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기획] “할 수 있다”VS“ 못 미덥다”
[인터뷰기획] “할 수 있다”VS“ 못 미덥다”
  • 정희정 기자,황겨레 기자
  • 승인 2016.09.14 13:29
  • 호수 2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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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위원회

다음의 인터뷰 기사에서 성평위의 의미와 필요성, 활동에 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는 9월 1일(목)에 이뤄졌으며 참여자는 곽민주(심리∙3), 양다연(사회∙4), 양용석(심리∙3)이다.

1. 성평위의 의미를 묻다

Q.성평등위원회, 이름의 배경은 무엇인가?
A.성평위 인준 준비 전에 반폭위 활동이 있었다. 반폭위가 했던 활동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사건 발생 시 대처와 발생 전 예방. 예방을 하려고 할 때 성평등 교육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성평등을 지향할 때 성폭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반폭위의 이름이 가지는 한계성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를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구도를 벗어나고학내 구성원들 모두가 참여자가 되도록 성평위라고 이름 지었다.

Q. 반폭위에서 성평위로 바뀐 사실을 중운위(총학생회)에서 알고 있나?
A.사실 중운위에서 이름이 바뀐 것에 당황했다. 중운위 측은 반폭위에서 성평위로“취지가 변질되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성평위로 이름을 바꿀 경우 안건 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는 성평위에서 다루는 활동 중 하나인 학내 성소수자와 관련하여 학내에서 활동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과, 소모임으로 가도 되지 않겠냐는 것, 반성위는 인정하지만 성평위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Q.반폭위와 성평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A.성평등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가능성이 커진다. 성폭력 위에 성평등이라는 담론이 있다. 앞서 말했듯 반폭위가 가지는 이름의 한계성으로 연상되는 피해자와가해자의 구도와 성폭력, 강간, 희롱만을 다룰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의미가 축소되면 학생들이 자신과는 무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평위는 반폭위의 활동을 포괄하면서 학생전체 구성원들이 가진 성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학생자치기구로서 더 폭넓은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2. 성평위 존재 필요성을 묻다

Q.성평위는 왜 존재해야 하나?
A.학교나 국가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들은 권고한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내부에서 자각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학내 성평등 또한 마찬가지다. 여성가족부에서 성폭력, 가정 내 폭력에 관한 교육을 각 1시간 씩 대학 내에서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을 받아본 학생이 없고 이는 학교가 성교육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학내 존재하는 성으로 인한 모든 차별이 외면 받고 있다. 이런 학교를 감시하고 안전하고 평등한 캠퍼스를 만드는 것. 학생 자치로 시작될 일이다.

Q. 소모임이 아닌 자치기구여야 하는 이유는?
A. 먼저 학내 성폭력상담센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담당 근무자는 한 분밖에 안 계시고 일주일 모두 상근하고 있지 않다. 또 계약직이기 때문에 학내 성폭력 문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어렵고 가능하다해도 학교 측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 따라서 성평위는 성폭력상담소와 달리 학교측에 학생의 목소리를 높임으로 상징성을 갖고 제대로 된 의견을 표명할 수있다. 또한 성폭력상담센터에서 하지못하는 활동 범위가 분명히 있다. 성교육 캠페인, 성폭력 실태조사, 인식조사등 자치기구로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이많다.
또 실제로 성차별, 희롱을 당했을 때 이를 밝힐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런 경우에 성평위가 대리로 나서서 가해자에게 권고조치를 할 수 있고 사건의 진행사항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시의 역할까지 할 수 있다.

3. 성평위 활동은?

Q.방학 동안 인준을 위한 활동을 했다고들었다.
A.우선 성평위가 엘리트적 의식을 가지고 활동을 꾸리려는 게 아님을 밝히고싶다.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발전하는 학생자치위원회가 될 것이다. 그래서 소통하는 위원회의 표어를 내세워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페이지를 만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자료를 수집하고 학습하는 것은 물론 타 대학의 사례를 연구했다. 페이지는 구글독스를 사용해 학우들이 익명으로 얘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까지 많은 학우들이 학내에서 겪었던 성폭력 사례를 제보했고, 어떤 활동을 했으면 좋겠는지 의견을 보내주었다.
학내에 성소수자 모임(cukQ)이 있는데 그 모임에 연락해서 자문을 받았다.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주변에 존재하는 성소수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못된 오해 등 매뉴얼을 만들어 성평위가 성소수자들을 대변하는 역할까지 하도록 준비했다.

Q.인준 후 구체적 활동 주제는?
A.성폭력, 성소수자, 미소지니(misogyny),젠더박스(gender box) 4가지이다.

Q.학생들로만 꾸려진 위원회인데 전문성을 믿어도 될는지?
A.인준이 되고 예산을 받게 된다면 위원회 임원들을 성교육, 성폭력 피해 전문교육을 받도록 할 것이다. 시간과 비용이 꽤 들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지만 인준 후 이러한 준비를 통해 전문성을 띤 학생자치기구가 될 것이다. 물론 성폭력 상담소 선생님 수준의 전문성 기대하긴 어렵겠다. 하지만 학생자치기구로서 연대하고 자체적으로 조사한 성폭력 피해자 전문 병원, 상담시설 등에 연결해 피해자 보호와 보상에 있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올해 새터 때 전문가가 성교육을 했고 축제나 농활 때는 전문가가 내놓은 매뉴얼과 강의 자료를 학생회가 배워서 그 안에서 교육을 했다. 학내 성평등과 성폭력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배워왔던 위원회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이유로 총학생회 측에서 인준을 반대한다는 것은 더 생각해 볼 일이다.

본보는 인터뷰를 통해 총학생회와 학생대표 다수가 성평위 활동이 지나치게‘여성주의적’이라는 평을 받았음을 전해 들었다. 또한 명칭을 바꾸고 활동을 확장한 것에‘성평위의 기능이 반폭위에서 변질된 것’이 아니냐고 피드백을 전달 받았다고 했다.

6월 8일자 중운위 회의에서 실제로 올해 초 성평위와 비슷한 기구에 대한 제안이 학생회 내부에서 있었다. 이공대 학생회장이 반폭위가 기능을 확장해 전반적인 인권을 관할하기를 제안한 것. 그러나 총학생회가 자체적으로 인력이 부족하거나 인권과 같은 포괄적인 문제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기능을 상실하지 않았다며 불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다.

이공대 학생회장이 제안한 인권위원회는 비록 방향성이 조금 다르지만 성평위가 보다 더 넓은 범위의 역할을 담당하려고 하는 점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총학생회는‘성평위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우선 학생들의 연서가 충분히 모인 상태이고 어디까지나 절차상 학생들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다시말해, 학생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안건으로 상정 가능하며 전학대회의 결과를 따르겠다는 뜻이다.


중앙운영위원회

다음 인터뷰는 9월 8일(목) 진행되었다. 참여자는 총학생회장 선봉조(미디어공학∙4), 부총학생회장 박민수(사회∙4), 총동아리연합회장 이채연(생명공학∙4), 사회과학대 회장 장어람(심리∙3),생활과학대 회장 서유석(식품영양∙3), 인문과학대 회장 김동욱(국어국문∙3), 이공대 학생회장 김형민(물리∙4)이다. 아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내용의 사실 관계와 총학 산하의 자치기구가 되고자 하는 성평위에 대한 학생 대표자들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Q.개강 후 중운위 회의에서 성평위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긍정적이었나, 부정적이었나.
A.성평위 자체는 부정적이었다. 인준에 있어서 일단 반폭위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성평위로 바꾸기 위해서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학생들의 연서를 받은 다음 전학대회에 회부해서 의견을 받도록 하자는 게 최종 결론이었다.

Q.성평위가 반폭위에서‘변질되었다’고 한 발언이 있었다고. 변질은 부정적인 의미다. 젠더의식이나 섹스 이퀄리티를 다뤄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나.
A.일단 반폭위가 크지 않은 업무를 맡고 있었을 때에도 활동이 부실했기 때문 에 우려한 것이다. 그런데 확장을 한다고 하니 못 미더운 게 사실이다.

Q.가톨릭 학교라서 성소수자에 대한 이퀄리티를 얘기하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나.
A.성소수자에 대한 맞다, 아니다는 성평위에서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했다.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모두가 동의할 만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가톨릭 이념을 가지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교황님도 성소수자들이 핍박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고 신부님들도 같은 입장일 것이다.

Q.반폭위에서 성평위로 바꿀 경우 안건상정을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A.우리는 성평위로 바뀌었다는 것을 8월말에 알았다. 그 전까지는 반성위로 활동계획을 구상하는 줄 알았다.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먼저 반폭위를 상정하고 나서 다음에 성평위를 논해보자는 것이었다.


마무리

총학과 중운위 대표들은 우선적으로 자치기구들의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표자들이 어려움을 주장하는 이유는 절차상 문제 때문이다. 만일 성평위가 새로운 기구로 인준이 되면 모든 자치기구에 관한 회칙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자치기구 특성상 총학 산하의 기구로서 임기가 2달 정도 남은 짧은 기간 동안 충분한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성평위의 경우 인준이 되더라도 앞으로가 문제다. 예산을 받기 위해서는 27일 이후 다음 전학대회까지 기다려야 하며, 그 시기는 정해져 있지가 않다. 총학도 최소한 10월 중순으로 잡고 있다. 현실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에 활동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성평위는 분명 전 보다 많은 역할을 해내야 하며 그 만큼의 책임을 지게 된다.

반폭위 당시 예산을 제때 충분히 받지못한 점, 14년 겨울 출범 후 전문적인 활동을 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들어 학생 대표자들에게 각인시키기 못했음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2014,2015년도 당시 위원회를 이끌던 위원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만약 이번 27일(화) 전학대회에서 인준된다면, 성평위 존재가 학생들의 지지만큼 가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17학년도 전학대회의 의결은 미지수다. 반대로 인준을 받지 못하면, 성평위 인준은 내년으로 미뤄진다. 그렇게되면 총학생회가 기존에 반폭위가 하던기능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학생 대표들은 현실적인 경우의 수들을 고려해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본보가 양측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학생 대표자들과 위원회 간의 소통이 미흡했던 점이다.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열린 논의가 있었더라면 모두가 합의할 만한 방법이 나왔을 것이다. 학생 대표자들은 왜 존재하는가? 학생자치기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보궐에 보궐로 당선된 총학은 공약을 지키기에도 빠듯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임기가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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