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드냐구요? 내 자식 같으니까, 집 청소보다 열심히 하게 돼요
힘드냐구요? 내 자식 같으니까, 집 청소보다 열심히 하게 돼요
  • 배도현 기자
  • 승인 2014.08.06 12:58
  • 호수 2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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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청소노동자의 일상

▲니콜스관 3층이다. 이 넓디 넓은 공간을 담당하는 사람은 단 한사람. 7시간 30분 동안 혼자 일하고 있다.

‘청소부≠단순고용인. 우리의 어머님 아버님입니다’. 언제인가 여자화장실 마크 위에 붙어져 있었다. 나에게 먼저 물었다. 언제 감사했었는지, 존재를 인지는 했었는지. 이후 학교에 말하고 싶었다. 어떤 환경·근무 조건 속에서 일상 속을 살아가고 계시는지, 우리의 일상 속에서 그들의 일상을 잊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렇게 시작했다. 식대가 없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 매년 재계약이 이뤄지는 구조라 요구가 불리한 환경 등을 다루고자 했다. 10시간 동행, 그 공간을 휘감았던 순간을 담아냈다.

쌀쌀하다. 한 없이 적막하다. 간혹 터벅터벅···걷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작은 움직임마저 공기를 휘감아 들려온다. 6시 20분 적막함을 깨는 발걸음이 들린다. 한 분씩 출근하기 시작했다. 먼저 강의실에서 숨을 골랐다. 괜히 다가갔다가 피하실까봐 7시까지 숨죽여 기다렸다. 7시,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청소 노동자분들이 나오는 틈을 타 취재경위를 설명하며 동행을 부탁했다. 청소노동자 A씨는 ‘소장님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허락 후 취재하길 요구했다. 여러 난관을 애초에 예상했던 터라 담담하게 본교 청소 용역 업체인 ‘삼구아이앤씨(이하 삼구)’ 소장에게 취재경위를 설명했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동의를 받은 후 본격적으로 취재를 할 수 있었다. 
 
7시 출근…?

  오전 7시부터 강의실을 쭉 돌면서 쓰레기를 수거한다. 강의실을 처음 맞이하는 발걸음이 바쁘다. 오전 9시까지 쓰레기를 수거해가기 때문에 그 전에 가져다 놔야 한다. 쓰레기봉투에 유달리 손이 많이 갔다. 일반쓰레기/ 캔 봉투를 사이에 두고 손이 바삐 오간다. 분리수거가 안 되어 있으니까 하나하나 분리하느라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청소노동자 B씨는 보통 6시 10분 출근한다. 4시 30분에 기상해 5시에 밥을 먹고 온다. B씨는 “화~금요일은 바쁜 날이다. 6시 30분까지 자발적으로 출근해야 9시 전에 쓰레기를 내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1시간 30분의 점심시간을 제외한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한다. 사실상 7시에 맞춰 출근하는 노동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쓰레기와의 전쟁

  쓰레기를 수거한 이후에는 정신없이 바빠진다. 바닥을 비롯해 맡은 화장실까지 쓸고 닦아야 한다. 소변기 안에 있는 껌을 떼고, 변기를 청소하고, 거울·세면대를 닦는다. 기한 지난 대자보도 일일이 확인하여 떼면서 바닥을 닦으며 쓰레기봉투를 정리한다. 학생들이 붐비기 시작하는 1교시 전까지는 맡은 구역은 끝내려고 쉬지도 않고 움직인다. 장갑과 고무장갑을 둘러싼 팔에 땀이 벌써 흥건했다. 특히 화장실은 청소를 하고 휴지를 비워도 복도를 닦는 사이 더러워질 수 있는 곳이다. 끊임없이 화장실을 청소했다. 청소노동자 C씨는 “쓰레기와의 전쟁이다”며 “그럼에도 보람을 느끼고 뿌듯하다. 학생들이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 더럽다는 마음으로는 청소 절대 못 한다”고 말했다.

계단-다치는 것은 한 순간

  강의실 청소와 쓰레기 봉투 정리 및 복도·화장실 청소를 하고 나니 1시간 40분 가량이 흘렀다. 8시 44분, 이제 겨우 2시간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진이 다 빠졌다. 그 사이 청소노동자는 계단을 닦고 있었다. 계단 바닥, 기둥, 모서리까지 일일이 닦았다. 다만 위태해 보였다. 계단을 닦을 때,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는데 자칫 잘못해 헛디디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것만 같았다. 뒤로 내려가야 하기에 방향성을 잃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실제 청소노동자 C씨는 "다치는 것은 한 순간“이라며 안전을 당부했다.

아침에 주먹이 안펴지는 이유는?

  1교시가 시작했다. 소리는 거짓 없이 들려온다. 새벽과는 다른 고요함 속에 복도에는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청소용품 움직이는 소리가 오간다. 청소 노동자 A씨가 청소용품을 밀면서 천천히 가기 시작했다. 수업하는데 시끄러우면 안 되니까 조금이라도 조용히 다니려고 몸을 낮추셨다. 
  9시가 넘어가니 복도가 남았다. 드넓은 공간을 혼자 닦으셔야 한다. 쉬는 건 사치일 뿐. 그렇게 30분이 지났다. 따라만 다녔는데 등과 배가 붙은 느낌이다.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 힘드시지 않냐고 물어봤다. 청소노동자 D씨는 “아무래도 많이 힘들다. 손목이 아프고 엄지와 검지 사이가 아프다. 직업병인 것 같다. 아무래도 손에 힘을 주면서 반복적으로 노동하니까···”며 말을 흐렸다. 옆에 있던 청소노동자 E씨는 “아침에 주먹이 안 펴진다. 일부러 자면서 주먹을 쥐고 자려고 애쓴다. 주먹이 안 줘지니까. 사실 병원 다닐 사람은 많은데, 개인 사비로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계약하는 계약직인 만큼 산업재해 보상을 요구하기에는 미래가 두렵다는 것이다.
 
쉴 시간, 쉴 공간도…어디에 있나

  청소 시작한지 3시간 째. 복도 청소까지 마무리했다. 조금 쉴 줄 알았는데, 다시 분리수거 작업을 하신다. 이번에는 남자화장실이다. 세정제가 떨어져 채웠다. 간 김에 소변기 청소부터 휴지통 비우기까지 다시 한다. 분명 1시간 전에 청소했는데 금방 더러워졌다. 복도를 다시 지나가려는데 포도 주스가 바닥에 뿌려져있다. 다시 닦는데 옆을 보니 껌도 붙어져있다. 쉴 시간이 없었다.
  10시 10분. 드디어 쉬신다. 어디에서 쉬는지 궁금했는데 공간은 없었다. 그저 학생들 공부할 때, 잠깐 구석에 서서 커피 타먹는 정도다. 서서 같이 홀짝였다. 아침을 먹지 않은 터라 뜨거운 온도가 배 속까지 전달됐다. 때마침 아까 보관한 팝콘 과자가 있었다. 청소노동자분들과 함께 뜯어서 먹었다.

휴지는 휴지통에…

  다행히 오늘이 연휴가 지난 뒤라 그나마 한가하다고 했다. 기회를 틈타 솔직하게 물어봤다. 이렇게 힘든 일을 지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뭐냐고. 청소노동자 B씨는 “부모라서 이 일이 재밌다. 다 내 자식 같고 아이들 같으니까. 더 깔끔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사실 집 청소보다 더 열심히 한다”고 웃으며 토로했다. 최근 한 달 전 ‘청소부≠단순고용인. 우리의 어머님 아버님입니다’라는 문구에 감동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 현장실태는 청소노동자의 마음에 못 미치는 듯 했다. 휴지는 휴지통에 있지 않았고, 분리수거 역시 제대로 분리해놓지 않았고, 재떨이가 있음에도 담배꽁초는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등 어수선한 모습들이 보였다. 

식대가 없다

  점심시간 3분 전까지 화장실 휴지를 교체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등 바빴다. 아침도 먹지 않고 동행한 터라 밥이 먹고 싶었다. 정작 노동을 하지 않은 기자가 이러할지 언대 청소노동자들은 어떠할지, 상상만 했다. 
  본교 청소노동자들의 점심시간은 11시 30분부터 1시까지다. 식대가 없다. 밥값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쌀이 나온다. 반찬, 국물 등 나머지는 개인 몫이다. 밥 짓는 당번을 정해 밥을 하며 각자 반찬을 가져오는 것이다. 청소노동자 A씨는 김치에 장아찌, 고추절임을 싸왔다.
  점심시간이 끝난 뒤 정기 미팅이 있었다. 1시부터 1시 15분까지 삼구 소장과 청소노동자들이 만났다. 원래 매주 월요일마다 존재하는데 황금연휴로 인해 오늘 하게 됐다. 간단히 생일선물 챙겨주고 조심히 안전하게 일하자는 말이 오갔다.

오늘은 6봉지 2박스

  미팅이 끝난 후 다시 분리수거 작업부터 시작했다. 먼저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모으는 작업을 다시 했다. 아, 그런데 누군가 아메리카노를 두 잔이나 안 먹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 원액으로 인해 비닐봉지가 다 젖었다. 이렇게 되면 여러모로 힘들다. 비닐봉지가 다 젖어 다시 갈아치워야 하고 번거로워 지는 것이다. 다행히 오늘은 평소보다 쓰레기양이 적다. 원래 오후에 3~4개 정도의 쓰레기봉투가 나오는데 오늘은 두 개밖에 안 나왔다. 황금연휴 덕분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분리수거는 기본에, 정수기 아래 신문을 깔아야 하고, 다시 복도를 닦아야 하고, 화장실 청소는 계속되어야 하며, 창틀도 닦아야 한다. 매일매일 하는 일이지만 고된 일임에 분명했다. 마무리는 강의실 점검이다. 빈 강의실 곳곳에 들어가 쓰레기를 주웠다. 동시에 책상 줄도 맞추며 빈 강의실을 정리했다. 오늘은 총 6봉지에 2박스만 나왔다. 평소 쓰레기양의 절반 정도라고 한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보낸 하루가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청소노동자 C씨는 “학교를 제외한 다른 청소 일은 못할 것 같다. 학생들을 통해 보람차다”고 마음을 전했다. 불그스름한 햇살이 허리로 저무는 시점, 국제관 지하 1층에서 전자시스템을 통해 퇴근했다. 아침을 열어갔던 사람들의 하루가 이렇게 또 저물어갔다. 

5월 7일(수)은 날씨가 참 좋았다. 살랑살랑한 바람이 피부를 스쳐갔다. 창틀도 조용히 요동쳤다. 창틀로 보이는 나무가, 꽃이 참 예뻤다. 연신 ‘맑다, 날씨 봐’라는 말이 튀어나왔지만 청소노동자 분들은 ‘쓰레기가 여전하다’며 연신 창틀을 닦으셨다. 내가 그들의 삶을 읽지 못한 탓일까. 창틀을 닦는 뒷모습을 통해 그들의 삶을 걸을 수는 없었을까. 그렇게 덜커덩거리는 창틀을 다시 바라보니 웅성대는 강의실 소리가 들렸다. 그 웅성대는 소리가 묵묵히 창틀을 닦는 소리를 메웠다. 문득 궁금해졌다. 강의실에서는 이 소리를 기억하고 있을까. 아니 들을 수는 있을까. 용역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책임을 빙자하여 모른 척하는 미카엘관에 계시는 총장은, 시스템 문제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용역업체는 귀 담아 듣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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