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대표자님들, ‘전학대회’ 떳떳하셨나요?
학생 대표자님들, ‘전학대회’ 떳떳하셨나요?
  • 허좋은 기자
  • 승인 2009.11.12 11:06
  • 호수 1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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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전학대회에서 드러난 학생 대표자의 문제

 

학생 대표자가 과연 일반 학생을 대표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학생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제기될 법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공론의 장에 드러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9일(금)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상정된 안건이 부결되는 과정에서 일부 단위의 영향력 있는 인사의 압력으로 해당 단위에서 무더기 반대가 나왔다는 의혹이 바로 그것이다. 논의 없는 다수결에 의혹 제기돼 이날 전학대회에서 안건으로 발의된 학부 학생회비 세부공개 및 중앙감사위원회(이하 중감위) 감사 시행안이 재석인원 103명 중 가결이 가능한 과반수에 못 미치는 49명의 찬성으로 부결되었다. 일반 학우의 학생회비 관심재고와 학부 학생회비의 투명성 확대를 목적으로 발의된 이 안건에 대해 당시 ‘처벌인가, 회수인가?’, ‘언제부터 시행되나?’ 정도의 질의 외에는 별다른 토론이 없는 상태였다.

전학대회가 끝나고 3시간가량 지난 10일 0시 40분, 총학생회(이하 총학) 홈페이지의 익명게시판에 ‘전체학생대표자회의-우리 모두 반성합시다.-’라는 글이 올라와 당시 상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덮어질 뻔 했던 이 사건이 외부로 드러나게 되었다. 이글은 영향력 있는 인사가 다른 학생들에게 찬성을 뜻하는 의결권을 들지 못하게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소위 우두머리라고 해야 하나. 그런 분들이 “야. 들지마 들지마”하는 모습이 참 웃겼습니다”라며 당시 상황의 분위기를 전했다. 뒤이어 “선배의 눈치를 보면서 제 의견 하나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 친구들이 안타까웠습니다”라며 집단의 거수기로 전락한 저학번 대표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해당 글은 접속자 수가 많지 않은 총학 홈페이지에 게시(12일 오후 1시 현재 조회수 25회)되어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11일 11시 40분‘, 가톨릭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이하 가좋사)의 한걸음 봉사실 게시판에 누군가 글을 옮겨오면서 다수의 학생들(같은 시간 조회수 586명)에게 알려지고 있다. 가좋사에 올라온 글을 본 학생들은 댓글을 통해 ‘학부가 비리가 많아 감사해야한다’, ‘10학번 후배님들에게 학생회비를 내지 말라고 해야겠다’는 등 이번 부결사건 의혹은 물론 학생회비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진정 학생을 대표하는가? 대표라는 이름만 있는가?

한편 전학대회의 기타안건 발의에서 단대장과 총학회장에 한해 ROTC(학군단)의 출마를 금지하도록 하는 제안이 나왔다. 한종태(사회∙3) 사회과학부장은 단대장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ROTC라는 이유로 학생권리찾기운동에 불참하고 단대장직에서 물러난 박승원(경영∙4) 사회대 전 단대장을 거론하며 “ROTC 출신이 총학회장직과 단대장직에 한해 출마를 금지하도록 선거 세칙을 개정을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김 총학회장은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지 않느냐”며 제안에 대해 입장을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총학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학교의 짧은 ROTC 역사상 아직 지켜보아야 하지 않겠냐”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 문제에 대해 해당 당사자인 박승원 전 단대장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ROTC 신분으로 정치적 중립을 표명해야 한다. 후보자 시절 공청회에서 이를 분명히 밝혔고 이는 유권자들이 선택할 문제”라며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명했다.

전학대회나 학생 대표자들과 관련해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본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의 전학대회는 올해 1,2 학기 모두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어 현 총학 임기 내에 전학대회가 한 번도 열지 못한 불명예를 안았다. 조선대는 지난해 11월 총학선거에서 한 단대의 부정선거로 인해 전체 학생 투표율이 선거 효력 발휘가 가능한 과반에 못 미침에 따라 총학선거 자체가 전면 백지화가 되는 파행 끝에 올해 5월이 되어서야 총학회장을 배출하게 되었다. 또한 다수 학생회 선거가 단독후보 출마로 찬반투표가 되는 경우가 많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그마저 투표율 미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전학대회는 학생 대표자들이 ‘진정 학생들을 대표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져주었다. 그들이 진정 학생들의 의사를 대변하는지, 아니면 자기 집단의 이익과 치부에 관련된 법안에 거수기가 되는 기성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는 지, 책임지지 못할 직책을 덥석 맡아버리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드러냈다. 이는 단지 일부 대표자들에게 국한된 것일 수도 있으며 진정 학생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일하는 대표자들도 존재한다. 학생들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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