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표절,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 강지은 기자
  • 승인 2017.02.28 20:13
  • 호수 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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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몰래 갖다 쓰는 행위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과 노력을 짓밟는 일이다. 하지만 그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적어 보인다. 과제를 인터넷에서‘복사 후 붙여넣기’하거나 출처를 제시하지 않고 제출한 경험을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표절이 만연한 현 상황을 자각하고 방지하기 위해서, 또한 개인이 더욱 윤리적인 학습 습관을 갖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리기 위해 이번 기사를 준비했다.

 

표절이 없는 곳은 없다

 공직자부터 대학 총장까지 어느 분야에서든지 표절 문제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문대성전새누리당 의원은 논문 표절 의혹 논란으로 인해 국민대학교 박사 학위가 취소되었고, 탤런트윤은혜는 디자이너 윤춘호의 의상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터지면서 질타를 받았다.

 대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리포트를 쓸 때 도움을 얻기 위해 인터넷, 책, 논문을 참조하기 때문에 표절은 대학생들에게서도 떨어질 수 없는 문제다. 2013년 저작권의 날을 앞두고 알바 구인구직 사이트인‘알바몬’에서 대학생 5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학생 10명 중 6명이 과제를 작성하면서 표절을 해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표절을 경험한 대학생의 78.1%가 행위에 대해 죄의식을 느낀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은 표절이 잘못된 행동임을 알지만 그 심각성의 깊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죄의식을 느끼지만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 2016년, 본교에서도 표절 문제가 있었다. 한 학생이 사회학과 소속 학회‘사회현상극’에서 공연한‘연기’라는 작품의 대사를 그대로 시 작품에 사용하여 문학상에 제출한 것이다. 이 작품은 표절이 알려져 심사에서 제외되었다. 그뿐 아니라 그 학생은 수업시간에 드라마 <보보경심려>의 설정을 가져와 자신의 발상인 것처럼 발표했다. 이 일화는‘가톨릭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오면서 많이 회자됐었다.

 

본교가 표절을 대처하는 방법

 본교에서 표절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본교는 표절뿐 아니라 학습 윤리 전반에 대한 교육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그 예로‘학습윤리 가이드북’과‘가톨릭대 학습윤리 앱’을 들 수 있다.

 학부대학은 매년‘학습윤리 가이드북’을 자체 제작하여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배포한다. 가이드북에는 학습윤리의 정의, 학습윤리에 어긋나는 행위(표절, 변조, 중복제출 등), 출처 제시와 인용 방법은 무엇인지 정리되어 있다. 학생들이 과제를 하면서 표절을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참고문헌 출처 제시를 빼먹는 것이다. 그리고 출처 제시 방법은 많은 학생들에게 헷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도서, 논문, 기사 모두 출처 제시 방법이 제각기 다르고, 기사도 인터넷매체 기사와 신문기사 출처 제시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이드북에는 학생들이 자주 틀리는 출처 제시와 인용 방법을 사례로 들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놓았다.

 또한 학부대학은 2014년에‘가톨릭대 학습윤리 어플’을 개발했다. 학습윤리 어플은 대학생들의 정직한 학습과 창의적 학문탐구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누구나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다. 어플에는 학습윤리 가이드북과 마찬가지로 학습윤리의 필요성, 학습윤리에 어긋나는 행동, 출처 제시 방법 등이 정리되어 있다. 이외에도 본교 기초교양수업인 CAP 수업 시간에서 출처 제시에 관한 설명을 하면서 표절 예 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본교는 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표절 방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대학원 홈페이지 에서 표절 방지 시스템인 턴잇인(Turniti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학원 재학생 및 수료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학습 윤리 교육를 위한 타 대학 현황

 표절 방지는 타 대학에서도 강조되는 부분이다. 그에 따라 표절 방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대학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현재 서울대, 전북대, 포항공대, 경북대학교 등은 본교 대학원과 같이 턴잇인을,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등은 밈체커(Meme Checker)를 사용 중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교양학부나 교수학습개발원 또는 도서관에서 학습 윤리에 관하여 교육을 실시한다. 기초교양 과목 중 글쓰기가 포함된 시간에 참고문헌 출처 표시의 중요성과 참고문헌을 밝히지 않으면 표절이 된다는 교육을 받는다. 포항공과대학교의 경우 매년 도서관에서‘논문 표절 예방 그리고 연구 윤리 : Turnitin’이라는 강의를 마련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는 표절 예방체계가 잘 마련된 대학이다. 표절예방시스템서비스 운영 사례로 대학 도서관 운영사례 공모전에 응모하여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화여대는 2015학년도 1학기부터 표절 예방 프로그램인 턴잇인을 도입했다. 그리고 도서관 표절 예방 시스템 서비스를 위해 담당 사서를 배치해 서 이용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교육 시간에 참석이 불가한 학생들을 위해 유튜브를 통해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에서 연구윤리 관련 도서를 선정하고 소개하여 학생들이 윤리적 학습활동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발적 윤리적 인재로 거듭나기

 표절을 포함한 비윤리적 학습활동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본교 최선경 교수(학부대학)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학교의 표절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표절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이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학생들이 표절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 계획이나 준비 없이 마감에 쫓겨 과제를 제출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더 나은 학점에 대한 욕심, 손쉽게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게으름 때문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학습활동 그 자체보다는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추어진 왜곡된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학습윤리에 대한 인식을 올바로 갖지 못한 데 있지 않나 생각된다. 대학에서 학습윤리 교육을 통해 학습윤리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Q. 비윤리적 학습활동이 왜 문제인가?

 A. 학습윤리가 중요한 이유는 학생들이 하는 탐구 활동은 대부분 스스로 사고하고, 탐색하고,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수행되며 학문탐구의 전과정은 창의적 문제 해결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학생들은 분석력, 비판력,창의적 문제해결능력 등의 고등사고능력과 창의적 지식 생산 능력을 함양하게 된다. 그런데 학문탐구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글을 가져오는 데 익숙한 학생에게는 이러한 능력 배양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학문 활동에 임한 다른 학우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큰 문제이다. 국가적으로 봤을 때는, 대학 공동체의 정직하고 창의적인 지식 활동과 생산이 국가 경쟁력의 토대가 된다. 비윤리적인 학습으로는 양질의 지식, 참지식의 생산이 어렵다. 뿐만 아니라 올바른 윤리 의식과 태도를 갖추지 못한 사람은 지식을 잘못 사용하기 쉽고, 그 결과는 사회 구성원에게 치명적인 해악을 준다. 얼마 전 일어난 옥시 사태 등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올바른 윤리의식을 갖춘 인재만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

 Q. 본교 학습윤리 교육에서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A. 본교는 지속적으로 학습윤리 교육을 강화하여 정직한 학습 풍토를 조성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학습윤리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학습윤리를 학생들 스스로 익히고 체화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 스스로가 학습윤리의 주체임을 인식해야 학생들이 창의적 지식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학생들 스스로가 터득하고, 보편화할 수 있는 윤리적 원칙을 마련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자율적인 방식으로 윤리적 행위를 실천할 수 있는 실천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 방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윤리적 학습활동은 타인은 물론 스스로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다. 양질의 지식 생산을 저해하고 학문의 발전을 방해한다. 비윤리적 행위가 사라져야 함에 모두가 타당하다고 여길 것이며 이를 위해서 대학은 물론 학생 개인들이 힘써야 한다.

 우선적으로 학생들의 학습윤리 인식이 바로 잡혀야 한다. 자신의 창작물을 보호받기 원한다면 다른 사람의 창작물 역시 보호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걸 인식하고 실천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비윤리적 학습활동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을 강화하고, 시스템 또한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학습활동은 학문을 통해 창의적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다. 도덕적, 윤리적 인간을 요구하고 있는 현 시국에서 대학생들은 과제 제출하는 작은 일 하나부터 자신의 양심을 따라 온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자기 발전과 올바른 학습 풍토,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까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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