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 나라에서 온 탐프루(가
명)는 무엇보다도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낀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인
사를 건네며 가까워지기 위해 노
력했다. 하지만 그를 스멀스멀
피하고, 심지어는 옆자리에 앉으
면 다른 자리로 옮기는 사람도
있었다. “아마 내가 사람들에게
다른 언어로 말을 건다는 생각
때문에 나를 피하고, 두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그는 한국
말로도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었
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그
저 미지근한‘안녕’이었고, 그 이
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여기
서 모르는 사람에게 갑자기 말
걸면 이상하게 보는 것 같고, 왜
나랑 얘기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전혀 알지 못하는 사
람에게 말을 건네는 문화가 익숙
하지 않은 분위기는 그의 용기와
노력을 접게 하였다. 결국 포기
했다. 상처를 받았지만, 그 상처
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는 이제
는 아무렇지 않아 괜찮다고, 상
관없다며 씩 웃어 보였다. 아직
은 한국 친구가 2명밖에 없다.
3월 한 달간은 각종 동아리와
학회들이 신입학생을 모집하려
고, 발 벗고 나서 홍보에 힘을 쓴
다. 사람들은 동아리 소개를 위
해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친절
히 설명한다. 그러나 다른 피부
색에 다른 눈동자를 가진 그에게
는 먼저 다가왔던 적이 없었다.
“무슨 동아리인지 몰라서 물어봤
어요. 근데 나랑 말하다가, 다른
한국 사람들이 오면 갑자기 그
사람들에게 말해요. 저를 포기했
어요”탐프루는 동아리에 들어가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다. 하지만
어떤 동아리가 있는지 무엇을 하
는 동아리인지 잘 알 수도 없었
다. “영어로 번역된 학교 홈페이
지에는 기본적인 정보 위주의 공
지사항밖에 없어요. 공지사항에
서 동아리 정보를 얻을 수 있으
면 좋겠어요”2015년 3월 이후
영어로 번역된 가톨릭대학교 홈
페 이 지 의 NOTICE 항 목 에
Recruiting에 대한 내용은 단 7개
뿐 이었다.
◆ G 나라에서 온 세레나(가
명)는 작년 9월 교환학생으로 가
톨릭대학교에 와 한국 대학생활
에 잘 적응하고 있다. 먼 타지에
서 알 수 없는 언어들과 소소하
지만, 그만큼이나 잦은 다름의
차이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받아
들이고 있다. 힘들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의 생활과 주위의 친절함
에 그녀는 행복해한다. “한국어
로 된 수업 듣는데 50% 정도만
알아들어요. 그래서 단어장을 다
시 펴고 하나하나 다시 해석해
요.”그녀의 모국어는 한국어가
아니어서, 모든 한국어를 수월하
게 알아들을 수 없다. 남들보다
공부할 시간이 배로 걸리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열심히 공
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
한 높은 계단이 또다시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시험지도 한국어
잖아요. 나, 이 문제 아는 것 같은
데, 질문을 잘 몰라서 잘 못 봤어
요.”시험공부를 위해 시간, 노
력, 세세한 수고스러움까지 더했
지만, 막상 시험문제 단 2줄 때문
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순
간이다.
세레나도 탐프루처럼 외로운
것이 가장 감당하기 힘들다. “그
냥 외로운 거, 그게 힘들어요. 그
리고 한국에서 혼자 밥 먹는거
조금 이상하잖아요. 근데, 거의
혼자 밥 먹어서 조금 눈치 보여
요”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
때문에 혼자 밥을 먹는 것도 쉽
지 않은 일이다. 그녀에게는 외
국인지원센터의 프로그램인 아
미(AMI)를 통해 만난 친구가 있
다. 친구를 통해 한국어 연습도
할 수 있고, 밥도 종종 함께 먹어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 친구를 제외한 다른 한국친구
와는 가까워지지 못했다. “한국
사람들도 먼저 말 걸고 그러는
문화 아니잖아요. 근데 저도 부
끄러워서 먼저 말 안하는 편이에
요”다행히도 이번 학기에 듣는
강의 중 세레나의 모국어로 이루
어진 수업이 있었다. 그녀의 언
어 능력 때문에 모르는 문제를
질문하거나, 외국어 능력을 배우
고 싶어 다가오는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학생들이 세레나의
모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이
고,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한다.
◆ C 나라에서 온 얀쯔이(가
명)는 본교 대학생활에 매우 만
족하고 있다. 교수님과, 담당 센
터 모두 그에게 친절하였고, 한
국말을 잘 구사하는 편이라 주위
엔 좋은 친구들도 많다. 그는 학
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장학
금 등에 감사하며 학교를 다닌
다. 하지만, 그에게도 개선되길
바라는 점은 있다. 이방인 취급
을 받는 것이다. 사고방식이 조
금 다를 뿐인데 가끔 외계에서
온 느낌을 받는다. “차별은 아닌
데, 다르게 대하는 것들이 있어
요”가장 힘든 점은 외국인이라
면 무엇이든 개방적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다. 외국은 비교적 생
각한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지켜야 할 예의가 없는 것이 아
니다. “우리를 너무 과장된 오픈
마인드로 보는 것 같아요”또한,
그가 가장 불쾌했던 순간은 사람
들이 그와 친구가 되는 것이 목
적이 아닌 수단으로 생각했던 점
이다. “제가 언어 실력을 좀 더
키우고 싶은데 친구가 되면 안될
까요? 라는 실례가 되는 말을 걸
어요”위의 세레나와 반대로 그
는 언어 때문에 다가오는 친구들
을 고마워하지 않는다. 같은 상
황이지만 받아들이는 것이 달랐
다. 개인의 인식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무엇 때문에 친구가 되고 싶다고
다가오는 것이 실례인 것은 분명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