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볼펜똥은요,
제 볼펜똥은요,
  • 정희정 기자
  • 승인 2014.12.09 19:13
  • 호수 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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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고 있었겠지만 내가 J다. 궁금한 것도 많고 노크할 일도 많았던. 이번 볼펜똥으로 무엇을 끼적여 볼까 하니 감사가 좋겠다. 무엇이 감사하냐면…

지난 학기 동안 아직 수습이라 보아도 무방한 어설픈 기자의 글을 읽고, 관심 갖고 학보에 참여해주는 모든 분들에게. 또한 따끔한 비판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정비하게 해준 독자들에게. 동기도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기센 후배들 이끌고 총대 맨 배도현 국장님에게. 취재하면서 많이 까이면서도 웃으며 포기하지 않는 김솔민 기자에게. 학보사의 브레인을 맡아 구멍 나지 않도록 우리를 지탱해주는 황겨레 기자에게. 특별히 내 칭얼거림 받아주어서 더욱이. 옆 학교 다니면서 친구 때문에 끌려와 렌즈 빠지도록 작업하는 둘도 없는 친구 송동영 외부필자에게. 매번 놀랍도록 깊이 있는 만평을 그려내는 이지원 기자에게. 표류하지 않도록 방향 잡아주는 박동해 간사님께. 인터뷰 응해주시는 마음 따뜻한 역곡동 상인 분들께. 아무것도 모르면서 덤비는 기자의 인터뷰에 응해주신 교수님들께. 거절하셨더라도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밤늦게 들어가는 딸 기다려 주시는 아버지와 어머니께. 밤새는 동안 옆을 지켜주는 고양이 오래에게. 항상 긍정적인 마음 갖게 해주는 김 일병에게. 내가 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믿어주는 보고 싶은 친구들에게. 

학보사 기자로 살면 짜증나고 힘든 점을 1면 전체로 도배할 수 있다. 감사하다고 말한 것들은 살짝만 뒤집어 봐도 불만이 된다. 하지만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고난은 축복의 또 다른 이름’ 이라는 말의 깊은 뜻을.
이번 마감 주도 여느 때와 같이 모두 둘러 앉아 밥을 먹었다. 그러다 나는 매일매일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했다. 대답을 들었다. 그건 욕심이라고. ‘정말 욕심인 걸까?’라고 생각하며 남은 밥을 먹고 다시 기사를 쓰려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볼펜똥을 마저 쓰다가 번뜩였다.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글을 썼다. 다시 쓴 글로 말하고 싶은 것은.

축복은 상황에 구속받지 않는다. 살 맞대어 함께 존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즐거우나 괴로우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그게 축복. 그냥 다들 같은 세상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튼 내 볼펜똥은 감사! 2014년 270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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