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증 없는 심증
물증 없는 심증
  • 가톨릭대학보
  • 승인 2014.04.02 17:49
  • 호수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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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궐 총 선거 때문인지 학교가 들썩들썩하다. 조용했던 가톨릭대에도 바람이 부는 걸까. 보궐선거여서 준비기간이 길었던 탓인지 총학생회와 사회과학대, 총동아리연합회 모두 경선이다. 사람들이 경선을 반기는 이유 중 하나는 대표를 뽑을 때 찬성과 반대 둘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후보를 비교하면서 뽑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두 후보를 공정하게 비교하는 방법은 공약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정책토론회가 그 장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학교 학생들은 관심만 있을 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듯하다. 정책토론회에는 항상 스무 명 남짓한 인원만 머무를 뿐이다. 그마저도 선관위 위원들이거나 학생회 사람들이다. 정책토론회 안에서 일반학생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늘 그랬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니 어느새 질문시간이 다가왔다.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해서 질문하는 시간이었다. 양 후보자들 간에도 질문이 오가지만 방청객들의 질문도 받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던 중 이상함을 감지했다.

기호 1번 후보자들에게는 질문이 몰리는 반면 기호 2번 후보자들에게는 이상하리만큼 질문이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기호 1번 후보자들의 공약이 부실하거나 의문점이 많아서 그랬을 경우도 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공통점을 알아차렸다. 기호 1번 후보자들은 학생회 경험이 별로 없거나 아예 없는 집단이었고, 기호 2번 후보자들은 바로 전년도 까지 학생회 경험이 있는 집단이었다. 그래서일까 질문자들의 대부분은 작년 학생회 활동과 관계있는 학생들이거나 후보자들의 지인이었다.

수사 드라마를 보면 수사관들은 종종 이런 대사를 하곤 한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아쉬워한다. 99% 확신 하지만 1%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필자도 그 자리에서 그 상황을 보고만 있었다. 이의제기를 하기도, 의문점을 제시할 수도 없었다. 99%의 확신이 있었지만 1%의 확실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을 보고 ‘입장차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면 한쪽으로 쏠렸다고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다. 경선의 장점인 학생들이 후보자들을 ‘공정하게 비교’ 할 수 있는 권리가 다른 권리에 의해서 묻힌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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