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하여
사랑에 관하여
  • 정희정 기자
  • 승인 2014.11.26 22:09
  • 호수 2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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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무 살. 이제 곧 스물 한 살이지만. 대단한 사랑을 경험해 본적은 없어도 사랑에 대한 내 나름의 생각을 이글을 읽는 독자들과 나누어 보고 싶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사랑은 이빨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관이 전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다음 문장을 읽기 전에 그 이유를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내게 이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한 아주 어렸을 적 기억을 끌어와 보면 아마도 유치원생이었을 것인데, (그 당시 사진을 보면 꼭 이가 하나씩 빠져있다) 작고 하얀 이가 흐-은들흐-은들 거리면 쪼르륵 엄마에게 가 바짓가랑이를 흔들며 칭얼댔었다. 그러면 엄마는 “치과에 가야겠네~”라고 했는데 그 말은 나에게 공포였다. 사실 이가 흔들리는 것 보다 무서운 건 치과에 가는 일. 아니 예쁜 미소를 하고 나를 수술대에 눕히는 간호사 아줌마와 치과를 가득 메운 냄새와 소리였다. 그래서 며칠 동안 혀로 이를 건들거리며 장난을 쳤고, 음식을 먹을 땐 잠시 그 사실을 잊고 있었어도 찔끔 나온 피를 맛보고는 다시 진지해졌다. 결국 얼마 안 가 이는 쑥하고 빠졌다. 나는 깜짝 놀라 토끼눈을 하고 거울로 입안을 들여다보고 또 빨간 구멍을 확인한 후 울상이 되었다. 그 부위가 너무 아리고 욱신거리는 탓에 이가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뜻처럼 되질 않았다. 숭숭 빠지는 입 안을 날아다니는 밥알은 허전함을 더했다.

어색하게 음식을 한 쪽으로 씹으며 과연 이가 빠져도 살 수 있는 건지 겁도 먹었다. 하지만 어느새 상처는 아물고 없는 이가 익숙해 질 때 즈음엔 야들야들한 잇몸을 뚫고 어른의 이가 삐져나왔다. 그 과정 또한 아팠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살을 가르고 나와 자리를 잡는 과정. 차례대로 빠지고 새로 나는 이들을 혀로 확인하며 나는 그렇게 성장했다. 아파야 하는구나.

빠진 이처럼 떠나간 사랑이 없으면 과연 살 수 있을까 싶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익숙해져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새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며. 새로 난 이를 매일 뽀득 소리 나게 닦듯이 소중하게 새 사랑을 그렇게 어룬다. 그러다 충치도 생기고 금도 가고 결국엔 아예 뽑기도 하고 교정도하고 스케일링도 가끔 하고…. 그래서 사랑이 꼭 이빨 같다. 마치 유년시절 이가 빠지고 새로 나는 동안 겪은 모든 과정까지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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