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세움]학생들의 무관심인가 학생회장 후보의 무능력인가
[콜로세움]학생들의 무관심인가 학생회장 후보의 무능력인가
  • 김대윤(법∙4)
  • 승인 2015.12.03 04:29
  • 호수 2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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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문화, 의식, 정치성향 등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알 수 있는 척도이다. 대학은 선도적이고 세계적인 교육을 담당하는 지성의 요람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은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2014년 기준 68%로,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해당된다. 즉, 대학생들의 전반적인 인식이 차세대를 선도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대표성을 가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미래의 시대정신을 담는 그릇인 대학에서 심한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지난 총학생회장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투표율이 과반수를 넘지 못해 개표마저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인예대와 생활대, 이공대 모두가 오차율 등의 문제로 투표율이 과반수를 넘지 못해 총학생회를 대체할 중앙운영위원회조차 부재하게 됐다. 과반수의 투표율을 가까스로 넘기는 타대학들을 보았을때, 이는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점에서 대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학교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국가의 관점에서도 최대의 위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SNS에서는 수많은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이 중 대다수는 투표를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가한다. 그러나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이 무관심인지, 후보의 암묵적 반대인지에 대한 논의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투표는 자유를 수반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본질은 간단하다. ‘저조한 투표율은 학생들에게만 책임이 있는가?’

대학을 4년 간 다니면서, 수많은 총학생회장 및 단대장 선거를 지켜보았다. 매번 투표가 있을 때마다 투표권을 행사한 당사자로서, 학교 자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단단한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그 어떤 후보에게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무기력한 실망감을 느낀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지난 선거에서의 공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28대 총학생회장 선거 단일 후보의 핵심 공약은 ‘① Break School, 기숙사 방 배정 아침형 및 올빼미형 조사 등 ② Brand New 아우름제! ③ Break 미셸!’ 이었고, 제27대 총학생회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어깨동무의 핵심 공약은 ‘① 셔틀버스 운행제도 개선 ② 커뮤니티 사이트 개설’등이다. 단대장 선거의 경우 매년 공통적으로 극히 일부의 학생들만 이용하는 단대방 서비스 강화라는 ‘복지서비스’등이 고작이다.

공약을 보았을 때, 총학생회장 및 단대장후보들은 학생들이 겪는 핵심적인 고민을 직시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학과에서 교수 충원이 되지 않고 있어 커리큘럼 및 수업의 양과 질에서 학생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또한, 중간고사 성적이 공개되지 않아 학생들은 알권리를 침해당하고 이의신청에서 한계에 직면한다. 필자는 대학 4년 간 이와 같은 학생들의 불만은 수 없이 들어보았으나, 이를 문제제기 하는 학생회를 본적은 단 한번도 없다.

제17대 대통령선거 당시 20대 전반의 투표율은 51.1%였고, 제18대 대통령선거에는 71.1%로 20%p 차이가 난다. 투표율의 극렬한 변화에는 정책, 인물, 전 정부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의 선거에서 다시 투표율이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대학생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기보다는 특정 선거에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로 국민의 일반적인 집합적 의사가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과 같이, 학생회 또한 하등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대학생들의 투표에 대한 무관심을 논의하기에 앞서, 학생회가 대학생들의 관심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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