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똥] 학보는 독자가 필요하다
[볼펜똥] 학보는 독자가 필요하다
  • 김동한 기자
  • 승인 2016.11.16 21:41
  • 호수 29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동한 기자
나는 대학생 기자다. 근 일 년 간, 내 이름 앞뒤엔 ‘기자’라는 직함이 따라오고 있다. 처음엔 어색했다. 평생 기자는 직업으로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학보사에 들어가면,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어줄 거라는 혼자만의 행복한 상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래서 뭣 모르는 패기 하나로 입학 하자마자 학보사에 지원서를 냈다. 처음 기사를 쓸때는 모든 게 신세계였다. 팩트 체크, 크로스체크, 공정하고 객관적인 문체, 수긍하면서도 비판적인 취재 등 아직도 버거운 책임들이 짓눌렀다. 한 문장씩 기사를 쓸 때마다 글쓰기가 무서워졌다. 당장에라도 학보사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은 충동을 셀 수가 없을 정도다.

학보사 일은 사실 좀 힘들다. 아니‘좀’이 아니라‘많이’힘들다. 많은 장애물이 기사를 기획하고 실현하기까지 놓여있다. 기획을 처음부터 잘못 했거나, 보도거리로 쓸 만한 사건이 아니거나, 취재원이 갑자기 연락이 안 되거나 같은 학보사 안팎으로 언제나 불안한 상황이 대기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그 상황은 스트레스다.

그럴 때 제일 많이 힘이 되는 건 바로 ‘독자’들이다. 나는 독자들에게 진 빚이 크다. 크게 두 번 정도 독자들이 나를 도와줬다. 우선 ‘민중주거 생활권 쟁취를 위한 철거민연합’(민철연)기사가 그렇다. 그들은 여름 방학 때 본교 교문 앞에서 시위했다. 건물주와 세입자 간 매번 벌어지는 건물 임대차에 관한 시위였다. 그들을 취재하면서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했다. 그들이 안타깝게 느껴졌고, 기사로 그들의 억울한 사연을 널리 퍼뜨리고 싶었다. 능력은 아마추어였지만, 마음만은 프로였다. 그러다 보니 기사는 민철연 쪽 입장만 담긴 아주 편파적인 입장을 띠게 됐다. 그러나 독자들은 내 실수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독자들은 기사가 한쪽 얘기만 다루다 보니 객관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했다. 정확한 비판이었다. 그 계기로 기자 로서 지켜야할 선을 알게 됐고, 크로스체크를 좀 더 신경 써서 하고 있다.

한 편으론 학보 일에 지쳐있던 내게 힘이 돼준 일도 있었다‘. 셔틀버스’기사였다. 셔틀버스는진짜 힘들게 취재했다. 양파처럼, 까도 계속 뭔가가 나왔다. 그러다 보니 취재원도 열 명에 달했다. 하지만 학교 구성원 전부가 항상 궁금해 했던 사건이었기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 결과는 독자들의 칭찬이었다. 고진감래란 말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같이 취재했던 김솔민 보도부장도 시시각각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며 뿌듯해했다. 그 후로 더욱 학보 일에 책임을 갖게 됐다.

학보는 본교 구성원 모두가 만드는 것이다. 학보는 학생들이 제일 많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제일 많이 궁금해 하는 사건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불편과 궁금증을 모두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진 못하다. 완전하지도, 온전하지도 않은 한낱 인간이며 언론고시 하나 붙지 않은 아마추어 기자이기에 결점이 많다. 그래서 본교 독자 여러분들의 열렬한 지지와 비판이 필요하다. 내 글이 잘못되고 이상하다고 판단한다면, 내 이름 밑에 있는 메일이나 학보사 전화로 언제든지 자기 생각을 보내주길 바란다. 본교에 불편과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제보해주길 바란다. 학보는 본교 독자 여러분들이 존재할 때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