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대학생활이 '향기'롭기를
당신의 대학생활이 '향기'롭기를
  • 박혜영 기자
  • 승인 2017.02.28 22:33
  • 호수 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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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각의 향이 적힌 병들과 시향 후 마음에 드는 향을 적는 종이.
▲ 작업대에서 선택한 향의 원액을 조합하는 모습.
▲ 향의 원액이 담긴 병들이 가지런히 배열된 작업대의 모습.
 어떤 내음을 떠올린다는 건 추억을 회상하는 방법 중 가장 쉬운 방법일 테다. 단편적으로는 바람 살랑대는 길 위에서 스쳐 지나간 타인의 은은한 향수 향이라든지, 잘 발효된 이스트와 밀의 혼합물이 오븐에서 구워질 때 나는 노릇한 빵의 냄새 같은 것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포옹할 때 느꼈던 나와는 다른 향, 친구 집에 놀러갈 때마다 맡은 표현하기 힘든 향 또한 기억 저편의 깊숙한 곳에 보관된다. 우리 모두는 향, 혹은 좋거나 나쁜 냄새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호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또한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기억되기를 바란다. 향수는 이를 가장 매혹적으로 도움을 주는 수단이다. 매일 너무 많은 것들을 보아 피로한 시각과는 달리, 후각은 새로운 향을 맡을 때면 그 생경한 감각이 머릿속을 휘감아서 잊을 수 없게 만든다. 같은 향수를 쓰더라도 자신의 고유한 내음과 마블링 되어 항상 새로운 향을 만들어 내는 향수를 자세히 알고 싶었다.

 최소한 불쾌한 냄새를 풍겨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더 나아가 타인들이 나를 기억했으면 했다. 당신도 같은 마음이라면 이 글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비 오던 2월 22일(수), 향수공방 '그들의 작업실'을 운영하는 김민혜씨를 만났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그녀는 향에 대한 자신의 뚜렷한 주관과 자부심을 가진 조향사였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퍼퓸디자인 스튜디오 그들의 작업실과, 향기 브랜드 아로뮤에서 향을 만드는 퍼퓸디자이너 김민혜입니다.

 Q. 조향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어린 시절부터 냄새 맡는 것을 좋아했고, 향과 아로마 테라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회사를 다니며 취미로 시작하게 되었고 향기에 대해 깊게 알게 될수록 내가 떠올리고 생각한대로 향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되어 본격적으로 조향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이 직업이 갖는 매력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작곡가는 피아노로 곡을 쓰고, 미술가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조향사는 향기로 시를 쓰고 표현을 해내는 창작가이자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소중한 순간순간마다 제가 만든 향기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매력이죠. 향기를 맡고, 그 향기로 하여금 기분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면 조향사로써 그보다 뿌듯하고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아요.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프랑스 작가 M.프루스트의 대하소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la recherché du temps perdu》에서 유래한 현상인데요, 이 작품에서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과자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됩니다. 프루스트 현상은 이처럼 과거에 맡았던 특정한 냄새에 자극받아 기억하는 일을 뜻하는 말입니다. 제가 만든 향으로 좋은 추억을 떠올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향기를 만듭니다.

 Q. 향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나요?

 A. 향은 ‘기억과 감각’을 담고 있습니다. 향을 통해 잊고 지냈던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새로운 감각을 이해하거나 스스로를 치유하고 내면을 돌아보게 하기도 하죠.

 Q. 본인에게는 향이 어떤 의미를 갖나요?

 A. 저에게 향은 표현의 도구이자, 기억과 즐거움입니다. ‘그들의 작업실’ 모토가 ‘향으로 기억하다, 향으로 기억되다’라고 정해진 이유도, 곧 런칭 할 브랜드 아로뮤(Aromew)의 뜻이 향기로운 기억을 만드는 사람들(Aromatic memory writers의 약자)인 이유도 향에는 그 사람의 소중한 추억과 기억이 담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향이라는 매개체가 소중한 추억을 담는 도구, 정서적 물리적으로 스스로를 치유하고 돌아볼 수 있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특별히 아끼시거나 좋아하시는 향이 있다면?

 A. 개인적으로 5월의 종이라 불리는 뮤게 향을 가장 좋아합니다. 한국말로는 은방울꽃을 뜻하죠. 뮤게가 갖고 있는 특유의 순수하고, 청아한 느낌이 좋아 즐겨 사용하는 향입니다.

 Q. 자신에게 어울리는 향수를 고르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A. 향수는 그냥 맡았을 때의 향보다는 나의 체취와 잘 어울리는 향이 좋습니다. 향수를 뿌리고 난 뒤 나의 체취와 섞였을 때 좋은 향이 나면 나에게 맞는 향수입니다. 향기는 그 사람의 이미지를 기억하게 하는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향수를 구매하시기 전 평소 좋아하는 향, 원하는 분위기, 느낌에 대해 생각하신 다음 그에 어울리는 향수를 고르시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향수를 찾을 수 있을 거에요.

 Q. 향수를 뿌릴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A. 우선 많은 분들이 향수를 몸에 뿌리지 않고 옷에 분사하는 경우가 많고, 몸에 분사를 할지라도 비벼서 이곳저곳에 묻히는 분들이 많은데요. 향수에는 탑, 미들, 라스트 노트가 존재하는데 각 노트마다 향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 뿌렸을 때의 향과 10분 전후의 향, 30분~1시간 지났을 때 향이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비비게 되면 이 층이 무너져 향수 본연의 향을 즐길 수 없게 됩니다. 향수를 분사한 후 비비지 말고 지긋이 눌러주는 편이 좋습니다. 또한 향수는 맥박이 뛰는 부위에 뿌리면 혈을 따라 향이 은은하게 퍼지게 됩니다. 체온이 높은 부분에 뿌리면 향수 속의 향 분자들이 활동을 촉진하여 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향을‘잘’고르기 위해>

#향에 따른 분류

-프루티: 딸기, 복숭아와 같은 과일 향. 달콤한 내음을 풍긴다.
-시트러스: 레몬, 오렌지와 같은 감귤류의 껍질로부터 추출한 향. 상큼하다.
-플로럴: 꽃 향. 향료에 따라 달콤할 수도, 섹시할 수도 있다.
-우디: 나무 고유의 향을 담아낸 무겁고 편안한 느낌. 중성적인 매력.
-머스크: 이성을 유혹하는 향. 따뜻한 느낌이 든다.
-아로마: 향이 강한 허브 혹은 향신료의 향. 시트러스 계열과 잘 어울린다.

#향수의 발향단계

노트란? 하나의 냄새에 대한 후각적인 인상을 가리키는 말.
-탑노트: 향수를 뿌린 직후 처음 느껴지는 향. 주로 시트러스 계열의 휘발성이 강한 가벼운 향을 사용한다.
-미들노트: Heart note 라고도 한다. 향이 가장 돋보이는 단계로 조향사가 표현하고자 하는 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베이스노트: 향이 가장 오래 지속되는 단계로, 사용자의 체취와 함께 어우러져 은은한 느낌을 주게 한다.
 

<어떤 향이 어울릴지 모르겠다면, 그녀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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