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융복합전성시대를 돌아보며
[사설] 융복합전성시대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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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02 16:14
  • 호수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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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인공지능에 대해 관심을 갖게된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 간의 대국에서 유명해진 또하나의 인물은 알파고 개발자인 데미스 허사비스이다. 허사비스는 컴퓨터 게임 개발과 컴퓨터 과학 공부 후에 회사를 운영하였고, 인지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에 인공지능 개발회사인 Deepmind를 창업하였다. 인문학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겸비한 제2의 스티브 잡스를 양성해야한다던 사람들은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에는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융합역량을 가진 제2의 허사비스를 양성하자고 외치고 있다.

우리 학교도 분과학문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과제를 해결하는 창조적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인재양성을 목표로하는 6개의 융복합 전공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2016년에는 시범적으로 스타트업 융복합전공과 Global Korean Studies 융복합전공이 추가로 운영되고 있으며, 본교가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에 선정되어 내년부터는 ‘글로벌 인문 경영 융합’과 ‘글로컬 문화스토리텔링’ 융복합 과정을 학생들이 선택하여 이수할 수 있게 되었다.

증가 추세에 있는 융복합 전공의 수만큼 융복합 전공이 개설취지를 달성하고 있는 지를 돌아보아야 할 시기이다. 융복합 전공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들의 수는 2013학번 136명에서, 2014학번 117명, 2015학번 80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15학번의 경우에는 6개의 융복합 전공 중에서 3개는 10명 미만의 학생들이 선택하였다. 학생들로부터 초기 만큼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 추세가 매년 감소한다는 것은 문제이다.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서 학부 내의 세부전공을 없애고 있는 실정이면서 아무리 운영의 부담이 적다고 하더라도 많은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는 융복합전공들이 늘어나는 것은 서로 상충되 보인다.

개설된 융복합전공들이 특정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 ‘비즈니스’나 ‘경영’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 융복합전공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다양한 융복합 전공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 또한, 융복합 전공 학생의 증가가 겹쳐 원래 전공 학생들이 수업 선택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융복합 전공이 시작된 지도 몇 해가 지났지만 보인 성과와 미흡한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평가가 부재하다. ‘측정하지 못한다면 관리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현 상황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융복합 전공의 발전에 필요하다. 융복합을 전공한 학생들이 융복합 영역으로 진출을 하는 지, 이수한 과정이 기대한 만큼의 융복합 지식을 제공했는 지와 같은 수요자 입장의 융복합 전공에 대한 평가와 이에 기반한 융복합 전공의 개선이 필요하다.

융복합 전공의 수를 늘리기에 앞서 기존의 융복합 전공들이 많은 학생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선택하는 학생들의 수는 줄고 있는 데 선택지만을 늘린다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

자신의 본령이 되는 전공 학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학부생들이 융복합을 체화하는 것이 가능한 지에 대한 논란 속에서도 출범한 융복합 전공들이 개설이 손쉽다는 이유로 숫자만 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돌아보아야 한다. ‘제2의 누구’의 출현이나 교육부 프로그램에 휘둘리는 융복합이 아니라 통섭의 취지를 살리고 학생들의 수요가 반영된 형태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재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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