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
[사설]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
  • 가톨릭대학보
  • 승인 2017.02.28 21:24
  • 호수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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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기를 마치고 성적이 좋으면 기대하는것. 장학금이다. 학생이 공부하는 것. 열심히 공부하면 상 받는 것. 모두 당연하다. 학생이 돈을 버는 것, 공부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만 하는 것은 어떤가?

 장학금(􃨉􄋚金), 사전에는‘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학업이나 연구 성과가 뛰어난 사람에게, 배움을 장려하는 목적으로 지급되는 돈’이라고 정의한다. 물론 성적장학금 뿐만 아니라 성적향상, 가계곤란, 근로, 우수입학, ELP 장학금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지급된다.

 ‘전공 1등이다.’그러면 당연히…그러나 이제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성적장학금을 받지 못할수도 있다. 우리 대학의일이다.

 신임 총장은 취임사 등에서, 장학금 제도개선을 통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누구와도 당당하게 경쟁하고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정의로운 대학 풍토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가톨릭교회문헌에 명시된 사항이며 가톨릭대학교의 사명이라고한다.

 작년, 고려대학교에서 성적장학금 제도를 폐지하고 그 예산으로 저소득층 학생 지원을 늘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재학생의 약 12%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에서 5분위까지의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급했으며,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매달 생활비 30만원 및 기숙사비 전액 지원, 그리고 근로를 할 경우 근로장학금을 일반 학생의 1.5배 지급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학습 의욕을 꺾는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금은 구성원 다수가 지지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우리 대학을 살펴보자. 2016년 대학 정보공시에 의하면 본교 등록금 평균은 약 690만원, 장학금은 약 314만 원이라고 한다. 재학생 중 4분위까지의 학생이 1/4 이상이며, 특히 낮은 분위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이는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의 반증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등록금은 본교 저소득층 장학금과 국가장학금을 통해 거의 100% 지급된다고 한다. 당연한가? 등록금뿐만 아니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험 때도 밤늦게까지 일해야만 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지원이 절실하지만 현실적으로 재원은 한정되어 있다.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그 재원을 이 학생들에게 지원한다면?

 ‘당연하다’는 답을 기대한다. 왜냐면 ‘장학금’은 성취에 대한 보상이기에 앞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의 배움을 장려하기 위한 돈이기 때문이다. 이는 복음적 가치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봉사,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가톨릭대학교가 실천해야 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 교수가 열심히 연구하고 잘 가르치는 것, 직원이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 당연한가? Not enough.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업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이것이 당연하다. 또 어떤 것들이 당연한가? 앞으로 4년 동안 본교를 이끌어 갈 신임 총장에게 구성원들 모두가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우리 대학이 교육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 ‘나를 찾는 대학, 기쁨과 희망이 있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가자는, 총장에게 힘찬 박수와 지지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4년마다 드는 생각, 총장은 사제라야만 하는가? 우리 대학의 총장은 매번 학교법인이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 사제 중에서 임명해 왔다. 당연한가? 설립 이념이 유사한 가톨릭계 대학은 다 그런가? 외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국내에도 그렇지 않은 가톨릭계 대학들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대학 총장의 조건과 임명 절차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복음화와 전인교육이라는 가톨릭계 대학의 본질적 사명과 인간존중이라는 우리 대학 고유의 건학 이념을 이해하고 계승할 수 있으며, 대학의 사회적 사명과 발전에 기여할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면, 또한 우리를 잘 알고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런 분이 서울대교구 사제 중에 계실 수도 있지만 우리 교정 또는 외부에 계실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를, 우리 대학을 이끌어 갈 분이기에, 우리 함께 눈을 밝혀, 우리 손으로 모시는 것은 어떠한가?

 봄이다. 당연시 해 온 것들에 안주하지 않고 한껏 물어보자‘, 이거당연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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