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세포 공장 ( Microbial cell Factory)
단세포 공장 ( Microbial cell Factory)
  • 김필 생명공학. 교수
  • 승인 2009.11.18 10:55
  • 호수 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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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김필 생명공학. 교수
 나의 연구실에서 진행 중인 연구주제는 단세포공장 이다. 단세포를 마치 물건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독립적인 공장으로, 단세포 내의 소기관을 각각의 기계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좋을 듯하다. 단세포에서의 생체 물질의 합성은 전통적으로 빵, 맥주, 와인, 치즈의 제조등 수 천 년간 전해져 온 지식들 바탕으로 하였고, 최근에는 살아있는 단세포를 분자생물학과 생물정보학을 활용하여 단백질(산업용 효소류, 의약용 단백질류), 알코올류, 아미노산, 생물연료 등 생체물질을 제조하는 공장으로써 활용하고 있다(합성생물학이라고도함).미래성장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는 바이오기술(BT)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 있을까 생각해 보면 2005년 바이오 분야 학술논문의 양적 비교 순위가 세계 13위였으니 기초생명과학의 질적 수준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생물산업기술로 시야를 돌리면 사정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였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바이오 산업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대표적인 기업성공 사례가 많지않다.‘ 산업바이오(industrial biotech)’라고함은 옥수수∙콩∙사탕수수∙목재류 같은, 재생 가능한 식물자원인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산업미생물의 대량 발효기술을 통해 바이오 기반 화학제품, 바이오연료 등을 생산하는 바이오 리파이너리(refinery) 분야를 말한다. 이 분야에서의 기술경쟁력은 일본과 독일이 가장 앞서 있으며, 일본의 아지노모토, 독일의 데구사(Degussa), 바스프(BASF) 등이 대표적인 선두 기업에 해당한다. 연 매출2000억 원을 올리며 한국의 생명공학기업을 대표하는 CJㄜ의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라이신(사료첨가용 아미노산)도 처음 사업을 시작한 1985년부터 2002년까지는 이들 기업에 크게 뒤져 있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들은 후발주자로서의 기술력 열세를 저가(􃪞價) 원재료 확보와 물류 최적화로 버티는 실정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사태가 더 악화되어 최대 경쟁사 중 하나인 일본 아지노모토사가 태국과 브라질에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하였다. 당시 국내 기술력은 아지노모토사의 85~90% 수준에 불과했으므로 우리는 질적으로는 물론이고 양적으로도 영원히 일본을 넘어서지 못하게 될 위기가 닥친 것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경쟁 업체마저 등장했고, 국제 원료가격도 급등했다. 한마디로 일본과 중국사이의 샌드위치신세였다. 기술력으로 따라잡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결론이었으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최근 5년간 피나는 노력이 뒤따랐다. 유전체학, 단백 질체학, 전사체학, 대사체학 등 첨단 분야를 총 망라하여 세포공장(cell factory) 기술들을 한 곳에서 개발, 테스트하고 복합 응용이 가능토록 역량을 집중시켰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됐지만, 기술 독립을 하지 못할 경우 영원히 선진국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03년 대비 2006년 세포공장 관련 특허출원수가 3배 가량 증가했다. 또한‘유전자 타깃(target)’발굴 건수도 10배가량 증가했다. 일단 국내기술에 의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자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하나 둘씩 실현돼 나갔다. 자체 기술역량이 높아짐에 따라 어떤 문제든 해결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국내 연구진에 싹터왔다. 자신감으로 연구에 가속도가 붙었고, 그 결과 기술면에서 세계의 경쟁 회사를 추월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우리의 세포공장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또 기술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은 사업 경영에도 반영되어 중국과 남미 등 해외 생산기지의 신∙증설 투자를 자신 있게 단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기술력 축적은 1~2년 사이에 가능한 것이 아니며, 더욱이 우수한 인적자원의 양성과 병행돼야 한다. 따라서 치밀한 중장기 기술개발 투자 전략, 참고 기다릴 줄 아는 경영층의 인내, 그리고 무엇보다 R&D(연구∙개발) 종사 인력에 대한 존중과 격려가 필요하다. 나의 연구실에서는 단세포공장을 이용하여 인류에게 필요한 생체물질을 만들어내는 연구들을 수행하고 핵심인력들을 키워내고 있다. 근래의 내 꿈은 지구의 근원적 에너지인 태양광을 받아 스스로 광합성하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고정화하고 생물연료까지 합성해 내는 세포공장, 아니, 단세포 로봇을 만들어 내는 게 꿈이다. 기술만이 자원 없는 우리가 살아갈 유일한 방법임을 잊지 않고서 아직 꿈에 불과하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가 볼 생각이다. 그 꿈을 이룰 때까지 정진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건강이 유지되기를 하느님께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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