 권리가 주어져야한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한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전공교수 정원문제, 전공 발전 방안을 학생대표만을 상대로 해서 논의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 대학 내에서 교수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고 앞으로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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