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선택과 의무 사이에서
투표, 선택과 의무 사이에서
  • 조혜연(사회∙3 )총학생회 정책부장
  • 승인 2016.08.31 15:28
  • 호수 28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월, 빈 총학생회실을 밝혀 주는 가톨릭대학교의 대표자가 오랜만에 등장했다. 예년 그래왔던 것처럼 50%를 막 넘긴 투표율과 높은 찬성률로, 단대장을 비롯한 대표자들이 뽑히게 되었다. 어느덧 보궐선거를 했던 1학기가 지났고 내년의 대표자를 뽑을 선거가 곧 시작된다. 선거를 시작할즈음, 내게는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이번 선거에는 후보자가 있을까?’, ‘이번에도 단일후보일까?’, ‘투표율은 얼마나 나올까?’ 언제나 학생회장을 뽑을 때 고민하는 문제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생활의 대부분을 학생회의 일원으로써 보내서인지 선거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며 주위에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투표가 곧 민주주의의 꽃이자, 학생의 권리를 지켜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학생회이기도 했지만, 학생회가 아니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선거 동안 투표를 한 적이 많았지만, 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공약이 마음에 안 들기도 했거니와, 진심으로 그 후보자가 나의 대표로서 자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투표를 하지 않기도 했다. 학생회를 그만두자,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법이 내생각을 가장 강력하게 대변할 수 있는 최선책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내 의사를 반영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기도 했고 비틀린 학내 투표 문화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또 다른 방법이었다.

우리 학교에서 자신이 반대하는 학생회장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는 것은 명실상부한 반대표처럼 여겨진다. 대부분이 반대표를 찍는 것보다 투표율을 아예 낮춰 개표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궤변이라고도, 또 다른 누군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말한다. 많이들 엇갈리는 생각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런 이유로 투표하지 않았던 적이 있으니까 말이다.

학내 투표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처럼 여겨지는 추세다. 특히 단일 후보가 대부분인 선거에서 투표율은 당선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그들만의 리그’의 학생회를 보는 학우들은 투표할 의무를 느끼지 못한다. 언제나 비슷한 공약, 학생회 활동을 하던 후보, 단일 후보자, 복도에서 투표하자는 외침은 투표 기간 후 항상 뻔한, 고질적인 문제로 떠올랐고 해가 갈수록 학우들의 관심도는 떨어진다. 이제는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거니, 하며 그리 신경쓰지 않게 되어버렸다. 투표를 하지 않는 이들에게 투표는 내 권리를 위한 방법이나 당연한 의무가 아니라, 굳이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는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이렇게 비틀린 투표 문화가 만들어진 데에는 학우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대표자들에도, 그런 투표 문화가 정착한 데 영향을 준 학우들에도 책임이 있다. 새로운 학내 정치의 프레임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투표율이 떨어진 것과 학생들의 관심이 떨어졌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의 정치가 이뤄지지 않는 것, 모두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바람직한 투표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도 어느 누구라도 말하기 어렵다. 대표자들이 스스로 학내 투표와 정치에 관심을 유도하도록 노력하기도 해야 하지만, 그런 대표자들에 의견을 제시하고 관심을 가짐으로써 학우들은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알려주기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첫걸음을 떼기 위한 것은 이런 투표 문화의 변화에 대한 욕구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