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에게 친절 강요보다 고통해결이 우선이다
감정노동자에게 친절 강요보다 고통해결이 우선이다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16.10.12 22:24
  • 호수 29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화점 고객이 판매직원을 무릎 꿇리게 한 사건이나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한 사건 그리고 콜센터 상담사에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폭언과 성희롱등은 우리나라 감정노동의 심각성을 알린 주요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괴롭힘에 대한 규제와 함께, 산업재해 문제로 감정노동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국회에서는 보험업과 여신업에서, 서울시와 광주시에서는 조례로 고객응대 업무를 수행하는 감정노동자의 보호가 제도화되었다.

사실 지난 20년 사이 서비스산업 고용 비중은 이미 제조업을 추월했다. 이를 두고 학자들은‘서비스사회화’라고 부른다. 특히 서비스노동은 서비스산업 증가와 맞물려 노동의 성격이 이전의 제조업 생산직 육체노동과는 다른 노동의 형태를 보인다.

특히‘고객과의 상호작용’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조절하는 감정노동을 특징으로 한다. 문제는 이러한 감정노동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유지될 경우 감정 격차, 부조화 현상으로 우울증, 탈모, 공황장애, 자살 등과 같은 외적인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사전적 예방’과‘사후적 관리’가 필요하다.

때문에 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괴롭힘을 정부와 기업 스스로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대기업일수록 서비스노동자의 감정표현과 규범까지 규칙화한다. 기업은 소비자와 감정노동자 간의 상호작용 과정에 개입하여, 팔리는 물건과 물건을 사게 하는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업 주요 경영전략으로 자리매김한 다양한 매뉴얼과 모니터링은 감정노동을 강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CCTV는 기본이고 미스터리 쇼퍼나 스마일 존과 같은 노동통제 방식들이 활용된다.

애초 항공기 승무원 사례를 토대로 감정노동을 처음으로 제기한, 미국의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의『관리된 마음』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서비스 노동의 보편적 특징으로 지칭된다. 책에서‘감정노동’(emotional labor)은“소비자들이 우호적이고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외모와 표정을 유지하고, 자신의 실제 감정을 억압하거나 실제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등 감정을 관리하는 노동”을 일컫는다.

사실 개별 기업에서는 고객에게 표출하는 감정적 서비스의 양과 질이‘매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이유로 판매 목표량에 따른 인센티브제를 설계하여 자발적인 경쟁과 노력이 작동하게 만들고, 기업은 매출 향상이라는 이윤을 동시에 추구한다. 일부 기업은 아직도‘고객은 왕’이라는 표현을 한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노동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다. 상품화된 노동이 아니라 인간중심적 노동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공감의 표현들이다.

사실 감정노동자들의 일이‘욕먹는 낭비적인일’이아니라‘, 보람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을 사회구성원들이 함께할 때 문제 해결은 가능하다. 내가 존중 받고 있다는 느낌 그 하나면 충분하다. 고객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홍보물을 붙이는 것, 직원들에게 친절 교육만이 아니라 감정노동 교육을 함께 배치하는 것, 고객으로부터 과도한 질책과 폭언을 경험한 직원에게 휴식시간을 부여해주는 것, 폭행과 성희롱으로부터 혹은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주는 것.

과연 이런 것들을 도입할 경우 한국 경제가 어렵거나 기업이 생존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무리한 요구인지 정부와 기업에 묻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