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하고 싶은 사람들이 어렵게 하는 말
할 말 하고 싶은 사람들이 어렵게 하는 말
  • 배도현 기자
  • 승인 2014.08.10 23:16
  • 호수 2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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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독립언론의 현재와 미래

▲독립 언론을 만났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기존의 학내 언론을 대신해 자발적으로 나선 이들이다. 사진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립 언론 <외대알리>, 성신여자대학교 독립 언론 <성신파블리카> 이다.

벌써 6개에 이른다. 최근 3년 사이 생겨난 대학 독립 언론에 대한 이야기다. 작년 11월 한국외국어대학교 독립 언론 <외대알리>가 창간됐고 올해도 한동대학교에서 독립 언론 <당나귀>가 만들어졌다. 서울대학교 교지 <관악>이 인원부족으로 25년 만에 폐간되고 학내 언론(교지, 방송국, 학보사)들의 위기라는 말이 맴도는 지금, 이들의 행보는 놀랍다. 그 위기는 매체의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로 귀결되고 있었기에.

그래서 물었다. 먼저, 왜 창간했는지에 대한 물음이 순서일 것이다. 연락이 닿은 4곳의 독립 언론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기존의 학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대 독립 언론 <국민저널> 김선영 취재부장은 “학보사에서는 독립 언론의 존재를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면 곤란하다. 기존의 언론이 잘 못해서 생겨난 것”이라며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자치언론이 생기게 된 배경을 생각해야 하며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공통점으로 학내 언론이 하지 못하는 말을 할 수 있으며, 또 하고 있다는 점에서 목소리가 모아졌다. 배재정 의원이 발표한 '대학 학내 언론의 자유’ 현황에서 절반가량이 학내 재단 비판 보도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응답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학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독립 언론이 생겨나고 있는 지금, 할 말을 잃으면서까지 그들의 행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학내 언론의 현실을 통해 독립 언론의 미래를 들여다봤다.

학내 언론, 언론의 기능은 하고 있나
학내 언론이라 함은 교지, 방송국, 학보사를 일컫는다. 독립 언론들은 학보사를 비교대상으로 여겼고 자연스레 학보사의 한계에 대해 언급했다. 학보사는 엄연히 말해 학교 총장을 발행인으로 둔 학내 언론 기관으로서 재정지원을 학교로부터 받는다. 대학마다 다르지만 총장 및 주간교수의 승인이 없는 경우 신문을 발행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그 과정에서 편집권 침해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독립 언론 <고급 찌라시>는 “재정적인 종속으로 인한 편집권의 제한이 원인”이라며 태생적 한계를 전했다. <국민저널> 김선영 취재부장 역시 “편집권이 보장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언론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신퍼블리카>, <국민저널>, <외대알리> 등 취재했던 기자들은 실제로 학보사를 두고 고민했으나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행하지 못하는 모습에 독립 언론에 들어가거나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 S대 학보사 같은 경우 민감한 사안에 대한 분석기사는 쓰지 못하며, 아무런 관련 없는 00견학단이 학교에 온 것이 1면으로 편집되기도 한다. K대 학보사에서는 주간교수가 제목만 보고 기사를 제외해라고 말하며 편집에 관해서도 관여하고 있었다. 이러한 압박이 계속되다보니 학생 기자들도 지치면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C대학 학보사는 애초에 기획회의에서 총장에 비판적인 내용의 기획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학보사 내부에서 자체검열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까지 등장했다. 

성신여대 독립 언론 <성신퍼블리카> 서혜미 편집장의 분석도 흥미로웠다. 서혜미 편집장은 “복합적인 사안이다. 여기에는 학교가 학보사를 언론으로 생각하지 않고 홍보기관으로 간주하는 측면도 크다. 홍보기관으로 여기니까 비판이 있을 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에 따르면 S대학 총장은 학교차원에서의 해외 출장 시, 영자신문을 학교 홍보지로 들고 간다고 한다. 발간되기 전 총장이 먼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는 총장의 지시대로 따라야 한다. S대 학보사도 마찬가지였다. 총장에 대한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도록 주간교수가 철저하게 감시한다. 해당 대학 학보를 참고한 결과 대외적으로도 기사화 된 총장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기사도 언급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립 언론의 활약은 학교의 탄압 정도와 비례해
배재정 의원의 ‘대학 학내 언론의 자유’ 현황에 따르면 학교로부터 ‘기사검열’을 받은 학내 언론의 경우가 34.4%에 달했다. 기존의 학내 언론이 자유롭지 못한 모습에 독립 언론이 생겨나는 지점은 자연스런 현상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학언론협동조합 정상석 이사장은 “독립 언론을 통해 기존의 언론이 다루지 못하는 기사까지 쓸 수 있다”며 “학내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지면과 기회가 늘어나면서 학내 민주주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실제 독립 언론들의 활약은 학교를 긴장시키고 있다. 활약은 학교의 핍박과 억압 정도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총장 비리 의혹 기사를 쓴 <성신퍼블리카> 서혜미 편집장은 학교로부터 고소당했고 현재 검찰에 송치된 상태이다. 교원채용 과정에서의 문제, 횡령배임 등 총장의 비리의혹이 불거지자 합리적인 비판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지만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업무방해’로 수사당한 것이다. 해당 기사가 블라인드 처리되기도 하는 등 학교의 압박을 여럿 받았지만 개의치 않고 있다. 서혜미 편집장은 “이번에는 학교 설립자의 친일행위를 기사에서 다뤘는데 교직원들이 유감을 나타냈다고 한다”며 “학교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사실들을 발굴해서 알리며 공론장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급 찌라시>도 빠지지 않는다. 작년 11월 총학생회 선거에서 학교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고급 찌라시>에서 학교와 총학생회 측에 의혹을 해명하라는 기사를 냈고, 이후 관련 자보를 게시했다고 한다. 이에 학교가 자보를 철거한 뒤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관계자는 관리팀으로 오라는 종이를 붙였다. 누구인지 찾아내려는 압박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고급 찌라시>가 교직원 방에 한 뭉치 씩 발견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숨길 이야기도 아니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작년 성균관대에서 VISION2020이라는 사업의 일부로 제3캠퍼스를 추진하려 했다. 이를 <고급 찌라시>에서 보도했더니 학생회에서 난리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관련 안건이 상정되어 채택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야! 너네학굔 어때?>라는 기획을 연재하면서 타대와의 비교를 통해 학교의 문제를 나타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셔틀버스’와 관련한 기사에 많은 학생들의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국민저널>은 학생회의 케케묵은 관행을 끊어냈다. 선거 당시 선거후보 접수가 오늘까지인데도 불구하고 다음 날 서류가 와도 받아주고, 추천인 서명의 기준이 되지 않아도 친구라서 받아주는 등의 잘못된 관행을 계속해서 보도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시간이 지난 후 학생회 측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국민저널>이 무서워서라도 규칙을 지켜나간다는 소식이었다. <외대알리>역시 최근 호에서 성추문으로 해임된 교수 복직 사건을 다루며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외대알리 강유나 기자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어 1년 동안 준비해서 만들었다. 외대인의 알권리만을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 제작에 개인 사비까지···열악한 작업환경
독립 언론이 기존 언론의 역할을 뛰어넘는 활약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열악한 환경 속 불투명한 미래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대학언론협동조합 정상석 이사장은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독립 언론은 구성원의 역량만 갉아먹다가 사라질 것이다. 독립 언론이 한때의 수증기로 날아올랐다 증발할 것인지, 증기기관으로 지속적인 동력을 창출해낼 것인지는 독립 언론의 선택에 달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제 독립 언론들의 작업 환경은 열악하다. 작업할 수 없는 공간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재정적으로 빠듯한 것은 그 어느 언론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성신퍼블리카>, <국민저널>, <외대알리> 모두 서울시 MPO지원센터에서 지원받기는 하지만 그 외 비용은 사비로 충당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외대알리> 같은 경우 협동조합 구조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재정을 확충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투명하다. <성신퍼블리카> 서혜미 편집장은 “취재과정부터 조판까지 이뤄지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제일 크다”며 “공간이 없어 학생회관을 전전하거나 가끔 카페를 가는 등 여러모로 열악하다”고 토로했다. <국민저널>은 최근 2년 동안 받은 ‘시사인 대학 기자 상’ 상금을 재정에 쓰기도 하며 기사 편집, 배포, 조판까지 모두 기자들이 감당하고 있다. 배포하는 곳도 딱히 없어 게릴라식 배포를 통해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가 이들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학칙, 회칙에도 이들을 명시해 두지 않아 학교에서 없는 존재와 다름없다. <국민저널> 김선영 취재부장은 “학생지원팀에 가서 언론사로 인정해달라고 했는데 총장이 허락하는 언론사가 아니라 당연히 거절당했다.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예전에는 인터뷰를 요청하면 공식적인 언론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취재를 거부당하기도 했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고급 찌라시>도 익명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취재에 어려움을 겪으며, 총장과 교직원 같은 경우 취재를 순순히 응해주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교에서 인정해주는 자치언론이 되고파···
독립 언론은 학교에서 인정해주는 자치언론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공론장 역할을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국민저널> 김선영 취재부장은 “재정적인 문제, 공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언론사로 인정받으려고 노력중이다. 학교가 인정하는 독립 언론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형태로 독립 언론을 운영하고 있는 외대언론협동조합 이사장인 <외대알리> 강유나 기자는 “학교가 함부로 건들지 못하게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학생들이 1인 1표를 행사하는 협동조합 구조이기에 점점 더 견고해질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독립 언론의 미래로 흐름을 이어가자 존폐를 논하는 위기감을 내비치면서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토로했다. <국민저널> 김선영 취재부장은 “계속해서 힘들고 열악할 것이라 생각한다. 심층적인 기사는 앞으로도 독자들이 읽지 않을 것 같다”며 “독자의 편의성에만 신문이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며 정론을 지향할 생각”이라며 생각을 전했다. <성신퍼블리카> 서혜미 편집장도 “지속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크다”며 “그럼에도 대학도 하나의 사회이기에 공론장 역할에 대한 요구는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저널리즘 기본으로 돌아가 공공의 사안에 대한 보도를 중심으로 한다면 그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 언론만의 이야기는 아닐 터이다. 위기는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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