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눈, 그리고 기자의 눈
사람들의 눈, 그리고 기자의 눈
  • 김예진수습기자
  • 승인 2015.11.21 21:43
  • 호수 2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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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나는 펜을 든다]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간절한 외침은 취업준비생 만큼이나 처절했던 한 복학생의 동아리 지원 면접에서의 모습이다. 학보사가 얼마나 힘들고 바쁜지 다 알고 있었다. 이미 타 대학 학보사 출신 아버지와 같은 학보에서 부장을 맡고 있는 동생이 경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말을 한쪽 귀로 흘린 채 기자란 타자만 따닥거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주 큰 착오였다.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기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들은 우호적이기도 하고 때론 적대적이기도 하다. 언론인이 감정 노동자일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는데 인터뷰를 위해 말도 안 되게 비굴해지며 “한 말씀만... 해주시면” 이라며 갈구하는 내가 처량하다. 그러나 이미 올라 탄 배는 항구를 떠나 망망대해를 향해 출발했다. 후회보다는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

‘언론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고찰 끝에 기자를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기자가 한번 되어보고 싶다’충동만 있었을 뿐, 그런 내게 주어진 학보사 입사 논술 질문이 바로 ‘언론이란 무엇인가요?’이었다. 이때 문득 지난해 종영한 ‘피노키오’라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가 스쳐지 나갔다.

“사람들은 기자가 진실만을 보도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신중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주인공의 외침처럼 언론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사람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중립적이고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 그러나 중립적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가 마주하는 대형 신문사만해도 그들의 색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주말 도심에서 벌어진 ‘민중총궐기’에 앞서 집회 주최 측은 집회 당일 논술 등의 입시 시험을 보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집회로 인한 교통혼잡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호소문을 띄운바 있다. 이에 대한 보도로 한겨레신문은 “논술 보는 수험생, 조금만 빨리 집을나서달라”라는 제목으로 호소문의 내용을 전달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반면 조선일보 “12⩑ 수험생에 교통대란 피해가라는 시위대”라는 제목으로 호소문과 함께 집회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함께 보도했다.

기자 또한 사람이기에 중립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기사를 쓰다보면 어느 한 쪽의 입장을 지지하게 되고 그 방면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쓰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사실 확인이 중요하다. 독자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한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정보의 전달이야 말로 언론이 지향해야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사람들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창문이라면 그 창의 방향을 내는 것은 그들의 자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이 최대한 창밖의 세상을 그들의 눈으로 볼 수 있게 기자는 그 창을 깨끗하고 투명하게 유지해주는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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