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된 과정, 그리고 동의 아닌 동의
무시된 과정, 그리고 동의 아닌 동의
  • 강기현(심리·3)
  • 승인 2009.11.12 00:30
  • 호수 1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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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체통

과정과 결과는 함께 가는 것이며 따로 분리할 수 없다. 학생들의 등록금은 학교와 학생 간 합의 과정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원리는 크게는 세금, 작게는 소규모 집단에서의 회비 등에도 적용된다. 이들의 공통적 특징이자 전제는 그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동의’에서 출발한다.

얼마 전 친구가 기숙사에서 사생회비 1만 원을 걷어갔다며 푸념했다. 그가 푸념한 이유는, 아무 설명도 없이 회비를 걷었다는 점과 설명은 고사하고 강압적인 분위기를 느꼈다는 점이다. 자신의 돈 한 푼 한푼을 어떻게든 합리적으로 사용하려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합리적 사고방식을 가로막는 구조적인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그 경직된 한 단면을 보자. 사생회비는 사생행사, 사생복지, 시설 관리 및 보수에 쓰인다고 한다. 동의한 바 없는 예산계획안이 사생회비 납부의 명분이 될 수 있을까. 또한 70% 가량의 납부율에도 기숙사 자체 행사와 운영비가 충족된다는 것은 사생회비를 7천 원으로 정해도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모두 납부했을 때, 사생회비 30%는 어디로 가는 걸까.

사생들의 무관심에서 징수된 사생회비는 어느새 관례가 되었다. 내년에 새로 들어온 사생들에게는 작년에도 걷었으니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사생들은 지금이라도 사생회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사용처에 알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기숙사 측에서는 사생들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당신들 돈으로 이뤄지는 행사에 동의하는가’를 말이다. 사생회비를 다시 돌려준 후,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 속에서 익명을 바탕으로 한 의견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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