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책무는 강의에서부터
지식인의 책무는 강의에서부터
  • 허좋은 기자
  • 승인 2009.11.12 10:51
  • 호수 1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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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 본교의 비판적 지식인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교수의 사회 참여는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끈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그런 교수의 모습이 TV 속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에서, 신문의 기고 등을 통해서 보인다. 그 모습 속에는 평소의 소신대로 정치권이나 기업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기도 하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그 속에 날카로운 칼을 숨겨 놓는 재치가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본교 학생들의 눈에는 아직 교수의 적극적 사회 참여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도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잘 없고 사실 본교 역시 지속적으로 매스컴에 노출되는 정도의 사회 활동에 나서는 교수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장현정(국어국문∙) 학생은 “전공 교수님들 외에는 잘 모르니까 부러 찾아보지도 않는 이상 모르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교수들이 사회 참여를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환경 분야의 사회운동을 하는 이시재(사회) 교수가 환경운동연합의 공동대표로, 노동 분야의 조돈문(사회) 교수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안병욱(국사)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의 은폐된 진실을 밝히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정계에 진출한 교수로는 손숙미 교수(식품영양)를 꼽을 수 있다. 작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그는 현재 휴직을 하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시민사회단체에 참여를 하거나 개인 자격으로 사회를 향해 쓴소리를 하는 교수들이 있다.

비판적 지식인의 모습은 교내에서부터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사회 참여가 꼭 교외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내에서도 학생들과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을 나누며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인문∙사회과학 계열은 학문의 특성상 강의 중 자주 사회 문제를 언급할 수 있다. 이소중(사회∙) 학생은“강의식 수업보다 사회 문제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함께 생각하는 것이 더 좋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에서는 더 나아가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 중립적인 양 행세하는 것 보다는 더 낫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세진(사회∙4) 학생은 “‘진리’를 위장 할 수 있기 때문에 강단에서 비정치적인 양 행세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공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강의 중 사회 문제를 거론하는 교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정재영(가명, 정보통신∙3) 학생은“정권이 정권이니 만큼 말을 아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 문제와 많이 연관된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그것이 실종되어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신승환(철학) 교수는“경제학이나 경영학의 경우 객관적인 수치 계산도 지식이지만 부의 불평등이나 되물림의 문제, 더불어 사는 사회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으나, 그런 면에서 “우리학교는 별로 희망이없다”며 시장 논리만을 가르치는 본교의 경제∙경영학 강의를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는 본교뿐 아니라 타 학교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사회과학 교수들이 신자유주의의 본산인 미국 박사 출신이기에 그런 것이다. 비주류경제학자인 장하준(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세계적인 학술지《Cambridge Journal of Economics》의 편집위원이었음에도 서울대 교수 임용에 세 번의 고배를 마셨던일화를 가졌을 정도 한국 사회과학계는 미국 주류 학자 비중이 높다. 우리 사회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회 문제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한 분야의 전문 지식인인 교수 집단이 입을 다물고 외면한다면, 그것을 배우는 학생들은 사회의 한쪽 단면만 바라 본채 다른 면은 볼 수 없는 ‘학문적 외눈박이’가 될 수밖에 없다.

교수의 사회 참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교수에게 학생들과 만나 강의를 하는 것부터가 사회 참여다.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강단에 섰을 때, 비판적 지식인의 자세로 학생들에게 먼저 문제를 제기하며 함께 고민하도록 할 때, 그것이 바로 비판적 지식인의 사회 참여가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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