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우리' 이야기 담아 '읽히는 신문' 만들 때!
진짜 '우리' 이야기 담아 '읽히는 신문' 만들 때!
  • 임수진 기자
  • 승인 2009.11.17 19:01
  • 호수 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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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이택동(국어국문) 제100호 발간 담당 주간교수
▲ 제5대 주간교수 이택동 선생님

본보 제200호 발행을 기념해 제100호(2002년 6월 4일 화요일) 발행 당시의 제5대 주간교수 이택동(국어국문) 주간교수님을 만나보았다. 이택동 교수님은 지난 2001년 9월~2005년 2월, 총 3년 반 동안 학보사의 기자들과 함께 마감의 긴 긴 밤을(?) 지새웠다.

 

학보사에 계셨던 3년 반의 기간은 선생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 다른 보직은 동료 교수, 보직들과 함께 현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그런데 학보사는 학생들, 특히 학생들 중에서도 사회나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깊고, 비판적 관심을 가진 예리한 학생들과 함께 뒹구는 일이라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렇게 학보사에 머물면서 학생들의 좋은 글들을 검토할 때마다 흐뭇하고 보람찼다. 주로 문화부의 문화기행 기사, 특히 전남 여수의 중금속 오염에 대해 심층적으로 썼던 기사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100호 만들어질 당시의 학교와 학생들이 많이 변화했을 것입니다. 어떤 점에서 변화를 느끼시는지요?

- 내가 주간을 그만 둔 지 7년이라 얼마 안 되었지만, 그 사이에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나왔고, 오늘날 대학생들은 개인적인 학점, 스펙, 토익 등에만 몰두하도록 내몰리게 되었다. 사회∙경제적 여건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대학생 태반이 사회 문제나 몸담고 있는 학교의 현안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표출하지도 않는다. 학생들이 개별화된 것이다. 100호 당시에는 사회적∙교내 현안이 무거웠다고 해야할까, 분위기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우리 대학은 건물 등의 변화 말고는 큰 변화가 없다고 본다.

예전에는 무거운 주제, 진지한 주제(투쟁, 시위 등)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다뤘습니다. 이런 기획들 때문에 학생들과 마찰을 빚은 적은 없었나요?

- 아무래도 학생기자들은 진보적∙급진적일 수 있고, 학생기자들은 그런 논조를 기사화하고 싶어 한다. 대부분을 존중해 주었다. 주간의 입장에서는 기사들이 균형감각을 확보했어야 했다. 객관적인 팩트(fact), 일차적인 사실관계는 일단 정리된 다음에 자신의 의견을 기사에 들어야 한다. 지나치게 일방으로 편향된 기사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기사는 토론을 통해 조율했다. 그 시절에 비할 때 지금의 학보는 균형 감각이 잡혀 있고 학생 일반의 취향, 오늘날의 기호와 함께 하려는 노력이 지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학보가 기성 언론과 갖는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 기성 언론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학생기자들과 생각이 좀 다르다. 주간 당시 학생기자들은 학보만의 차별성을 견지하려고 하며 그 차별성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다. 그러나 70년대와 달리 지금은 백가쟁명 식으로 진보부터 보수에 걸쳐 폭넓게, 아주 많은 수의 언론이 존재한다. 때문에 학보의 고유한 개성, 참신한 시각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것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오히려 차이점을 찾기가 힘들다.

예전의 우리 학보는 (학생)일반을 선도하려는 의식이 많이 담겼다. 최근 들어서는 논조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이제 우리 학보는 학생 일반을 ‘선도하려는’ 노력과 함께, 학생들과 ‘더불어 나아갈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학보는 다른 학보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진지하고 무거운 면이 있었기 때문에 학보를 읽히게 하려면 경쾌한 지면도 필요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읽히지 않으면 오히려 그 의미가 반감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읽는 학생들이 ‘우리들 이야기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었으면 한다.

지금의 우리 학보를 평하신다면?

- 요즘은 전공서적도 활자가 느슨하다. 다른 학보는 행간, 활자가 여유 있고 사진 자료도 크게 활용되어서 신문을 읽기에 부담이 없다. 그런데 우리 학보는 사진도 작고 글이나 편집이 너무 빽빽해서 다가서기에는 너무 벅찰 정도로 기사 분량이 많다. 1면 진단 기사도 있고, 빡빡하게 짜여 있다. 다른 학보에는 1면에 여러 기사들을 다양하게 채워 넣는다(타블로이드). 이렇게 1면의 육중한 무게와 긴 호흡 때문에 읽는 학생들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비록 그것이 우리 학보의 특징이고 심층적인 부분에서 장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학보를 많이 읽을 수 있도록 편집∙기획 등의 절충점을 찾았으면 한다.

또, 아직도 기획이 ‘무겁다’. 최근에는 무거움을 벗어나려는 것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진지하고 무거운 것, 사회 현안에 대해 다루는 것이 우리 학보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학생들이 학보를 찾지 않는 원인이기도 했다. 아직도 많이 읽히지 않지 않나? 그래서 읽히게 하려면 학생들과, 구성원들과 호흡하는 신문이 되어야 한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학보사에는 학생들의 드나듦이 잦습니다. 그럼에도 남은 기자들은 꿋꿋히 학보를 만들고 있는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학생기자가 끝까지 놓치 말아야 할 덕목이나 자질은 어떤 것인가요?

- 예전에는 기자가 없어서 2달 동안 신문을 내지 못한 적도 있었다. 편집장 단독으로 신문을 낸 경우도 있었다. 요즘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알고 있다. 곁에서 지켜보면, 학생기자 활동이 참 힘들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나는 학생기자를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 사회적인 수요에도 구체적으로,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확언한다.

분석력, 취재력, 끈기, 책임감, 문제의식…이런 것들 모두가 학생기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그중에서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신문에 실리기 직전까지 기사의 완성도에 대해 끝까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다. 문제의식으로 시작해서 기사가 작성되고 그 과정에서 다른 덕목들이 버무려지는 것이지만, 자신이 쓰는 글에 대한 완성도를, 필름 뜨기 직전까지 고민해야 한다. 글이 기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학생기자들은 알 것이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끈질기게 달라붙을 때, 학년과 직급이 높아지면서 그 문제의식의 심급이 깊어지는 학생기자들을 많이 봤다. 그들은 예비 지식인으로서의 지적 성숙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개발되더라.

학보사 기자들과 학보에 하고 싶은 한 마디 전해주세요.

- 아까 언급한 대로, 학생 일반을 선도하는 것, 이끌어나가는 것도 그것대로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우리 학보도 학생들과, 구성원들과 함께 ‘더불어 나가는’ 학보가 되어주기를 당부한다.

<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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