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음에 기자하려고?
이 다음에 기자하려고?
  • 정희정 기자
  • 승인 2014.11.26 21:42
  • 호수 2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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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사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정식 기자로 임명받고 지금까지 6번의 신문을 내면서 나는 더욱 확신에 차서 얘기한다. “절대.”

잘 한다 소리 듣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켜줄 것도 아니지만 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내가 계속해서 남아 있는 이유.

학보사와 개인적인 계획들로 빡빡한 여름 방학을 보내고 거의 방전된 상태로 2학기를 맞았다. 그리고 대상포진과 다크써클, 약간의 탈모, 원하지 않는 동기애 등등을 얻었다. 266호 조판할 때 즈음인가. 하루에도 12번씩 그만둘까 말까를 고민 하다 취재 수첩 가운데를 접어 학보사를 하면 좋은 점, 나쁜 점을 정리해 보았다. 여러 가지 항목들을 다 제쳐두고 “글쓰기”에 관한 나의 솔직함이 스스로 인상 깊었다. 학보사를 하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다. 학보사를 하면 쓰기 싫은 글을 억지로 힘들게 밤을 새서 쓰고도 욕먹는다. 솔직해서 미안하다.

계속해서 이런 갈등과 함께 이후에 몇 번의 신문을 더 내면서 여러 이유로 나는 조금 더 강해졌다. 결국엔 남아 있어야 겠다는 결단을 했다. 학보사를 해서 쓰기 싫은 글을 억지로 힘들게 밤을 새서 쓰고도 욕먹는 것이 궁극적으로 글쟁이가 되고 싶은 나를 자유롭게 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유는 구속에서부터 나온다는 멋진 말이 생각난다. 그래서 신물이 나도록 남아서 글을 쓰겠다.

마지막으로 타인에게는 물론 자신에게 물어야 하는 질문이 뭐가 되고 싶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 카메라맨이 되고 싶다가 아니라 기록하며 살고 싶다, 선생님이 되고 싶다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가수가 되고 싶다가 아니라 노래하며 살고 싶다고.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 모두가 어떤 가치를 품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물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따라서 나는 학보사 퇴임 후에 기자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색하겠지만 글을 쓸 테다. 많이 깎여진 만큼 계속해서 글을 써내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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