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노란 풍선이 하늘로 날아 가버린 어느 5월
사설 - 노란 풍선이 하늘로 날아 가버린 어느 5월
  • 가톨릭대학교 사설위원
  • 승인 2009.08.2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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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봄비와 함께 정열의 춤을 추었던 축제를 끝내고 부스스 일어난 토요일 아침, 우리는 우리 손에 쥐어 있던 노란 풍선이 하늘로 날아 가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손에 노란 풍선을 하나씩 쥐게 되었다. 누군가의 뒤에 줄을 서지 않으면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무력감에 익숙해지던 어느 날, 우리는 권력, 권위, 관례라는 엄청난 힘으로 무장한 괴물과 오직 몸뚱이 하나로 싸우고 있는 그를 만났다. 처음에는‘참, 세상을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터무니없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언젠가는 그도 지쳐 그만 둘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오직 그만은, 끝까지 싸우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몸짱도 얼짱도 아닌 누군가를‘사랑하는 모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가 쥐어준 풍선은‘잘 살아보자’는 경제 풍선도,‘ 독재타도’의 거대한 풍선도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사회의 지역∙학벌∙연고주의, 줄서기라는 불합리를 도덕과 진실만으로 얼마든지 깰 수 있다는, 그래서 어디에서 태어나서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와 상관없이 자신이 한 만큼 인정받는 날이 온다는 작은 희망이었다. 인간 노무 현.
우리가 노란 풍선이 귀하다고 느낀 어느날, 그는 기적적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20일이 되지 않아 당신을 뽑은 국민들 앞에서 새파란 검사들로부터 조롱을 당하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에는 그를 욕하는 것이
가장 진부한 일이 되었다. 변하고 싶지 않은 우리를 계속 변하도록 하는, 지난 5년간 투박하게만 느껴졌던 그의 언어는 항상 우리를 당혹하게 하였다. 어쩌면 진실만을 줄 수
있는 그에게 우리는‘경제적 풍요’만을 기대하였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 고향 간다며 기차문간에서 손을 흔들며 좋아하던 그가 자연을 닮은 미소를 가진 농부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도 잠시, 1년 4개월만에 그는
우리를 영원히 떠나갔다.
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자신의 일에만 매진하고 그 흔한 촛불시위에서 촛불 한 번 들지 않은 우리 일상인도 동의하는 것 하나는 그가 가장 덜 부패한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는 더 이상 당신이 우리들의 노란 풍선이 될 수 없다고, 당신을 버리라고 고백하며 자신을 가장 혹독한 방식으로 처벌하였던 것이다. 이 처럼 그는 일상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이단아로 다가와 경계인으로 있다가 단독자로
돌아갔다.
만일 우리가 잃어버린 노란 풍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다면, 짤리고 왜곡되어 전달되어 그의 언어라고 불리는 것들을 집어던지고, 그가 우리에게 그 투박한 말투로 어떤 맥락에서 무엇을 진실로 말하려 했는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 조중동이라는 안경을 벗고 말이다. (읽지 말고 다시 들어보라!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그가 정말“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지요”라고 말했는지,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것이지요”라고 말했는지를… 전자는 막가파를 연상하게 하지만, 후자는 아무런 원칙, 예의 없이 해도 되겠느냐를 뜻할 뿐이다.) 이제 다시 노란 풍선을 우리 손에 쥐어 줄 사람은 없다. 만일 노란 풍선이 다시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이젠 우리 각자가 오직 자신의 힘으로 노란 풍선을 힘껏 불어야 할 것이다. 진실이 승리한다는 희망의 노란 풍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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