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에게 물어봐
낙엽에게 물어봐
  • 정희정 기자
  • 승인 2014.11.14 12:57
  • 호수 2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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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시작, 처음이라 불리던 그 때엔 갈길 몰라 방황했고 길의 중간에선 지금은 가는 길 험난해 방환한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답답함에 늘어진다. 쫓기 듯 도착한 강의실, 문득 흘겨본 창밖은 수채화 물감 엎어진듯 만 가지 색들로 잔뜩 물들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슬프다. 이 아름다운 계절의 일부가 되지 못하는 내가 가엾어서, 듣기 좋은 핑계들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마는 내가 미워서. 바람에 휘청거리는 잎새들에게 '너도 사는 게 힘드냐'고 물어보니 대답 없이 고개만 절레절레 흔든다.

아. 바람에 달랑이는 잎 새들은 자기 머리채 잡고 쥐 흔드는 바람이 어디서 부는지 모른다. 이 바람이 왜 부는지 모른다. 땅에 떨어지는 최후의 순간에도 모른다. 사람 발에 짓이겨도 모른다. 그저 모른채로 주어진 삶을 살 뿐인데 우리는 감탄한다. 파나 하늘에 얼룩으로 남은 그 모습들이 아름답다며.

단풍이 이러한데 하물며 우리네 인생은 어떨까. 갑자기 찾아온 시련이 어디서 왜 불어닥쳐왔는지 몰라도 하나의 분명한 사실. 고통 받고 또 이겨내고 시련과 하나 되고 때로는 멀어지고 모든 과정이 아름답다는 것. '고통은 축복의 다른 이름'이라는 말에 코웃음 치던 과거. 흔들리는 자연으로부터 잔잔히 깨달아 겸손히 두 손을 모았다. 누군가 산 정상까지 꽃 가마로 태워다 주기를, 편안히 누워서 예쁜 경치만 보기를 바랐던 욕심과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작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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