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시간에 교수님 대신 조교가?
시험시간에 교수님 대신 조교가?
  • 익명
  • 승인 2014.08.06 13:25
  • 호수 2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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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치러 들어간 강의실에서 낯선 사람이 교탁 앞에 서있었다. 그 사람은 교수님 대신 우리에게 시험지를 배부하며 시험 시작을 알렸다. 매주 그 시간에 뵙던 교수님을 그날은 볼 수 없었다. 그날 본 시험은 객관식 30점과 주관식 70점으로 총 100점 만점이었다. 50분 동안 15개의 객관식 문항을 풀고, 11쪽에 달하는 클라이언트와 사회복지사가 상담한 녹취록을 듣고 인테이크지를 작성하는 주관식 문제를 풀어야 했다. 그런데 주관식 문항이 조금 이상했다.

시험문제의 녹취록과 작성해야할 인테이크지의 기본 틀이 상이했다. 녹취록에는 클라이언트가 교회를 다닌다는 정황이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인테이크지에는 클라이언트의 종교를 기입하는 부분에서 무교라고 기재돼있었다. 또한, 녹취록 첫 부분에서 나온 클라이언트의 아들 이름과 중반 부분에서 나온 클라이언트의 아들의 이름이 달랐다. 이것을 확인한 학생들은 당황했으나 시험 시간에 교수님이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볼 수 없었다.

교수님은 중간고사 이후 첫 수업시간에 이 문제와 관련해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태도를 시종일관으로 보였다. 먼저, 클라이언트의 종교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인테이크지 양식을 작성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기입했다’는 답변을, 클라이언트의 아들 이름이 바뀐 부분에서는 ‘가명으로 편집과 짜집기하는 과정에서 그만 실수가 나왔던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 실수 뒤에 흔히 하는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모습만 보일뿐이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시험 뒤 첫 수업에서 보인 교수님의 태도가 아니다. ‘해당 시험 문제를 출제한 교수가 시험 시간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험 시간 당시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었고, 시험 뒤 첫 수업시간에 해당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시험시간은 수업시간의 연장선상으로 학생과 선생의 약속된 시간이다. 이 약속을 저버린 해당 수업의 교수는 자신이 부재했던 그 시간에 발생한 문제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물론 사정이 생기거나 시험 당일에 오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면 학생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어야 하며, 자신이 없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봤어야 한다.

또한 이 문제는 교수 뿐 아니라 학교 행정 측에도 문제가 있다. 학칙에는 시험시간에 교수가 출석해야 한다는 점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시험시간에 교수가 들어오지 않는 점들이 관행이 되어버린 듯하다. 문제가 있었던 이 수업 말고도 다른 수업에서도 시험문제를 출제한 교수님 대신 조교가 들어오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는 해당 시험의 책임자인 교수가 아니어도 어떠한 사람이든 오기만 하면 된다는 그러한 태도로 보여진다.

학생들에게는 학점이 걸린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교수님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지 시종일관 웃음기를 머금은 태도로 자신의 실수를 말하였고, 재시험이 그 실수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교수님이 자신의 수업에 대해 얼마나 ‘책임감 없는’ 태도를 보였는지 어떠한 말이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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