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200호를 맞이한 미네르바의 올빼미
지령200호를 맞이한 미네르바의 올빼미
  • 사설위원회
  • 승인 2009.11.17 18:07
  • 호수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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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본보가 지령200호를 맞이했다. 통합 가톨릭대학교 출범과 함께 1995년 3월 28일 제1호를 발간한 후, 학기 중 격주마다 쉼없이 달려온 지 15년만이다.

제1호에 실린 글 하나가 눈에 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라는 글인데, 폭력 앞에 모두가 침묵하는 것을 보고 비판의 목소리를 아쉬워하는 내용이다. 미네르바는 로마신화의 아테네로 불리는 지혜의 여신이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도 세상을 주시하고, 모두가 관습적 사고에 빠져 있고 권력 앞에 침묵할 때도 미네르바에게 진실을 전해줘 지혜를 발휘토록 하는 것이 미네르바의 올빼미다. 학보사의 역할을 잘 나타내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대학신문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학교의 주요소식을 알리고,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고, 학문과 대학생활을 연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의 주요문제를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가진 예리한 눈빛으로 비판함으로써 젊은 지성을 대변해야 한다. 특히 오늘날 대부분의 대형 일간지들이 국민들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포기한 채 구독률과 광고수주 올리기에만 급급하고, 정치권력 및 대기업의 금력과 어두운 관계로 색칠된 안경을 통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보지 않은 것도 본 것처럼 말하면서도 ‘알 권리’만을 외치면서 ‘진실을 말할 의무’에 대해서는 도외시 하는 현실에서, 대학신문의 시퍼런 소임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지령200호를 맞이하면서, 본사 기자들은 그동안 더 다양한 기획기사와 더 많은 학우들의 다양한 의견을 지면에 싣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 놓으면서도, 늘 사회의 소수자들과 더불어 살면서 우리대학과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점에 대한 자부심을 꺼내놓았다. 그리고 “좋은 글을 써서 깨달음과 재미를 줘서 더 많은 이에게 읽히고 신뢰받는 신문, 모두가 기다리는 신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되어야 한다.

첫째, 본사는 학생들의 학문적 열정과 미래 사회에 대한 책무를 다질 수 있는, 학생들에게 더 가깝고도 다양한 기사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교 귀퉁이 곳곳에서 토론을 하는 학습모임들의 학술적 호기심, 아르바이트에서 배운 삶의 지혜, 취미로 길러낸 프로 못지않은 매니아적 전문지식, 부모님에 대한 존경과 죄송스러운 마음, 교수님들의 학창시절 독창적인 공부법, 학생들에 대한 직원선생님들의 당부, 우리대학을 선택한 외국인 학생들의 어려움, 지역주민들의 기대, 그리고 타대학 우수교과목들, 세계 우수대학들의 특징들 등 그 모두가 우리가 기다리는 기사이다.

둘째,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학보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학생들만이 아니라 교수, 직원, 동문, 학부모들, 더 나아가 지역주민과 우리대학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학보가 되어야 한다. 대학 학보의 질은 그 대학 구성원들의 학보에 대한 사랑의 양에 의존한다.

셋째, 본사 기자직을 학생들 모두가 동경할 만큼 학교당국은 본사에 더 많은 애정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다. 우리가 자고 있는 지금도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우리 대학과 우리 사회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길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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