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학년도 선거 대비 기획 ] ‘개표 시 당선’메커니즘 중심으로 학생 여론 양분돼
[ 2018학년도 선거 대비 기획 ] ‘개표 시 당선’메커니즘 중심으로 학생 여론 양분돼
  • 방선우 기자
  • 승인 2017.11.01 20:47
  • 호수 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 학교는 개표 가능 투표율 개정 논의 중
[투표거부 옹호 VS 투표권장]

 본교 선거 메커니즘이 ‘개표는 곧 당선’으로 굳혀지고 있다. 2014년도 보궐선거 이후의 모든 선거는 단선으로 치러졌다. 그리고 개표 시에는 낙선된 적이 없다. 2016년도 보궐선거에서는 △총학생회(이하 총학) △이공대 △인문과학예능대 △생활과학대 △사회과학대는 모두 90%를 넘거나 그에 가까운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2017학년도 보궐선거 역시 이공대과 인문과학예능대가 8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러한 당선 체제 속에서, 해당 후보자의 당선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투표 거부’를 주장하기도 했다. 투표율이 50%를 넘지 않으면 개표 자체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한편, ‘주어진 투표권은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됐다. 학생 대표자 부재 시 불편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투표 거부는 올바른 권리행사 방식이 아니니 투표를 통해 반대 입장을 드러내라’는 주장도 있다.


“투표 거부도 권리 행사이다"



 #46233 “후보자의 모든 공약을 읽었으며 딱히 메리트가 느껴지지 않아 투표를 안했다. 왜냐하면 투표 거부가 가장 반대 입장을 표하기에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투표 거부자 중에는 무관심한 소수도 있다. 하지만 투표자들도 후보자의 적합성을 따져보면서 투표를 한 것인지는 모른다. 우리가 투표거부를 강요하지 않듯이 투표자들도 투표를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4047 “반대표든 기권이든 결국 내가 그 사람을 뽑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투표율 50%, 그 중 70%가 찬성해서 당선됐다면 결국 100명 중 35명만이 대표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투표 거부자를 비난하지 말고 후보자가 나머지를 설득할 수 있는 비전을 보이면 좋겠다.”

 #23836 댓글“오히려 투표를 권장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뽑히지 않아서 투표율이 낮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위는 투표 거부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대략적인 입장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후보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있다. 이는 후보자의 참신하지 못한 공약과 후보자 자질 문제로 나뉜다.


 과거부터 최근까지의 총학 공약은 별반 다를 바 없다. 등록금·셔틀버스·학생식당·행사·학교 공간·기숙사와 관련된 항목은 단골손님이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이 조금씩 바뀌었을 뿐이었다. 2015학년도 보궐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투표 거부현상까지 나타났다. 해당 후보자가 지난 총학의 문제점에 대해 성찰이 부재한 공약들을 내세운 탓이었다. 후보자의 자질 문제도 제기됐다. 올해 보궐선거의 후보자들은 선거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세를 불법으로 진행했다. 선관위가 선본에게 선거규정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후보자의 대표성’이 의심되는 사례들이다.

 ‘가장 효율적인 반대표’라는 인식도 있다. 투표거부를 옹호하는 익명의 2학년 학생은 “적은 투표율 차로 50퍼센트만 넘기면 대부분 당선된다. 그래서 반대 입장은 투표에 무관심한 이들에 편승하여 투표 자체를 보이콧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투표하는 것이 권리 이행이다”



 #47919 “총학이 있었을 때 학생들의 입장을 학교에 전달할 수 있었다. 만약 당선된 총학이 학생대표 자리에 부적절하다고 느껴지면 탄핵시키면 된다.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은 학교사회를 너무 소홀하고 있지 않나 돌아봤으면 좋겠다.”

 #23568 “총학이 없으면 행사진행에 있어서 차질을 빚는다. 2016학년도 새내기 배움터의 장소가 바뀌었지만 총학이 부재하며 답사도 못간 것으로 안다. 이처럼 대표를 뽑는 선거는 중요한데 후보자 부재, 후보자의 공약이 빈약,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선거가 무산 되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학생대표의 부재의 불이익은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43204 “투표거부는 소수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제도상 허점을 악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 바람직한 방법은 찬성이든 반대든 의사를 가진 사람들은 모두 투표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다.”


 이들은 학생대표 부재로 인한 불이익을 중점으로 논지를 편다. △등록금 협상 시 어려움 △휴게실 폐쇄 △예산삭감 △학교 운영 감시 △학교와의 소통창구 부재 등이 불이익의 예다. 작년 3월 등록금 심의 회의(이하 등심위)에는 총학과 중앙운영위(이하 중운위)가 모두 없어 대리자가 출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예산기획팀도 “총학의 부재가 계속된다면 등심위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라고 우려한 바 있다.

 현재 학생들은 교내에 마련된 휴게실을 이용할 수 없다. 지난 4월 중운위가 회의를 통해 ‘총학의 부재로 휴게실 관리가 어려울 것’을 우려하여, 휴게실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이에 학생들은 시험기간이나 몸이 아픈 경우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총학생회칙 제74조(예산의 분배) 3항에는 “전 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보궐선거를 통하여도 자치기구의 장이 선출되지 아니한 경우 예산의 20%를 삭감한다”고 명시돼 있다. 보궐선거를 통해서도 총학이 당선되지 않을 경우엔 예산이 아예 삭감된다. 또한, 학생들이 학교에 건의할 수 있는 창구가 좁아질 위험이 있다.


총학부재, 해결법 있을까



 개표가능 투표율의 하향조정을 추진한 학교가 있다. 2009년, 서울시립대는 총학이 부재할 경우를 대비해 학생총회에서 개표가능 투표율을 50%에서 40%로 하향조정했다. 학내에서 학생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개정 이전 투표율은 △2007학년도 본 선거 36.04% △2007학년도 보궐선거 54.6% △2008학년도 본 선거 52.39% △2009학년도 본 선거에는 52.51%였다. 개정 이후에는 후보자 부재와 선거 당시 불미스러운 일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모두 개표가능 투표율을 넘겨왔다.

 이외에, 명지대는 2016년도에 개표가능 투표율을 50%에서 유권자의 1/3로 개정했다. 서강대 역시 2010년도에 개표 가능 투표율을 50%에서 30%로 개정했다. 심지어 고려대는 2012년도에 투표율 제한선 자체를 폐지했다.

 현재 대학에서 투표율은 매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학생들이 대학 생활보다 취업과 개인 활동에 더 신경 쓰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본교도 마찬가지다. 후보자의 공약과 자질도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이긴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배경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에 본교도 타 대학처럼 학생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 개표가능 투표율 개정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