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만인보 3부] 해도 해도 따라가기 힘든 수업
[선거 만인보 3부] 해도 해도 따라가기 힘든 수업
  • 김솔민 기자
  • 승인 2015.04.02 17:13
  • 호수 2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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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단어부터 경제까지 전부 다어렵지만 별수있나요…”

분단 후 2014년 12월까지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누적입국 자 수는 27,518명으로 집계된 다. 남한 사회에 정착하며 살아 가는 이주민들의 숫자가 늘어나 면서 고등교육에 대한 그들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 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에 겐 교육에 대한 접근성의 한계 가 존재한다. 본교의 북한이탈 주민학생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짚어보았다.

북한이탈주민 이동욱(가명) 군 은 한국에 온지 6년 정도 됐다. 그러나 남한에서 중, 고등학교를 나온 것이 아닌 북한에서 고등학 교까지 정규교육을 받았다. 남한 으로 와서는 일을 하다가 재외국 민특별전형으로 가톨릭대학교에 입학했다. 다행히 처음 입학할 때 했던 걱정과 달리 북한이탈주 민 학생에 대한 편견은 심하지 않았다. 학교 친구들에게 자신이 북한이탈주민이라 하면 그들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동아리도 자신이 들고 싶은 곳에 들어가 어려움 없이 활동했다.

인간관계에 어려움은 없었지 만, 학업적인 부분에선 어려움이 많다. 수업시간에 다른 학생들은 다 알아듣는 교수님의 말씀을 혼 자 못 알아들을 때가 빈번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항상 핸드폰 을 켜놓고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바로 찾아보고 혼자 이해하곤 했 다. 특히 중핵과목으로 듣는 경 제 관련 강의는 무슨 말인지 아 예 몰라 수업시간마다 멍하니 있 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끔 과제 를 내줄 때면 유튜브 같은 동영 상 사이트나 여러 포털사이트에 서 정보를 찾느라 다른 학생들과 는 달리 시간이 배로 걸린다. 정 말이지 수업이 너무 어렵다. 그 래서 이동욱 군은 새로운 강의를 들을 때마다 교수님께 개인면담 을 신청한다. 어렵고 이해가 되 지 않는 부분을 설명하고 해답을 듣는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 남한에 온지는 오래되었지 만 아직 완전히 남한의 경제체제 와 사회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 분이 많다. 하지만 따로 배워본 적이 없다. 보통 그때 그때 배워 서 해결하는 편이다.

학교에서는 북한이탈주민 학 생들을 위해 영어와 컴퓨터를 가 르쳐준다. 이동욱 군이 재작년에 본교에 입학했을 때, 교내‘교수 학습개발원’에서 연락이 왔다. 학업을 잘 따라잡을 수 있도록 영어와 컴퓨터를 가르쳐준다고 했다. 영어와 컴퓨터 둘 다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가르쳐주는 것 이라 이동욱 군은 듣지 않았지 만, 다른 친구들은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다. 또 기초필수 영어 과목인‘GEO’도 모든 학생 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아닌 북한이탈주민, 만학도 등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끼리 수강했다. 학 교의 이런 배려들이 정말 고마웠 지만, 올해는 입학한 만학도가 아무도 없고, 북한이탈주민의 인 원수도 부족해 해당 강의가 폐강 되었다. 때문에 올해 입학한 아 는 북한이탈주민 동생은 남한에 서 태어난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 릴 때부터 영어를 배운 학생들과 영어를 접해볼 기회가 거의 없었 던 학생의 격차는 크다. 때문에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고역이라고 한다.

이제 3학년이 된 이동욱 군은 취업도 걱정이다. “같은 재외국 민특별전형으로 들어온 사람들 은 한국어랑 원래 살던 나라 말 둘 다 할 줄 알잖아요. 근데 우리 는 한국어도 가끔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으니까...”취업을 하려면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해서는 되지 않는다. 자신만의 경쟁력을 쌓고 싶지만 일단‘영어’라는 장벽에 부딪힌다. 그는 수업이 끝나면 따로 등록한 기초영어학원에 간 다. 그곳에서 열심히 영어를 배 우지만 토익과 토플을 하기엔 한 참 멀었다.

교내에는 교수학습개발원에서 운영하는‘SOS class’가 있다. 어 려움을 겪는 강의에 대해 개별 지도를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이 동욱 학생은 SOS class가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또 각 선 생님마다 시간을 조율해야하는 데 전체 강의를 SOS class에서 배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강의가 어렵지만 별 수 있나 요. 잘 따라가려면 계속 수업 때 마다 교수님께 개인면담 신청해 야죠 뭐”그는 학교를 3년 동안 이나 다녔지만 여전히 수업에 적 응을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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