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최자, 박근혜
설리, 최자, 박근혜
  • 가대학보
  • 승인 2013.10.0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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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

  9월 26일 목요일 연예계에서 열애설이 줄줄이 발표됐다. 오종혁과 티아라의 소연, 다이나믹듀오의 최자와 에프엑스의 설리, 정경호와 일반인 여자친구, 그리고 인피니트의 엘과 일반인 여자친구이다. 여론은 하루에 한 건도 나오기 쉽지 않던 열애설이 4건이나 발표되니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공교롭게도 열애설이 검색어로 올라온 시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노령연금 축소’ 안을 발표하고 얼마 후였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됐다.

  첫 번째는 박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점을 열애설로 덮으려고 했다는 의견이다. 박 대통령은 선거 핵심공약으로 모든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 공약의 대상을 하위 70%에게 차등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현 정부의 발표 안을 보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년 늘어날수록 기초연금이 만원 씩 줄어든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어도 손해를 안 본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제공하는 기초연금이 줄어드는 것이지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늘수록 수령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한 금액은 어쨌든 늘어난 셈이다.

  위와 비슷한 세 가지의 사례가 있다. BBK사건이 불거졌을 때 서태지와 이지아의 이혼이 보도됐다.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때에는 축구선수 박지성과 김민지 아나운서의 열애설이 발표됐다. 또한 국정원 대선 댓글개입 사건 때에는 원빈과 이나영의 열애설이 있었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연예계의 기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의견은 열애설이 터질 때 공약이행이 안 됐던 것이 아니라 열애설이 발표되고 대중들이 공약과 연관 짓다보니 공약이행이 안 된 점이 확인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열애설이 발표된 26일(목)에는 SNS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대선 10대 공약 이행상황’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공약 중 ‘군복무 18개월 단축’ 항목에 대해 올해 초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된다”고 했다. 이로 인해 군복무 단축 공약은 사실상 폐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즉, 박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점을 덮기 위해 열애설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우연의 일치라는 의견이다. 만약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올해 초부터 군복무 단축 공약이 사실상 폐기됨에 따라 열애설이 발표됐어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위의 의견처럼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이 같은 오해를 불러 올 수도 있다. 의혹에 그치긴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은 우연의 일치 치고는 이상하리만큼 시기가 일치한다. 정치권에서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연예계에서는 특종기사나 이슈들이 나와 실시간 검색순위나 사람들의 관심을 돌려놓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사실 이 시점에서 뉴스소비자의 태도가 중요하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자극적인 소재에 관심을 두게 된다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 합리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대중이 이슈에 휩쓸리지 않게 된다면 아무리 거대한 ‘음모’라도 대중을 움직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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