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호 학보의 공약
201호 학보의 공약
  • 임수진 기자
  • 승인 2009.11.17 18:40
  • 호수 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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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

지난 12일(목) 전국의 소방공무원들이 각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받지 못한 채 밀려있는 초과근무수당을 지급받기 위해 소송을 걸었다고 한다. 이 날짜의 기사(노컷뉴스 [소방관들 ‘뿔났다’…“밀린 수당 달라” 줄소송] 박슬기 기자)이들은 대부분이 2교대로 근무하며 한 달 평균 180~190여 시간의 초과근무를 하고 있으며 실제 초과 근무량의 30~50% 정도만 수당으로 지급받고 있다고 한다. 일인당 매년 300~500만 원 정도의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화재 1건당 받는 수당이 3600원에 불과하다. 공무원 중에서 2교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 역시 소방공무원 뿐이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이들 치고는 대우가 너무하다. 게다가 좀처럼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집단이었기에, 당연한 권리를 꾹꾹 참아오다 내뱉는 것이기에 그들의 꿈틀거림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본교 내부에도 다양한 구성원들 중, 이 소방관들과 같은 집단 혹은 개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200호의 학보가 발행되는 동안 그 200개의 학보에서는 소수자들을 찾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분명 90년대 시대의 흐름에는 학생들이 정치 부문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만큼 80년대 민주화 항쟁의 영향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학생과 학교의 권력관계, 학생들 간의 권력관계 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급진적인, 동시에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주된 안주거리로 삼았다. 지난 우리 학보에서도 그것이 여실히 드러나며, 학생들을 선도하고 계몽하려는 기사들이 많이 보였다. 따라서 진정 마이너리티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획이 많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것 역시 고민의 과정이며 결과라고 믿고 싶다. 여전히 우리 학보는 진짜배기 신문이 되기 위해서 완벽하고 모자람 없어 보이는 이들이 아니라 언제나 억울하고 무언가 부족한, 그렇지만 소중한 그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에 대한 애정에 비해 우리는 아직 그‘소방관’들을 만나 진득하게 얘기를 나눈 경험이 적다. 그들을 찾고자 하는 우리의 소망도 아직 그들을 만날 만큼에는 못 미치는 듯하다. 장애가 있어 수차례 학내 복지시설 개선을 요구했지만 함께하는 학생들이 없어 포기하는 학생, 선배의 거친 언행으로 대학생활 중 성적 수치심을 느꼈지만 아무 말 못한 새내기들, 어려운 형편 때문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힘든데다 근로장학신청에도 떨어진 학생, 왕따의 경험이 있어 쉽게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해 외로운 ‘아싸’가 되고만 학생. 이들 모두가 우리를 먼저 찾지 않는다면, 우리가 먼저 그들을 찾아 나설 것이다. 우리의 만남이 잦아지는 만큼, 오히려 우리가 만나려는 그 억울한 이들이 줄어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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