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보다 치안 먼저
보안보다 치안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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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0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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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에는 지성, 인성, 영성을 중요시한다는 본교의 인재 3.0교육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 교내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 심지어 학생의 복지를 책임져야 하는 학교의 사후대처도 미흡했다. 9월 11일(목) 성추행 사건은 다름 아닌 ‘몰카 사건’을 의미한다. 필자는 몰래카메라라는 대담함이 눈에 띈다. 어째서 그런 파렴치한 범죄를, 그것도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행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심지어 피해여학생에게 사과한 것이 아니라 제삼자인 경비노동자에게 사과했다니 그 속이 궁금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본교의 태도이다. 교내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실망스럽다. 분명 학교에도 책임이 있다. 학내 ‘보안’을 강화한다고 학생들에게 학생증 인코딩을 필수화하는 본교가 아닌가. 하지만 정작 위험은 내부에 있었다.

성범죄가 일어나면 피해자의 적극적인 신고도 중요하지만, 사후의 학교가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대책 및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 더군다나 몰래카메라 범죄는 올해에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작년에만 공식적으로 3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에 대한 학교 측의 대책 반응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수면 아래서 사건만 반복되고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않은 것이다. 피해자가 학교를 불신하는 이유는 여기서 비롯된다. 학교는 그저 CCTV, 비상벨 설치만 운운하며 상황을 낙관하고만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당시, 강의실 부족문제를 지적하면 ‘국제관 증설’이라는 해법만 제시하던 학교 측의 태도와 너무나 흡사하다.

결국 피해자는 징계요청서를 사회복지학과를 통해 공식 요청했고, 징계위는 수사 종결 후 열릴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안타깝게도 학교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총장 직속 기관인 성폭력상담소의 도움까지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성폭력상담소는 성범죄와 같은 사례를 ‘위기사례’로 구분해 대기자 명단에 올리지 않고, 신고 즉시 상담전문가를 배치해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학교라는 공식기관의 도움을 받기보다 언론사에게 피해를 호소하는 블랙코미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방학 내내 외부업체 직원들은 교내 보안강화를 위해 애썼다. 덕분에 CCTV가 310대로 증설됐고, 여자화장실에는 비상벨이 설치됐다. 설치된 기계만큼 학교 보안망은 향상됐다고 볼 수 있다. 학교가 외부 보안에 이렇게 신경쓰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외부 보안을 책임지는 내부 직원들의 성범죄 대처 의식도 향상됐으면 좋겠다. 가해자 학생의 앞날을 걱정하기 이전에 피해자부터 보호해야하고, 피해자의 말을 그 누구보다 정성스레 공감하길 바란다. 더불어 앞으로도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확실한 대책 마련에 힘쓰는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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