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열망한 한국 민주주의에 '民主'가 있습니까?
당신이 열망한 한국 민주주의에 '民主'가 있습니까?
  • 이민영 교수(법학)
  • 승인 2014.12.09 19:17
  • 호수 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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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5일자 가톨릭대학보 제269호 6면 게재 '펜은 내게 들렸다' 中 "당신이 살고 있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무너졌습니까?"에 대한 반론

해당 기사는 여론(輿論)이라는 주제에 만평과 독자위원 기고 그리고 사설 등으로 엮어진 지면 속에 있다. 이 부분이 사설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분간할 수는 없지만, 근본적으로는 독자의 참여를 위하여 할당된 영역이라 하겠고 물론 다양한 여론 형성을 위하여 편집국의 논조도 가미될 수 있는 공간이라 여겨진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반론의 대상이 되는 기사 내용의 흐름에 따라 재검토한다.

첫째, 단식 1인 시위에 나선 본교 학생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고 사실관계를 조명하고 있는 같은 호 2면 기사에는 해당 학생의 전공과 학년이 명시되어 있다. 이 학생이 이에 동의했다면 문제될 여지는 없지만, 우리 판례는 공적 인물(public figure)이 아니거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범인이나 범죄혐의자에 관한 보도가 범죄 자체의 보도와 같은 공공성을 지닐 수 없다고 판시해 익명보도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만일 동의 없는 실명보도라면 기사의 초점이 되는 내용과 결부해 명예훼손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둘째, 첫 문단이 마무리되는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라는 문장은 전체 문맥상 객관적 평가로 이해할 수 없다. “시작은 ‘부당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추기경의 사과’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었다. 그런데 최종합의내용에 위 2개 항목이 없다. 적어도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라도 있으면 시위의 명분이 있었을 것이다.”라는 대목은 공감하기 어렵다. 명분은 결과로 충족되는 것인가? 목적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수단의 적절성마저 폄하시킬 수 있다. 다만, 위 학생이 지향해 선택한 방법은 연관성이 없다기보다 직접성에 관하여 정합성 차원에서 되짚어볼 필요가 있음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가톨릭대 비정규직노동자는 한국 비정규직노동자가 아니라는 말인가? 그렇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따지고 싶었다면 유감스럽게도 번지수가 틀렸다. 청와대에 갔어야 한다. 왜 엉뚱한 집 초인종을 눌렀을까?”의 함의는 “바꾸고 싶다면 고용노동부에 이 사안을 제보라도 해보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의사표현의 최후수단인 시위를 선택했다.”의 반향은 고려하지 못한 채 활자화되어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적용이 배제되는 1인 시위는 관할경찰관서장에 대한 신고대상도 아니다. 집회?시위는 헌법상 자유권적 기본권이다. 민주사회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의사표현’의 여러 방식 중 하나이다.

셋째, 기사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한다.”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개인은 민주사회의 일원으로서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며 타인의 권리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민주적 절차가 무너지고 사회가 더 이상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개인은 ‘민주’를 위해 투쟁할 권리가 있다. 묻고 싶다. 당신이 살고 있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무너졌습니까?”라고 되묻는다. 민주사회의 ?民主?를 위한 투쟁은 자신의 권익을 보호받고 타인의 기본적 인권이 보장받을 수 없을 때를 누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불복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 민주적 법정절차가 존재하지만, 우리 사회는 약자와 소수자가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한 지성인의 실천적 행동이 보다 더 중요한 현실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이라는 문구는 우리 대학 구성원 전체에 대한 인격권침해가 될 수 있다.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민주주의를 이념적 원리로 삼고 있는가?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 이미 펜은 내게 들렸다. 어찌할 것인가?” 펜은 다시 독자에게 되돌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언론이며, 이를 근간으로 주권자인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자유가 지켜지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법학전공 이민영 교수(행정법·언론정보법·방송통신법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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