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하는 것이 해결책의 전부인가
'폐지'하는 것이 해결책의 전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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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06 13:56
  • 호수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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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드라마를 보고 있던 2월 17일(월) 오후 10시 10분경 갑작스럽게 드라마가 중단되고 긴급속보가 전해졌다. 속보의 내용은 경주에 위치한 코오롱 마우나오션 리조트의 강당이 붕괴돼 그곳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즐기고 있던 부산외대 학생들이 매몰됐다는 내용이었다. 5분가량의 짧은 속보가 방송되고 타 방송에서도 일제히 부산외대 사고를 특집으로 보도했다. 인터넷 상에서는 사고와 관련된 단어들이 인기검색어로 줄을 이었다.

이날 사고로 10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치는 결과가 일어났다. 이에 따라 문제점이 보름이 지난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폭설로 강당에 상당량 쌓인 눈으로 지붕이 내려앉음, 학교 측의 반대로 학생회의 단독 오리엔테이션 진행, 부실공사로 인한 리조트의 붕괴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던 와중 2월 19일(수)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학생회에서 단독으로 시행하는 오리엔테이션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폐지’이야기는 비단 이번 부산외대 사고에서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지난 해 7월 18일(목)에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에서 사고가 일어나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도 얼마 있지 않아 교육부에서 사설 해병대캠프에 초?중?고등학생의 참가를 금지시키고, 해병대 사령부에서는 해병대 캠프의 상표 등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사설 해병대 캠프 폐지에 관한 내용도 오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또, 당시 해병대캠프 사고로 시끄러운 와중에 연예병사제가 폐지되는 일도 일어났다. 지속적으로 문제시 되던 연예병사제가 상추, 세븐, 비등 일부 연예병사들의 안마시술 논란으로 커지자 전면 폐지된 것이다.

이렇듯 큰 사건, 사고 뒤에는 꼬리표처럼 폐지라는 단어가 당연한 듯이 따라온다. 마치 사고가 일어나기를 기다린 것처럼 말이다. 물론 사고가 일어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폐지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충분히 위험성을 파악하고 대처하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고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수습하려 한다는 것이다. 위의 세 가지 사례도 사전에 충분히 위험성에 대해 말이 나온바 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항상 사건발생 후에 나온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두 번째는 폐지만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는 안일한 태도에 있다. 결점을 잠시 숨긴다고 해서 결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잠시 숨길뿐이다. 앞서 말했듯 폐지를 하는 것이 하나의 문제해결의 방법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폐지를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대책 또한 필요하다. 단순히 임시방편으로써의 폐지를 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의미로 ‘폐지’라는 단어가 사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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