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복지의 전환점을 찾다
대학 복지의 전환점을 찾다
  • 허좋은 기자
  • 승인 2009.11.12 10:15
  • 호수 1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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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대학 생협의 현주소

“학교 매점의 수익이 학생들의 장학금이 된다.” 간혹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김밥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 생활협동조합(생협)의 이야기다. 대체 생협은 뭐고 대학 생협은 뭔데 매점 수익이 학생들의 장학금이 되냐고?

생협은 한 사회의 구성원(조합원)들이 출자를 해서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해 조합원들에게 적정한 가격에 판매하며 잉여금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는 소비자협동조합의 형태를 띤다. 유럽에서 시작된 이것은 8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되었다. 주로 먹을거리를 소비자-생산자 직거래 시스템을 이용해 복잡한 유통마진을 없애 저렴한 값에 조합원들에게 공급하려함이 큰 이유였다. 농산물시장 개방과 안전한 먹을거리 문제가 대두된 최근에는 친환경 농산물을 비롯한 친환경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생협 매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대학사회에도 생협이?

1988년 서강대에 최초로 소비자협동조합이 결성(92년 해산)된 이후 90년 조선대, 94년 연세대 등 현재 20여개 대학에 생협이 운영되고 있다. 대학 생협 역시 학내 구성원인 교직원과 학생들의 출자로 자본을 마련해 점포를 마련하고 물품을 구매해 구성원들에게 판매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다른 상업시설은 이윤이 생기면 고스란히 외부로 나가는 것과 달리 생협의 잉여금은 학생 장학금과 교수 연구기금, 조합원들의 문화활동에 투자하는 형태로 조합원들에게 재 투자된다. 또한 매년 조합원들에게 수익에서 일정 비율을 배당금으로 돌려준다.

또한 조합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도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생협 조합원에게는 출자금과 상관없이 1인 1표의 권한이 부여 되지만 모든 조합원이 참여하는데 무리가 있어 대의원회의가 그 역할을 위임 받는다. 보통 교원과 직원, 학생들이 비슷한 비율로 대의원회를 구성해 생협의 주요사업들에 대해 결정을 내린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운영과정이 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 생협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교 측의 지원이 키를 쥔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조합원과 직영 매장을 운영하는 연세대 생협 김두호 과장은 “학교 측에서 매장 임대료를 받지 않는 대신 우리가 학생들 장학금을 낸다. 비품들도 많이 구입해준다.”며 학교 측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연세대 생협은 1983년 총학생회가 자치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자판기와 학생회관 매점의 직영사업으로 시작됐다. 90년대 초반 구내서점과 잡화점 등을 직영화한 후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94년 생협을 결성했다. 현재 연세대 생협은 각 건물별 매점과 자판기를 포함해 사진관, 복사점, 서점, 커피전문점 등 13곳의 직영매장과 세곳의 구내식당을 비롯해 안경점, 여행사 등의 9곳의 위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조합원 수도 2만 7천여 명에 이르며, 연매출은 무려 165억 원에 이른다.

 

대학 생협, 조합원 복지 이상의 목표를 향해

생협의 기본 취지는 조합원의 복리증진이지만 최근에는 지역농가 살리기, 식량주권, 환경 등 공공의 복리증진을 또 다른 목표로 삼아 대안적 소비 공간을 지향하고있다. 그러나 연세대 생협은 큰 규모와 그만큼 조합원들에게 돌려주는 혜택은 많지만 그 이상의 무엇은 없어 보인다. 일단 환경문제와 관련이 큰 구내식당만 봐도 모두 LG아워홈에 임대해주어 직접적인 관리에서 벗어나 있다.

이런 점에서 원주의 상지대 생협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지대 생협 직영 식당의 주요 식재료는 인근 농가에서 나는 친환경농산물을 공급받아 운영하고 있다. 상지대 생협의 박영수 학생위원장(경제∙)은 “지역농민과 연대의 일환”이라며 근처 호저면 등지에서 식재료를 사온다고 한다. 친환경 농업을 하는 지역농가도 살리고 유기농 식자재로 급식을 하니 1석 2조인 셈이다.

생협의 특성상 조합원이 없다면 운영이 불가능하다. 박 학생위원장은 “대학 생협모임을 가면 어느 학교든 다 조합원 모으기가 힘들다고 그런다”며 어려움을 표했다. 그는 “생협을 설립하면서 벽보를 붙이며 홍보를 했지만 초기에는 교수와 직원들 정도만 가입을 할 뿐이었다. 2007년부터 등록금 고지서 옆에 따로 가입신청서를 붙이자 그때부터 매해 6백여 명씩 가입하고 있다”며 상지대식 조합원 모으는 비결을 전했다. 어렵게 조합원들을 모아도 생협이 자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연세대, 조선대 등 몇몇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생협은 조합원 수가 2천여 명 수준이거나 그 이하다. 적은 조합원수와 학내외 다른 상업시설과의 경쟁 속에 수익을 내기 어려워 자생하기까지는 보통 5~6년이 걸린다고 한다.

박 학생위원장은 “생협은 다른 사업보다 자생가능 시점까지 기간이 길다. 처음에 학생들에게 (복지 차원의)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힘들었다”며 초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생협은 시작하는 것도 운영하는 것도 힘든 사업이다.

그러나 구성원의 복리증진과 대안적 소비를 향한 의지만 있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 할 수 있다. 건물별 매점을 비롯한 각종 직영매장만 13곳을 운영하는 연세대 생협도 시작은 자판기 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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