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똥] 병아리와 닭사이에서
[볼펜똥] 병아리와 닭사이에서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7.03.29 07:49
  • 호수 2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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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학보사의 문을 두드린 것은 작년 9월, 니콜스관 벽에 붙어있던 조그마한 전단지를 보고 나서였다. 어디선가 얼핏 들어본 만평이라는 단어와 원고료라는 혜택을 머릿속으로 조합해 조금은 불손한 목적으로 면접 날짜를 잡았다. 그리고 얼마 후, 필자는 학보사의 책상 하나를 꿰찼다. 그렇게 한 계절이 지나갔다.

 아무것도 몰라 이름 앞에‘수습’두 글자를 달고 다니던 때, 만평을 처음으로 맡게 되었다. 욕심도 있었지만 아는 게 없어 걱정이었다. 다른 기자가 쓴 기사를 읽고, 정보를 듣고, 학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그림에 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어깨에 책임감이 내려앉은 건 누군가 그림을 보고 학보의 기사를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에서였다. 시간이 꽤 지나‘수습’이라는 글자를 뗀 채,‘ 안녕하세요, 학보사 정지은 기자입니다.’라는 소개를 할 수 있게 되면서도 책임감이 가중되기만 할 뿐, 줄어들지 않았다. 필자는 늘 부족한 그림을 그렸고, 신랄한 풍자가 들어가야 할 만평은 늘 아쉬웠다. 그럼에도 다른 기자들이 다독여주고 칭찬해줘서 점점 학보에 필요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지 않나 싶다.

 그 와중에 기사 욕심도 부렸다. 이번 호에 실린 단신이 세 번째 기사였다. 단신 연습을 하자고 쥐여 준 기사인데, 스스로가 기사의 방향을 확신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헤매기만 했다. 기사를 물어다 준 기자와 짧은 다툼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펑펑 울었다. 기사의 방향을 잘 잡고, 취재와 인터뷰를 잘 할 수 있었으면, 학교 행정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많아졌으면 하고 바랐다. 겨우 마무리된 기사는 후련하 기도 했지만,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담았는지 여전히 고민스럽다. 그렇지만 항상 위로를 건네고, 말을 들어주는 기자들이 있다. 이번에도 또 나아지겠지. 당연한 기대를 해 본다.

 계절이 또다시 변해가고 있다. 신입생들이 몰려오는 3월답게 학보사에도‘수습’두 글자를 달겠다고 지원한 후배들이 많았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문득 학보사에 첫 발을 내디딘 순간이 떠오르곤 한다. 처음은 단순하게 시작했지만 끝은 단단하게,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책임감을 가뿐히 안고 행동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학내 언론기관으로서 더 번성하는 학보사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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