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똥] 금기시를 ‘금’하라
[볼펜똥] 금기시를 ‘금’하라
  • 오명진 기자
  • 승인 2017.03.15 23:08
  • 호수 2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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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 마법’, 특히 ‘아가방인테리어’를 들었 을 땐 충격적이었다. 이 모두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평범한 현상인 ‘월경’을 뜻하는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남성 독자들은 생리대가 소∙중∙대형으로 나뉘는 기준을 아는가? 절대 그 기준이 엉덩이 크기는 아니다. 체내 삽입형인 탐폰, 생리컵을 질 내에 넣는다 해서 여성들이 ‘느끼는’것이 아니다. 월경 주기가 돌아가는 전체적인 매커니즘을 아는가? 이런 질문에 답을 못한다 해서 질책 받을 이유는 없다.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성교육이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재 한국 여성과 남성 서로 간의 ‘무지’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상당하다.

 이번 사회 기획으로‘월경’을 기사로 쓴 나도 여성이다. 기획 초반부에는 원래 생리컵만을 주제로 다루려 했었다. 관련 책을 읽고 기사 자료를 수집하던 내내, 비단 생리컵 문제뿐만이 아닌 한국 전체적인 문제를 짚어야 얘기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인식 문제가 심각했다. 그래서 변경한 기사의 큰 테마가‘월경에 대한 한국의 총체적 문제 진단’이다. 물론 세계 여러 나라도 아직 월경에 대한 인식 발전이 미미한 편이다. 한국은 어떤가? 유교문화권이기 때문에 월경을 금기시 하는 풍조가 ‘더’심하다.

 이러한 분위기에는 가부장제도 한 몫 했다. 가부장제는 여성들에 대한 남성의 지배를 제도화하여, 여성의 몸을‘통솔’하고 간섭하며 힘을 공고히 다져왔다. 원래 가부장제의 뜻은 ‘가장(家􃨦)이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안으로는 가족을 지배하고 통솔…’이며, 가장의‘장(􃨦)’은 어른과 성인을 말한다. 남성주의 시각에 치우친 사회에서는 어른과 성인에 여성이 포함되지 않으며, 이는 즉 가부장제의 근본에 남성주의가 존재함을 알려준다. 그러나 현대로 접어들수록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비교적 상승해왔고, 여성 또한 가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처음부터 그래야 하는 게 맞지만, 여성의 몸은 가부장제 따위가 아닌 ‘자기 자신’만이 통솔할 수 있는 것이다. 가부장제는 역사가 만든 불순물이다. 잘못된 시작으로 해를 끼쳤다면 끝을 맺고 없어져야 한다.

 나도 생리대를 숨겼던 적이 있다. 공학이었던 중학교에 다닐 때는 가방에서 생리대를 재빨리 꺼내 교복 안쪽에 넣었고, 급하게 필요할 때면 친구한테 “너‘그거’있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나뿐만이 아닌 주변 학생 모두 그랬다. 고등학교는 여고였는데, 이를 계기로 스스럼없이 드러냈던 것같다. 생활환경 내에 남성이 없으니, 월경을 숨기지 않게 됐다.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는 그동안 여성들의 월경은 남성주의 시각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의, 그리고 우리의 경험이 방증한다. 필자 뿐 아니라 글을 읽는 독자들을 비롯한 모든 여성들에게, 굳이 여고가 아니더라도 여성만이 생활하던 환경에서 느낀 바가 있을 거라 확신한다.

 월경이 여성의 몸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라 해도, 월경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들을 ‘여성만이’ 짊어져서는 안 된다. 앞서 강조했듯이 한국의 밑바닥에는 남성중심 주의가 뿌리깊이 박혀있다. 사회에 대한 책임을 젠더별로 나누자는 것이 아니다. 같이 상생하는 존재로서, 서로에 대해 알고 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틀어진 인식을 바로잡아야 사회변화로 가는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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