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배우는 자세
과거에서 배우는 자세
  • 전상현(법정경학부·1) 독자위원
  • 승인 2014.08.10 23:47
  • 호수 2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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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우들의 옷이 많이 얇아지고 있다. 다가오는 기말고사와 더워지는 날씨 속에서 과제로 힘들어 하는 학우들도 많이 보인다. 지친 우리를 위로해주기라도 하듯 요 근래에 내린 단비로 기분 좋은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더위의 불쾌감은 이렇듯 쉽게 사라지지만 잊지 말아야 할 슬픔도 있었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병폐를 낱낱이 드러냈으며 교훈을 남겼다.

머지않은 방학과 월드컵으로 조금은 들떠 있던 필자에게 262호 개교기념특집 학보는 마음에 조그마한 경종을 울려주었다. 이번 호 1면과 3면에는 지난 호에서 살폈던 ‘총동연 선거’의 이후 행보를 다뤘는데 ‘중운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재선거 문제점에 대한 회의자들의 대응방식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우리가 서 있는 이 학교에서부터 문제해결 의식에 대한 촉구가 이뤄져야 사회에 나아가서 기다리라는 말만 하는 어른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사를 통해 교내 사안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도록 기회를 준 점이 고맙게 생각되었다.

또한 ‘가만히 있으라’기사를 통하여 비극적이었던 세월호참사가 드러낸 문제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기사가 있었다. 어른들에게 맡기고 기다리라는 말만 들어왔던 우리는 한 번도 나서라는 말은 듣질 못했다. 침묵행진을 제안했던 학생과의 인터뷰와, 침묵행진 속에서 본교 학생들이 연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도덕적인 행위는 여전히 한국 사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들일 것이다. 기사는 행동하는 이들과 유가족들의 희생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지 메시지를 보낸다. 

개교기념취지에서 기획된 ‘우리는 정말 하나의 학교일까?’와 ‘과거를 아는 고학번들의 대담’기사에선 학과의 분산으로 각 교정들의 재학생들이 생각하는 문제점과 과거의 성심교정의 모습을 잘 표현해 주었지만, 동문회장의 말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문회에서 고려하는 현실적인 방안마련에 대한 말이 전해지지 못한 점은 기사의 취지가 불분명해지는 원인이 된 것 같다. 마찬가지로 1면에 ‘우리는 정말 하나의 학교일까?’기사 밑에 실린 사진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오히려 전체적인 학보의 분위기를 살려 많은 지면을 할애 한 개교기념기사 또는 침묵시위에 관련된 사진이 첫 면에 실리는 편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바가 분명했을 것이다.

지난 호 ‘가대학보를 읽고’의 기고를 처음 부탁 받았던 본인은, 독자를 대표하는 독자위원의 자리인 만큼 많은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이었다. 어떤 자세로 글을 써야 할지 걱정도 앞섰다. 하지만 기고를 위해 방문했던 학보사에서 노력하던 기자들의 모습, 그리고 이번 개교기념특집호에서 묻어나는 학교에 대한 애정을 보고 읽으며, 필자 또한 신중하게 기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이제 1학기의 마지막 학보도 발행이 되었고 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여행과 아르바이트 계획을 세우며 월드컵을 맞이하는 것도 좋지만, 학보가 전하는 메시지에서 지나간 학기와 과거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남겼는지 한번 쯤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만족스런 학기를 보내고 있거나, 혹은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여 아쉬워하는 우리 모두 학기를 시작하던 자세와 마음을 잊지 말고 끝까지 각자가 원하는 바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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