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회 - 혼자가 편한 캠퍼스 라이프
혼자 사는 사회 - 혼자가 편한 캠퍼스 라이프
  • 강지은 기자
  • 승인 2016.11.16 20:56
  • 호수 2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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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편한 캠퍼스 라이프

혼자 사는 사회

‘혼삶’이 뜨고 있다. 더 이상 혼자 하는 일이 눈치를 볼 일이 아니라 당당한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이미 대학가에도 만연한 풍토다. 캠퍼스 안에서도 캠퍼스 밖에서도 대학생들은‘혼삶’에 물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흐름과 충돌하기도 하고 비자발적으로 선택된 결과이기도 하다. 캠퍼스 안 ‘혼삶’이야기‘혼자가 편한 캠퍼스 라이프’와 캠퍼스 밖‘혼삶’이야기‘어쩌다 보니 나 혼자 산다 ’로 그 속내를 들여다보려 한다.

혼자가 편한 캠퍼스 라이프

‘아싸’가 되고 싶은 대학생

과거 대학의 로망은 MT, 과방들이, 농활과 같은 단체 활동이었다. 아르바이트전문 구인 구직 포탈 사이트 알바몬에서 2007년 예비 새내기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대학생이 되어 가장 기대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캠퍼스 생활’,‘ MT와 OT’가 1, 2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과거 대학생들은 선후배가 함께 친목을 도모하는 단체활동을 ‘대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약 10년이 지난 지금 대학생들의 캠퍼스 로망은 무엇일까?

현재 대학생들은 혼자서 생활하는 것을 추구한다. 현 대학생들의 대부분은 따로 시간을 내서 단체생활을 하는 것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생활한다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데 단체 생활을 한다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캠퍼스 로망이 자발적‘아웃사이더’(이하‘아싸’)가 되어가고 있다.

취업∙인사 포털 인크루트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학생 3명 중 1명이 자신을 ‘아싸’라고 밝혔다. 더 이상 자신이 ‘아싸’라고 숨길 필요가 없는 시대가 왔다. 본교의 강다희(자연과학부∙1) 학생은 대학생들이 혼자서 활동하는 것을 추구하는 현상에 대해서“혼자 다니면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데 단체생활을 하면 제한이 있어서 힘들어서 혼삶을 추구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같다”라고 답했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인 혼밥족, 혼자서 강의 듣는 사람인 독강족 등의 신조어들은 혼자 지내는 삶을 묘사한 말들이다. 이처럼 현 대학생들은 친구와 밥을 먹기 위해 기다린다거나 친구와 함께 수업을 듣기 위해 원하지 않는 수업을 들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학생식당만 해도 혼밥을 하는 사람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같이 활동하면서 소속감을 느끼려 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생활을 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다 보니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부담되는 인간관계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혼자서 활동하는 것을 추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인간관계에 대한 부담이다. 현 대학생들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혼자 활동하는 것을 선택한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이 부담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2016 20대 관계 진단서’에 따르면 20대의 25%가 새로운 인간관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한, 20대의 10명 중 7명이 자발적으로 혼자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쓰기 보다는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쓰는 것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취업 문제를 들 수 있다. 일주일의‘혼자 식사 빈도’를 보았을 때, 1~3학년은 1~3회가 많은 데 비해 4학년은 4~6회, 7~9회로 빈도가 증가했다. 이는 취업준비로 바쁘다 보니 혼자 식사하는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고학년이 될수록 한 발짝씩 현실로 다가오는 취업문제에 다른 사람들과 약속을 잡는 것보다 취업을 준비하는데 시간을 쏟는 것을 더 효율적이라 여기게 되는 것이다.

단체 활동에 대해 늘어나는 논란들

학생들은 개인화되어 가는 데 반해 대학사회는 여전히 연대를 중시하다 보니 단체활동에 관한 논란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에서는 소속감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새터, MT, 농활과 같은 단체 활동을 진행한다. MT 불참 시 돈을 내야 하거나 강압적으로 참여하라고 하는 대학이 존재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단체 활동에 부담감을 느끼는 학생들과 학교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단체 활동이 줄어들거나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부산외국어대학교의 한 학과 학생회는 매년 진행하던 농활을 2013년도에는 취소하기로 했다. 농활 지원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학생회 관계자는 “신입생을 이끌어야 할 고학년들의 대부분이 취업준비로 참석하지 않고, 신입생들 또한 토익 공부와 취업 준비를 이유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농활을 취소하기로 했다” 라고 전했다.

본교도 예외는 아니다. 본교의 경우 2016학년도 새내기 배움터(이하 새터)의 필요성에 관해 ‘가톨릭대학교 대나무숲’ 에서 많은 논쟁이 벌어졌었다. 총학생회의 부재로 새터가 대학본부주관으로 운영되게 된 것에 대한 논쟁은 곧“새터의 필요성”에 관한 논쟁으로까지 번져나갔다. 초점은“학생들의 단합과 친목을 위해 진행되는데 단체생활을 지양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새터가 진정 필요한 것인가”였다. 새터는 단대 및 학부 행사, 응원 구호 연습, 술 게임 등 단체로 모여서 하는 활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새터에서 종종 단합의 부정적 사례로 여겨지는 사발식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단합의 필요성을 굳이 느끼지 못하다 보니 문제를 낳는 술 게임과 사발식 등의 단체 활동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변화가 필요한 대학문화

앞으로 단합을 목적으로 한 현 대학문화에 대해 의문을 갖는 학생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더 많은 논란이 발생하기 전에 대학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 대학생들은 점차 단체 활동에서 혼자서 하는 활동을 추구하는 쪽으로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가는 여전히 연대를 중시하던 이전 대학문화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대학가는 새터, 농활 등 과거부터 존재해왔던 대학문화를 현 상황에 맞게 변형시키기보다 그저 유지하고 있다. 학교가 현 대학문화를 고수한다면 적은 인원수로 인해 진행하지 못할 행사는 늘어날 것이다.

학생들의 성향이 변해간다면 이에 따라 대학문화도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이전과 같은 단합을 목적으로 한 대학문화의 답습으로는 더 이상 학생들을 포용하기 어려워질지 모른다. 대학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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