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대한 모독, 역사에 대한 모독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 역사에 대한 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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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10 23:06
  • 호수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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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의지권이기 이전에 기본권이다. 총동연에서 선거인단을 규정한 것 자체도 애초에 위법이지만, 20명이든 25명이든 그 숫자 안에 들어가는 의지를 존중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말에는 선거를 통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참정권 자체를 무시한 발언이다. 애초에 당연한 권리 앞에 의지가 무슨 궤변인가. 가장 기본적으로 주어져야 하는 선거권에 그 어떤 의지권은 필요 없다.

유권자가 투표를 못한 상황은 사실이다. 유권자임에 분명한데 투표를 못했다는 것은 선거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다. 참정권은 대한민국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투표권을 박탈당한 사람이 단 한 명일지라도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은 상식적 요구다. 그 권리는 선거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것, 당선자에 대한 정당성의 문제제기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어떤 상황에서 단 한 명이라도 선거권이 박탈당한 순간 선거 자체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지고 정당한 권리를 찾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너무나 당연한 요구다. 총을 세게 맞으나 살살 맞으나 아픈 건 똑같다. 살살 맞으면 덜 아프다고 생각하지 말자.

전학대회에서 총동연의 태도 역시 비상식적이었다. 총동연 임시운영위원장은 계속 스스로 잘못했다고 말하며, 현 총동연 회장은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등 선처를 구했다. 선거 상 잘못이 있음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말이 ‘현 회장은 문제없으니 지켜봐 달라’인가. 오히려 계속됐던 사과는 민주주의를 일상에서, 삶에서 느껴야 할 학생들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단지 그 당시 무거웠던 분위기에 대한 사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선거 상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을 때 취해야 하는 행동은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사퇴였음에 마땅하다. 과정이 정당하지 못했는데 결과가 정당할 수 있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은 공정한 선거를 누려야 할 학우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일상에서, 삶에서 누려야 하는 가치이며 그 어떤 상황조차도 그 가치를 합리화시키지 말아야 한다. 20명이든 25명이든, 동아리 인원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의견 등은 가치 앞에 본질을 흐리는 작업일 뿐이다. 권리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책임부터 다해야 한다. 역사 속에서 투쟁해 온 가치 앞에 편의를 앞세우지 말자. 공정성이 훼손되는 순간 위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

25년 전인 1989년 미얀마 군사 정권은 민주화 시위를 강경 진입한 뒤 국명을 '버마 연합'에서 '미얀마 연합'으로 공식 개칭했다. 이에 미국과 영국, 영국방송 'BBC'는 부당하게 권력을 잡은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의미로 여전히 ‘버마’라고 부른다. 마찬가지다. 당선되었다고 회장 자격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과정에서 정의로워야 결과 역시 정의로울 수 있다. <가톨릭대학보>도 총동연 현 회장에 대해 회장이라고 인정하지 않음을 기사를 통해 밝히는 바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선거에서 문제가 있는데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며, 그 역사를 쟁취해온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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