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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서재>“아아, 나의 전부인 아들아”… 무딘 감성을 적시다
[304호] 2017년 09월 26일 (화) 23:13:19 김석신(식품영양) 교수 cuknews@catholic.ac.kr
   
 내 인생의 노래 딱 하나만 고르라면 뭘 고를까. 노래방 가면 으레 부르는 노래일 수도 있겠지. 아무렴 그래도 먼저 가요인지 가곡인지 팝송인지 선곡 방향을 정할 필요가있다. “내 인생의 한권의 책”이라면 더더욱 방향을 잘 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책 선정 방향을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 가운데 남녀노소 쉽게 읽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책으로 정했다. 이 방향으로 책장을 더듬다 망설이지 않고 고른 책이 바로『가시고기』다. 이 책은 우리 집 애들이 어렸을 때 함께 읽었던 책인 데다가, 아버지 입장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 마음이 더 끌렸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예전에 미처 못 느꼈던 감동이 내 무딘 감성을 흠뻑 적셨다.『 가시고기』내용도 쉽고 읽기도 편한 책이다.

 이 책은 백혈병에 걸린 아이와 그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이의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닮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쓴다. 어렸을 때 짜장면을 사준 다음 농약 먹고 자살하자던 할아버지……. 그렇지만 아이의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지는 순간마다 괴로워한다. 아이의 어머니는 자신의 목표를 실현하고자 아이의 아버지와 이혼하고 두 사람을 떠났다. 공교롭게 아이의 아버지도 할머니가 훌쩍 떠나버린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는 골수이식을 받고 살아나 어머니를 따라 프랑스로 떠난다. 그런데 정작 각막까지 팔아 병원비를 댄 아이 아버지는 아이와 헤어지면서 “아빠는 널 잊을 거다. 그러니 너도 아빠를 잊어버려라”고 말한다. 그리고 쓸쓸히 간암으로 죽어간다. ‘새끼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버려요.’어린이 과학백과에 나오는 가시고기처럼 말이다.

 젊은이들과 대화를 해보면, 더러 어머니와 관계가 나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아버지와 대화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많다. 젊은이들이 아버지에게서 받은 깊은 상처를 토로할 때면 내가 아버지라는 사실이 미안할 정도다. 그러나 같은 상처라도 어머니에게 받으면 깊은 속마음에 치유할 수 있는 따뜻한 빈 공간이 있나보다. 이 책의 아이도 자기를 버린 어머니에 대한 속마음을 이렇게 고백한다. “엄마가 아주 보고 싶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특히 무균실에 있는 동안 저절로 엄마 얼굴이 생각났어요.”그렇다. 어머니는 저절로 생각나지만, 아버지는 어떨까. 이런 관점에서 “여자는 세상의 절반이지만 어머니는 세상의 전부다.”그럼 남자는? “ 남자도 세상의 절반이다.”그럼 아버지는? 나도 아버지지만 잘 모르겠다. 아무튼 가시고기 아버지는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다. 그래서 그 절절한 사랑이 우리 가슴에 와 닿는 것이다.

 요즘은 엄부자모(嚴父慈母)가 아니라, 엄모자부(嚴母慈父)의 시대라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세상에 가시고기 아버지 같은 아버지는 많지 않다. 가시고기 아버지의 역할은 배워서 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 다음 표현처럼 거의 본성적 차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너무 짧아. 간암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분노하고 갈등할 시간조차 없어. 중요한건…… 그러니까 아이는 살 수 있다는 것이고, 나는 죽는다는 사실이지. 아이는 겨우 열 살이야…… 그러니 아이를 위해 아버지로서 마지막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죽어야, 그래야 덜 억울하지 않겠어? 이게 내 마음의 전부야.”이 말도 깊이 와 닿지만 더 깊은 울림으로 마음을 흔드는 말도있다. “하지만 아들아. 아아, 나의전부인 아들아. 아빠는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란다. 세상에 널 남겨놓은 한 아빠는 네 속에 살아 있는 거란다.”아이는 살리고 자신은 죽으면서 하는 이 말이, DNA에 대한 진부하기 짝이 없는 낡은 표현일까? 가시고기 아빠는 이기적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기계에 불과할까? 질문에 대한 대답은 책에 나오는 아이의 말로 대신한다. “아빠, 사랑해요.” ‘아빠의 귀를 잡고 있는 내 손에 따뜻한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이 책은 시간을 내 정독해볼 만하고, 가시고기 아빠도 따라 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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