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회 - 어쩌다 보니 나 혼자 산다
혼자 사는 사회 - 어쩌다 보니 나 혼자 산다
  • 변은샘 기자
  • 승인 2016.11.16 21:16
  • 호수 2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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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나 혼자 산다

혼자 사는 사회

‘혼삶’이 뜨고 있다. 더 이상 혼자 하는 일이 눈치를 볼 일이 아니라 당당한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이미 대학가에도 만연한 풍토다. 캠퍼스 안에서도 캠퍼스 밖에서도 대학생들은‘혼삶’에 물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흐름과 충돌하기도 하고 비자발적으로 선택된 결과이기도 하다. 캠퍼스 안 ‘혼삶’이야기‘혼자가 편한 캠퍼스 라이프’와 캠퍼스 밖‘혼삶’이야기‘어쩌다 보니 나 혼자 산다 ’로 그 속내를 들여다보려 한다.

어쩌다 보니 나 혼자 산다

1인 가구 500만 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1인 가구 증가세로 볼 때 2035년에는 34.3%로 3명 중 1명이 1인 가구가 될 것이라 하니 대한민국이 1인 가구 전성시대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 마련과 연구 또한 활발하다. 이 중 대부분의 대책과 연구에서 청년층은 그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다. 대부분 노년층이나 아동 등만이 보호 대상으로 인식되어 있으며 청년 1인 가구는 자발적인 선택에 따라 1인 가구를 선택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은 혼밥, 혼술, 혼삶 등 혼자 사는 삶의 주체성과 자유로움을 부각하는 신조어들을 낳았다. 과연 대학생 1인 가구는 모두 장밋빛일까. 직접 들여다보기로 했다. 1인 가구로 살고 있는 본교 학생 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 익명이다.

어려운 독립

먼저 A 씨를 만났다. 그는 긴 통학시간 때문에 소사에서 좋은 집을 얻었다. 좋은 집이란 싼 집이다. 보증금 200에 월세 25만 원 짜리 집이란 흔치 않다. 역곡 근처에서 한참을 돌아봤지만 대부분 보증금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사이에, 월 40만 원을 웃돈다고 했다. 모아둔 돈으로 보증금을 해결한 그는 대부분의 학생이 그러하듯 부모님에게 어느 정도 용돈을 받고 나머지 필요한 돈은 스스로 해결해 살고 있었다.

용돈 50만 원을 매달 받지만, 월세 25만 원에 공과금 3만 원, 핸드폰 요금과 생필품을 사고 나면 한 달에 50만 원은 빠듯하다고 했다. 국가장학금에서 소득 3분위 미만은 무이자로 생활비 대출이 가능해 그는 아르바이트 대신 2년 동안 매 학기 150만 원씩 대출을 받았다. 대출받은 돈으로는 학과 특성상 필요한 강의를 듣고 영어학원을 다녔다. 대출금은 2년이 지나자 어느새 600만 원이 되어있었다.

이번 학기부터는 대출금이 부담돼 국가 근로와 지원금이 나오는 학교 활동, 아르바이트를 병행 중이다. 그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신은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정말 돈이 없을 때 도움을 청할 곳이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돈이 부족했던 시기에 부모에게 손을 더 벌리는 대신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구하는 편을 택했다.

그는 대학생 1인 가구의 가장 일반적인 경우로 볼 수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대학생은 부모에게 돈을 받지 않는 경우, 학업 활동과 경제활동 가운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 있다 해도 독립이라는 말로 포장된 대학생 1인 가구는 여전히 부모의 발목을 잡은 상황이다. 심지어 졸업 이후 실업 상태로 더 이상 도움을 받기 어려워지면 대학생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기는 더욱 쉬워진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에게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독립을 한다는 외국 대학생들의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릴 수밖에 없다.

자유 없는 1인 가구

다음으로 만난 B 씨는 가족 사정으로 혼자가 된 경우다. 그는 LH공사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지원한 전세금 9,000만 원과 자신이 모은 1,000만 원을 합쳐 집을 구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정기적으로 지원되는 생활비 60만원을 받는다. 대학교 재학이 정기적 생활비 지급의 조건인지라 3학년이 된 지금까지 한 번도 휴학을 해보지 않았다. 생활비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3개월 이내에 취직하는 조건으로 그 안에 끊기기 때문이다. 한 달 50만 원 이내로 지출하려고 노력하고 나머지 10만 원은 항상 저축한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아르바이트도 꾸준히 해왔다.

“도움 구할곳 없는 청년들에게 1인 가구는 혼자서 더 단단해져야 하는 동기일 뿐이다”

그는 졸업 직후 3개월 이내에 바로 취업을 해야 한다는 것에 압박감이 있다고 했다. 다른 학생들처럼 취업준비 명분으로 휴학을 신청하거나 어학연수를 다녀오려고 해도 재학생 신분이 생활비 지급의 조건이니 그럴 수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노력해도 휴학 기간 동안 시험을 준비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온 다른 학생들에 비해 취업 시장에서 뒤처지지는 않을까 그는 조급해하는 마음을 비쳤다.

그의 사례야말로 비자발적인 1인 가구라 볼 수 있다. 그에게 1인 가구는 자유나 낭만이기보다는 생활 그 자체다. 1인 가구로 사는 것이 그에게는 미래와 직결되는 일이다. 다행히도 그는 원하는 바가 있어 대학에 들어와 지원을 받으며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가 취업 후 지원금이 끊기는 3개월 이내에 직업을 구한다면 그는 더 이상 지원을 받지 않아도 무리 없이 살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 대학을 택하지 않은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1인 가구에서 시작되는 가난의 고리를 끊기는 쉽지 않다. 도움 구할 곳이 없는 이들은 자기계발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당장 생활을 위해 시급 6,000~7,00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이들에게 1인 가구는 자유로움보다 혼자서 더 단단해져야 하는 동기일 뿐이다.

학업을 잡아먹은 생활

마지막으로 만난 C 씨는 현재 생활비를 위해 휴학 중이다. 그는 전세로 지내다 부모님이 이사를 하게 되면서 전세금을 돌려드리고 월세로 옮겼다. 그는 월세로 옮기고 난 뒤 한 달 생활비가 100만 원가량 든다고 말했다. 학교와 주말 아르바이트를 병행해보려 했으나 생각보다 많이 드는 생활비에 그는 결국 더 많은 아르바이트를 위해 휴학을 택했다.

현재 그는 고정 아르바이트로는 시각장애인 센터에서 일하고 그 외에도 단기로 연구 아르바이트나 호텔 아르바이트등을 하고 있다.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가능하더라도 다음 학기 학교에 돌아오려면 생활비 대출을 받아야만 한다며 걱정했다. 그런 그는 현재 1학년이다.

그는 대학 1학년을 시작하는 순간 생활과 학업의 갈림길에 섰다. 혼자 살아야 학교에 다닐 수 있고 혼자 살려면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는 학교에 다니기 위해 학교를 쉬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의 병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학교에 다니는 것은 또 다른 지출이었다. 그는 결국 다닌 지 한 학기 만에 학교를 쉬고 일을 택했다. 일하는 지금, 저축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계속해도 번 돈은 전부 생활비로 나갔다.

이처럼 부모의 경제적인 도움이 없는 대학생 1인 가구는 학교에 다니기 위해 1인 가구를 택하지만, 또 1인 가구로 살기위해 학교를 쉬어야만 한다. 매 학기,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 앞에서 이들의 졸업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비자발적인 이유로 1인 가구를 택한 대학생들이 존재한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대 1인 가구 비율은 21.4%로 적지 않다.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적지 않은 수의 청년 1인 가구 중 학교와의 먼 거리, 경제적 빈곤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1인 가구를 택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모든 청년 1인 가구를 자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어려운 이유다. 대학생 1인 가구 전부를 ‘자유로운 혼삶족’이라 간주하기에 이들은 마냥 자유로운 환경에 놓여있지 않다. 성인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나왔지만, 이들의 완전한 독립까지 그 길은 너무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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