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 가득한 행복
한 상 가득한 행복
  • 정희정 기자
  • 승인 2014.12.09 17:15
  • 호수 27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석신 교수의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판검사가 되길 바라셨다고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이과생이었던 교수는 법대에 진학 할 수 없었다. 그 때, ‘톱밥 고춧가루’사건이 터지면서 도전을 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어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의 꿈도 계속해서 살아 있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러 꿈과 열정으로 강단에 선 지금의 김석신 교수가 있다. 김 교수는 식품영양학과 인문학을 접목시키며 여러 저서를 내고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며 무한한 애정을 쏟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모가지를 비틀어 잡아주신 닭백숙을 먹으면서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이 음식이 방금 전까지 꼬꼬하고 울던 닭이었음을 알았다. 가끔 잊어버리기는 하지만 요즘의 우리와는 다르게 치킨을 먹으면서도 이 한 조각에 닭의 생명이 있음을 기억하는 그이다. 그는 말한다. 닭은 진실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닭과 우리의 사이는 가까웠으며 가까워야만 한다고. 치킨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먹는 아주 작은 쌀 한 톨 만해도 그렇다. 찬 물에 깨끗이 헹궈 취사 버튼을 누른 어머니의 수고부터 그 쌀을 들어다 날은 아버지의 땀, 쌀가게 주인의 수고, 쌀가게 까지 나른 중간상인들, 농부가 바친 일생, 매일의 바람과 햇살과 빗물, 건강한 토양과 작은 벌레까지…. 쌀 한 톨에 온 우주의 에너지가 담겨 있다는 말이 참으로 맞다.  

익명의 사람들이 만든 음식을 익명의 사람들이 먹는 요즘, 입으로 들어가는 한 수저 안에 사랑과 정성과 노력이 깃들여 있음을 알고 먹을 수는 없을까. 그래서 매 끼 먹는 식사가 소중한 것임을 알 수 없을까. 그렇게 식사하는 모든 시간과 사람에 감사할 수는 없는지. 김교수가 주는 가르침은 이러한 물음에서 비롯됐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는 독자들이 행복이 매일의 식탁에 올려져 있음을 알아차리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