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반대
자유학기제 반대
  • 이소희(미디어기술콘텐츠∙1)
  • 승인 2015.11.21 21:46
  • 호수 2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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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는 중학교의 총 여섯 학기 중 한 학기를 진로탐색 기회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2016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정규 교육과정이다. 이 자유학기제 동안에는 중간, 기말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토론이나 실습수업 혹은 직장 체험활동과 같은 진로교육을 받도록 구성되어 있다. 2013년 시범운행을 시작하여, 2015년 현재 약 82여개의 학교가 시범운영 중이고, 내년인 2016년에는 전면적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3년간의 시범기간을 거쳐 실시하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많다.

50년 이상 이어진 수업 방식을 3년간의 준비를 거쳐 바꾼다는 점도 그렇지만, 자유학기제를 위한 교과목별 수업 방식이나 프로그램 개발 등의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모델로 삼은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의 경우에는 수업 프로그램을 책임질 전담 코디네이터를 학교마다 배치하는 것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의 경우에는 진로진학상담교사나 기존 일반 교사가 자유학기제의 업무에 관여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교육 자원에 대한 충원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면 결국 일선 교사의 업무만 증가되며, 이는 실효성 낮은 프로그램으로 직결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유학기제도가 기존 교육과정은 그대로 유지된 채 실시된다는 것도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자유학기제가 실시될 경우에는 토론이나 실습수업 혹은 체험활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과목별 수업 시수를 줄이게 되는데 이것은 기존 수업에서 다루던 교과과정을 줄여 재구성 하여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생의 부담으로 연결 된다. 그리고 자유학기제는 6학기 중 한 학기를 실시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즉, 이 자유학기제의 실시 시기도 각 학교의 재량이라는 점이다. 이럴 경우 A학교에서 1학년 때, B학교에서 2학년 때 자유학기제로 실시될 경우 같은 1학년 교과목이라도 A학교는 자유학기제로 인해 자세하게 못 배운 내용을 B학교에서는 자세하게 배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자유학기제도는 같은 학년이라도 배움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유학기제도가 고교 진학에 대한 부담을 높인다는 목소리도 높다. 작년 2015년 고입은 2009년 개정 교육과정과 집중 이수제에 따라 중학교 전체 학년(1학년 포함) 교과 성적이 반영되었는데 자유학기제 시행에 따른 해당 학기의 고입 미반영은 실제 교과 성적반영 학기가 최대한 전체 3학년 6학기에서 5학기로 교과 반영이 1학기 감소하는 결과로 돌아왔다. 이에 따라 자유학기 시행기간 동안은 시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고입 교과 반영에서는 다른 학기로 부담이 전이 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그 보다는 근본적으로 경쟁적 진학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아무리 이런 제도를 시행해 보아야 성공하기 어렵다. 이 정책의 근본 성공 조건은 고교 다양화 정책과 비평준화 해소, 진학 중심 내신평가제 폐지, 지역기반 공공시설과 공공 일자리의 선제적 확충이 일어나야 가능한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제대로 된 기반 없는 제도인 자유학기제 실시에 대해 반대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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