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돈이 떨어진다면?
하늘에서 돈이 떨어진다면?
  • 변은샘 기자
  • 승인 2016.09.28 14:36
  • 호수 29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미래를 겨냥하고 있다. 부족한 일자리와 복잡해지는 복지제도와 같은 문제들을 기본소득이라는 대안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청년이 있다. 청년들이 이 문제들을 직접 맞닥뜨려야 할 시점에 기본소득은 지금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이에 기본소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위한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호에서는 먼저 기본소득 개념과 그 배경을 다루고 그 뒤에 따라오는 의문들은 다음호에서 심층적으로 다루어 보려한다. 편집자 주

부족해지는 일자리와 복잡해지는 복지제도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기본소득의 출발, 서울시의 청년수당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는 지난 7월, 청년정책의 일환으로‘청년수당’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에서 1년이상 거주한 19~29세 미취업청년 3,000명에게 매월 5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골자. 그러나 발표 이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직권취소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와 복지부가 협의를 거치지 않았으며‘무분별한 현금살포 행위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는 것이 복지부가 말하는 반대의 이유였다. 이후청년수당집행은중단되었다.

한바탕 소동을 거치고 난 청년수당은 후폭풍이 거셌다. 현금지급이라는 낯선 정책은 찬반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렇게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새롭게 떠오른 개념이 있었다. 바로 기본소득. ‘부분적 기본소득제도’로 불리는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더불어 대표적인 청년 정책인 서울시의 청년수당이 복지부의 직권취소로 집행 중단되자 기본소득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논란을 낳았다. 이처럼 청년수당은 기본소득에 대한 고민, 그시발점이되었다.

청년수당과 기본소득

청년수당을 두고 기본소득을 연상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청년수당이 현금지급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는 서울시 홈페이지 청년수당 Q&A에서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고 복지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해당 정책을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청년수당의 이 같은 취 지와 현금지급이라는 방법은 기본소득제도와 맥을 같이하고있다.

청년수당은 분명 기본소득과 공통점을 가지고 기본소득제도를 수면위로 끌어올린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청년수당을 기본소득 그 자체로 보기는 어렵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기본소득의 중요한 두 조건을 모두 다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내놓은 청년수당의 지급대상은 서울의 구직활동 중이며 저소득층인, 그 중에서도 근무시간이 30시간 미만인 청년 약 3,000명이다. 즉, 청년수당의 수급대상은 기본소득의 지급대상‘모두에게’와는 달리 여러모로 제약을 두고 있다. 청년수당은 구직활동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모두에게’‘조건 없이’지급하는 기본소득과는 그 성격이 다른 것이다. 이 같은 청년수당은 기본소득 보다는 오히려 구직활동 보조금으로볼수있다.

더 나은 청년수당

기본소득의 입장에서 청년수당은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애초에 서울시는 청년수당을 복지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청년 들의 일자리에만 초점을 맞춘 청년수당은 청년들의 생활보다 구직을 우선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쉽지않다. 당장 구직활동 때문에 생활을 놓을 수 없는 청 년들에게 지급대상의 조건에 들기 위해 근무시간을 30시간 미만으로 줄이라고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복지사각지대는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 건을 충족하지 못해 복지제도가 미처 돌보지 못한 사람들이 놓인 곳이다. 조건을 내건다면 애초 취지와 다르게또다른복지사각지대가만들어지는셈이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이에 비해 기본소득에 더 가깝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성남시 내 만 24세 미만 청년들 모두에게 분기당 12만 5천 원씩을 성남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이재명 시장은 청년배당을 기본소득의 변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청년배당은 ‘모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그 대상이만24세미만청년, 방법이 상품권이라는 차이이외에는 매우 유사하다. 성남시에서는 이미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해 부분적으로 실험중인 것이다.

청년들은 지금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논의될 기본소득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왜 기본소득인가

우리나라에게는 아직 낯선 개념인 기본소득은 현재 전 세계에서 부족한 일자리와 복잡해지는 복지제도에 대한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개념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노동력을 대체하게 되면서 일자리는 점점 부족해질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순간을 기억하는가. 모든 언론에서는 마치 당장 내일 로봇과 인공지능에 인간이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것처럼 말하고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공지능에 밀려 사라지게 될 일자리들을 나열했었다.

이 우려에 대한 대안으로 기존에 이론으로서만 존재했던 기본소득이 주목받았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부족해 하지 못하는 미래가 도래할 때, 발전한 기술이 존재해도 구매력이 없어 이를 향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낮은 구매력은 비단 실직자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술개발로 부를 얻게 된 사람들에게 또한 낮은 수요는 문제로 도래한다. 이 가운데 기본소득은 실직자에게는 기본적인 생활보장을, 자본주의 사회에는 시장경제를 원활히 작동,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가장 근본적으로 기본소득은 그 함의 그대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줄 수 있다. 앞에 언급했듯이 복지사각지대가 등장하는 것은 복지제도의 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복지제도의 복잡한 신청방법을 숙지하지 못한 사람이라거나 지급대상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 예다. 최광은의『모두에게 기본소득을』에서는 이전에 다른 정책들이 보여주지 못한 이러한 효과들이 기본소득을 대안 사회를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더라도 필요조건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대안이 필요한 지금 시점에 기본소득이 유력한 선택지로 떠오르는 것은 분명하다.

‘청년’의 기본소득

기본소득이 청년에게 중요한 개념인 이유는 지금의 청년들이 미래에 이 모든 상황을 마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과 혁신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인간의 일자리는 지금보다 줄어들것이 확실하다. 제레미 리프킨은 2050년쯤이면 전통적인 산업 부문을 관리하고 운영하는데 전체 인구의 5% 정도밖에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복잡해지는 복지제도에 따라 늘어가는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점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면 일할 동기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인지, 이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할 충분한 재원이 마련될 수 있는지, 실제로 인간의 일자리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인지. 아직 답보다는 의문이 먼저 앞서는 낯선 개념 앞에서 청년들은 오히려 지금 통용되는 가치. 열심히 일하고 일한만큼 가져가자는 생각이 더 익숙하다.

그러나 부족해지는 일자리와 복잡해지는 복지제도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논의될 기본소득에 대해 누구보다 청년 들이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 기본소득은 실험 중에 있다. 계속 드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인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 실험이 끝나 기본소득에 대해 의문보다 답이 앞설 시점에 기본소득은 분명 더 현실감 있는 개념으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