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 남성다움과 여성다움 언저리에서
여성과 남성, 남성다움과 여성다움 언저리에서
  • 주은성수습기자
  • 승인 2015.12.03 04:23
  • 호수 2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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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JTBC에서 방영된 ‘속사정쌀롱’ 에서 방송인 허지웅씨의 스마트폰을 본 전문가는 "어플이 잘 정리돼 있다. 댄디하고 자기관리가 완벽한데 *페르조나적 성향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여리고 여성성이 있다. 그걸 감추기 위해 남성성으로 어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허지웅씨는 누가 봐도 평범한 ‘남성’인데 속에 ‘여성’적인 요소를 갖고 있어 이를 감추려 자기 통제를 하고,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보여주기 보다는 강하고 주관이 뚜렷한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가면을 쓴다는 것이다.

우리는 중∙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남성적 어조’, ‘여성적 어조’라는 것을 유형화 해 배워왔다. 여기서 남성적 어조는 대개 상황을 단정하는 어미나 명령형 종결 어미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데 어울리며 의지적이고 힘찬 기백을 담은 내용을 전달하기에 적절하다. 이에 반해 여성적 어조는 부드럽고 유연한 느낌의 여성성이 드러나는 경우를 말한다. 여성적 어조는 간절한 기원, 애상의 내용을 전달하기에 적합하며, 높임, 청유형, 가정형 등의 표현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어조의 구분이 유형화된 이유는 사회적 관습 때문이다. 예전에 남자들에게는 주로 의지와 기백이 있는 모습들이 요구되었고, 여자들에게는 순종적이고 간절히 갈구하는 모습들이 요구되었다.

이런 과거의 세태가 언어를 통해 반영된 결과가 ‘남성적 어조’, ‘여성적 어조’로 남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분은 이미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이제 이런 그릇된 과거의 산물은 고쳐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지금도 그대로 학생들에게 가르쳐지고 있다. 결국 ‘남성’과 ‘여성’ 이 갖춰야할 특징들이 교육이라는 사회화를 통해 계속 규정되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합의에 속하지 않은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본성과 성격을 좀 더 사회가 추구하는 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스 신화와 예술 작품에 표현된 ‘남성성’과 ‘여성성’을 연구한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노이만(Erich Neumann)은 인간의 의식은 남성성으로 경험되며, 남성성 자체가 의식과 동일시되고 가부장제 세계의 발전과 더불어 발전한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의 무의식은 대부분 여성적인 것으로 상징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노이만은 위대한 어머니 여신에 대해 남자 영웅들이 영웅적인 투쟁을 벌이는 것을 무의식에서 벗어나 자아의 의식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가부장제 신화 속에서 남성에게 이질적이고 낯선 존재로 다가오는 ‘여성성’ 의 원리를 비합리적∙ 비이성적인 것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성차별주의에 입각한 편파적인 남성적 관점은 여성이라는 타자를 괴물로 특징짓고 만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 초기와 달리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괴물들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1)

“야 너는 남자답지 않게 왜 이렇게 머리가 길어? 너 얼굴에 뭐 발랐어? 야 나는 로션도 안 발라. 여자같이 무슨 화장이냐?”, “얘 화장 좀 해라 여자가 화장 안하면 무례하고 예의 없는 거야. 넌 매일 바지만 입냐? 여자는 뭐니 뭐니 해도 치마지! 여자답게 치마 좀 입어!” 누구든 한번 쯤 직접 듣거나 누군가 말하는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또는 내가 한 말들일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쉽게 누군가에 의해 판단되고 또는 누군가를 판단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기준과 가치를 갖고 타인을 꾸짖고 비웃을 권리를 타고난 것일까?

인간(㤻間)은 사람들(㤻) 사이(間)에 존재한다. 즉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 앞서 우리는 사람이다. 인간이 갖는 사회적 특성이나 문화는 시대∙지역∙민족 등 여러 가지의 변수들에 의해 영향 받는다. 어떠한 사회적 특성이‘옳다’, ‘그르다’ 라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는 개개인의 특징은 유형화∙일반화된 성격에 앞서 존중되어야 한다. ‘여성다움’ 과 ‘남성다움’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가 타자와 다르다고 해서 내 자신을 숨기진 말자. 나는 틀린게 아니라 단지 남과 다를 뿐이다.

*페르조나 : 고대에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용어로서, 세상에 대처하기 위해 개인이 쓰는 사회적 가면 또는 사회적 얼굴을 의미한다. 페르조나는 성 정체성이나 자아 정체 성 또는 직업 같이 사회가 규정하는 나에 대한 인식과 관련되어 있다.(출처: 네이버지식백과)

1) [네이버 지식백과] 영웅의 남성성과 괴물의 여성성(위대한 어머니 여신 - 사라진 여신들의 역사, 2003.7.15, (주)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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