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과 대중, 그 관계의 모호함
연예인과 대중, 그 관계의 모호함
  • 가대학보
  • 승인 2013.09.20 22:35
  • 호수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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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

  최근 TV프로그램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쉬’가 방송 2회 만에 녹화 중단됐다. 출연자인 연예인들의 잦은 부상과 안전성에 대한 비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일 연예인 이봉원씨가 다이빙 연습을 하던 도중 안면근육의 부상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봉원씨의 부상은 네티즌들사이에서 큰 이슈로 떠올랐고, 이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생겨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에도 인터넷엔 연예인들이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쉬에 참여해 보인 ‘리얼한’ 모습을 담은 기사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최근의 방송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이번 일이 현 예능 프로그램의 상황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에 참여하다가 부상을 입은 연예인들의 소식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MBC 일밤의 ‘진짜 사나이’다. 이 프로는 20대~40대의 연령층을 가진 남자 연예인들이 실제로 군대 체험을 한다는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이들은 실제 군분대를 방문해 유격부터 화생방 훈련까지, 고통스러운 체험을 모두 감수하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그리고 이 고통을 여과없이 카메라에 담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꾸며진 예능이 아닌, ‘리얼’그 자체라는 점이 인기의 핵심이다. ‘생존’을 테마로 삼은 SBS 정글의 법칙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tvN의 '렛츠고(古)'에서는 ‘심장이 뛴다’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노비라는 직업에 조선이라는 시간대까지 설정했다. 그리고 출연자들이 다양한 노비의 역할을 맡아 실제 조선시대 노비의 생활을 체험하는 모습을 담았다. 프로그램 참가자였던 연예인 유상무와 전혜빈은 "제발 이 프로그램이 정규편성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프로그램 참여의 고충을 털어놔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은 ‘체험’과 ‘고통’의 경계에서 출연자들의 ‘완전하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어쩌면 집착에 가까운 집중이다. '심장의 뛴다' 박휘선 작가는 "멤버들은 심각하지만, 시청자는 재미있는 것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일간스포츠 2013.09.06일자 “군인-소방관-경찰 ‘체험예능’ 봇물…노예 체험에 뺨도 맞아”기사 인터뷰)


  문제는 출연자들이 전문가도, 자원 참가자도 아닌 연예인이라는 점에 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대중에게 보여줘야 하는 모습은 어디까지인가. 대중이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PD들의 요구사항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받으며 대중 앞에 서는 연예인들. 온갖 공포증을 이겨내고 프로그램의 요구에 따르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으면 화제가 된다. 대중은 화려하고 다양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이면의 ‘실제’에 대해 알아야 한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추석을 맞아 ‘아이돌육상대회’에 참여한 아이돌들의 촬영현장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장대높이뛰기부터 양궁까지, 이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연예인들의 모습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대중에겐 ‘다양해진 볼거리’겠지만, 연예인들에겐 ‘다양해진 요구사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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